뉴코아노조와 이랜드일반노조가 점거농성을 시작한 이후 7번의 교섭이 진행되었지만 진전은 없었다. 그렇다면 이랜드 노사의 교섭이 진전이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 이랜드 노사의 교섭이 7차례 진행되었지만 타결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참세상 자료사진 |
이랜드 노사 신뢰 파괴, 사측의 일방적 약속파기가 원인
일단 이랜드 노사 간 신뢰는 무너질 대로 무너진 상태이다. 노사 간 신뢰가 깨진 원인에는 사측이 노조와의 몇 번의 약속을 어긴 것이 크다.
노조 측이 첫 매장 점거를 들어가던 6월 30일, 노조 측은 홈에버 상암점에서 선전전을 진행하고 밖으로 나올 예정이었다. 애초에 점거농성은 계획되어 있지 않았다. 이에 노조는 선전전을 진행하며 사측에게 “영업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으며, “영업을 중단하면 선전전을 중단하고 매장에서 나가겠다”라고 약속했다. 이에 사측은 노조에게 “영업을 중단 하겠다”라고 약속했다. 이 약속을 믿고 노조는 매장을 빠져 나왔지만 1시간도 지나지 않아 사측은 노조와의 약속을 일방적으로 깨고 영업을 재개했다. 이후 노조는 점거농성이라는 마지막 선택을 했다.
결국 노조가 점거농성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만든 주된 원인은 사측의 일방적인 약속 파기에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사측은 점거농성을 불러온 원인에 대해서 진단하기 보다는 노조 측에 ‘농성해제’만을 요구했다.
▲ 노조 측이 점거농성을 하게된 것은 사측의 일방적 약속파기 때문이었다./참세상 자료사진 |
교섭과정에서도 농성중단과 언론플레이에만 힘쏟은 사측
이런 사측의 행동은 교섭 과정에서도 나타났다. 노조는 교섭 내내 사측의 “언론플레이”를 문제 삼았다. 가장 큰 사건은 1차 점거농성에 공권력이 투입되기 직전인, 지난 달 18일에 열렸던 교섭에서 벌어졌다. 교섭이 시작된 직후 최성호 이랜드그룹 홍보이사가 기자대기실을 찾았다. 최성호 이사는 교섭 재개 직후 “회사는 오늘이 마지막 교섭이며 추가교섭은 없을 것”이라며 “오늘 밤 12시까지 시한을 두고 정회 없이 교섭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교섭에 들어간 노조는 이 사실을 몰랐다. 결국 언론의 보도를 통해 노조는 사측의 입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에 대해 노조는 “그동안 사측 홍보팀은 사실과 다른 부분을 언론에 공개하는 방식으로 언론플레이를 해왔다”라며 “교섭 장소에서 얘기되지 않은 것을 언론에 먼저 흘리고, 노조가 이를 지키지 않아 교섭이 결렬되었다는 논리를 만들기 위한 사측의 언론플레이다”라고 교섭을 중단시켰다.
사측은 교섭 내내 자신들의 입장을 노조에게 정식으로 자세히 설명하는 방식으로 성실히 교섭에 나서는 것이 아니라 교섭에 나가서 할 얘기를 먼저 언론에게 흘리면서 교섭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교섭은 최소한 서로의 안을 충분히 설명하고, 이해하고, 듣는 것을 시작으로 합의안을 만드는 자리다. 그러나 사측은 교섭에 임하는 최소한의 예의조차 지키지 않은 것이다. 이런 사측의 일방적 태도는 노조의 불만만 더 쌓이게 만들었다.
사측의 불성실한 교섭 태도는 공권력의 1차 점거농성 강제해산 이후 재개된 교섭에서도 나타난다. 강제해산 이후 재개된 교섭에서 사측은 대표이사가 불참한 채로 “위임장을 받았다”며 실무진 만 참여했다. 노조 측은 핵심 간부들이 구속된 상황에서도 어렵게 대행체계를 마련해 위원장이 참여했으나 사측은 실무자들만 참석한 것이다. 이에 교섭은 또 다시 결렬되었고, 노조는 2차 점거농성을 벌였다. 2차 점거농성에 참여한 조합원들은 하나 같이 “사측의 불성실한 교섭태도 때문에” 점거농성을 벌일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2차 점거농성이 공권력에 의해 또 다시 강제해산 되고 나서야 대표이사가 교섭에 참여했다.
이런 사측의 태도는 노조에게 점거농성이라는 극단적 방법을 선택해야지만 사측 대표이사가 교섭에 나온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었으며, 이에 노조는 끊임없이 점거농성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노조 측 교섭위원 대부분 구속에, 조합원 통장가압류...“물러 설 곳이 없다”
교섭 내용에서도 쟁점은 좁혀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더욱 큰 문제는 사측이 교섭은 하고 있지만 조합원에 대한 손배가압류, 고소고발 등을 멈추지 않고 있어 노조 입장에서는 물러설 수 있는 퇴로마저 막아서고 있다는 것이다. 이랜드 사측은 조합원 49명에 대해 통장가압류를 한 상태이며, 1계좌 당 1억 1백 만 원씩 손배가압류를 걸어놓은 상황이며, 경찰은 교섭위원으로 나서야 할 노조 간부 대부분을 구속시킨 상황이다.
▲ 경찰은 노조 측 교섭위원의 대부분을 구속시켰다. 지난 31일 강제연행된 최호섭 뉴코아노조 사무국장/참세상 자료사진 |
현재 구속수감 중인 김경욱 이랜드일반노조 위원장은 교섭 자리에서 “위원장으로 조합원을 설득할 수 있는 안을 제시해야 할 것 아니냐”라며 “농성을 해제하면 수 십 억의 손배가압류와 징계, 그리고 해고가 눈앞에 있는데 내가 무슨 수로 조합원들에게 농성을 그만하자고 하겠냐”라고 답답한 마음을 표하기도 했다.
보통 노사분규가 일어난 사업장에서는 교섭과정에서 서로를 인정하고 배려하는 측면에서 고소고발 조치나 손배가압류를 취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랜드 사측은 끝까지 “법대로 하겠다”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노사가 요구안에 대한 접근을 이루더라도 손배가압류에 대한 사측의 태도가 변하지 않으면 교섭은 합의점을 찾기 어려워 보인다.
결국 남은 문제는 사측이 사태해결 의지를 분명히 하고 성실하게 교섭에 임하는 것과 노조의 요구안에 대해 진지하게 접근하는 것이다.
▲ 뉴코아-이랜드노조 조합원들은 "빨리 현장으로 돌아가서 일하고 싶다"라고 외치고 있다./참세상 자료사진 |
하루아침에 700여 명 해고...“노예처럼 살 수 없다”
이랜드 사태는 하루아침에 700여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집단적으로 해고를 당하면서 시작되었다. 사측의 입장에서는 “효율성을 고려한 어쩔 수 없는 조치”라고 말했지만 하루아침에 생명줄을 끊긴 노동자들에게, 그동안 이랜드를 위해 10시간 씩 화장실도 못가며 일했던 노동자들에게는 날벼락 같은 얘기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노조 측은 지난 달 31일 교섭이 중단된 후 성명을 통해 “현장에서 동료들이 부당하게 쫓겨나는 것을 가만히 지켜볼 수만은 없다”라며 “더 이상 짐승처럼, 더 이상 노예처럼 살 수 없기 때문에, 더 이상 당할 수만은 없기 때문에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