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노동자계급의 8·15행사 열려

개헌·야스쿠니·빈곤 주제로 집회

일본제국주의의 2차대전 패전으로부터 62년이 지난 8월15일 일본 도쿄에서 ‘개헌·야스쿠니·빈곤, 국익과 배외에 헌법은 굴하는가. 13차 8·15 노동자·시민의 모임’이 열렸다. 패전 50주년인 1995년 시작된 이 집회는 그때까지 우익단체들의 점유물이었던 8·15를 노동자가 개헌과 전쟁을 저지하기 위한 날로 되찾아야 한다는 취지로 도로치바(국철치바동력차노동조합)를 비롯한 노동조합과 시민운동, 변호사들이 실행위원회를 구성해 주최해 온 것이다.

  일본 8·15집회에 560명이 참석했다.

'빈곤이 여기에 있다'

'<빈곤>은 자기책임이 아니다'라는 주제로 강연을 한 유아사 마코토 씨는 빈곤생활자들에게 생활보호 수급 신청 지원 등을 하는 비영리법인 자립생활사포트센터 '모야이'의 사무국장이다.

  유아사 마코토 비영리법인 자립생활사포트센터 '모야이' 사무국장

유아사 씨는 PC방에서 생활하지 않을 수 없는 비정규직 청년들의 충격적인 현실들을 구체적으로 소개하며 “노동문제, 가족붕괴, 교육붕괴, 살인사건 등 하나하나의 사회문제의 배경에는 반드시 빈곤 문제가 있다. 그러나 정부와 언론사들은 이 사실을 억지로 감추고 있다. 지금 이 일본에서 사람들이 빈곤 때문에 죽임을 당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유아사 씨는 “자신의 최저생활비를 아시는 분이 계시나요?”라고 참석자들에게 물었다가 손이 안 올라간 것을 보고 “자신의 최저생활비를 모른다는 것은 헌법 25조 ‘모든 국민에게는 건강하고 문화적인 최저한의 생활을 보낼 권리가 있다’는 것을 포기한 것과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일본 정부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격차가 있는 게 당연하다” “격차가 생기는 것은 그러한 생활을 선택한 사람의 자기책임이다”라며 격차를 정당화하고 있는 것에 대해 유아사 씨는 “격차와 빈곤은 전혀 다르다. 격차는 단순히 ‘차이’라는 뜻인데 빈곤을 먹고 살수 없다는 뜻으로 정부조차 이를 정당화할 수 없는 개념이다. 한 달 뒤에 20만 엔을 얻을 수 있는 정규직을 꿈꾸기보다 오늘 살기 위한 5천 엔이 사활적인 빈곤자들에게 선택지가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유아사 씨는 정부가 격차의 존재를 인정하면서도 빈곤의 존재를 감추고 있는 상황에서 ‘빈곤이 여기에 있다’는 명백한 사실을 널리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랜드-뉴코아 노동자들에 투쟁에 뜨거운 공감

이 8·15 집회는 2003년부터 한국 민주노총 서울지역본부를 초청해서 국제연대 행사로 진행되어 왔다. 이번에는 서울본부 박승희 사무처장과 김형석 조직차장이 참석했다.

  박승희 민주노총 서울본부 사무처장

박승희 사무처장은 한국의 비정규직 문제를 소개한 뒤 지금 바로 진행 중인 이랜드 투쟁의 배경과 현황, 특히 여성노동자들의 자랑스러운 투쟁을 보고하며 “현장 간부들은 어떤 희생이 따르더라도 반드시 이 싸움을 이길 각오이다. 전 세계적인 자본의 정책에 맞서는 유일한 무기가 노동자 계급의 국경을 뛰어넘은 단결과 연대와 투쟁이다. 일본 노동자들이 실업과 빈곤에 맞서 투쟁할 때 우리 민주노총 서울본부도 연대와 투쟁으로 답하겠다”고 역설했다. 박승희 사무처장이 감정을 들여 낭독한 김진숙 씨의 시 ‘사람은 꽃보다 아름다운가’에 참석자들이 노동자의 긍지를 느껴 눈물을 흘렸다.

“단결의 복권을!”

노동자 대표로 발언에 나선 다나카 야스히로 도로치바 위원장은 “지난 7월 참의원 선거에서 드러난 노동자계급의 커다란 분노를 아직 우리가 조직하지 못하고 있다. 이 분노를 하나로 단결시킬 수 있다면 정세는 반드시 바꿀 수 있다. 11·4전국노동자집회에 1만 명을 집결시키자”고 호소했다.

‘히노마루·기미가요’(일본 ‘국기’와 ‘국가’)를 반대하여 졸·입학식에서 불기립을 한 것을 이유로 정직 6개월 처분을 받은 도쿄의 중학교 교사 네즈 키미코 씨는 “내년 봄 다시 불기립을 하면 해고당할 수 있다. 하지만 히노마루 기미가요를 절대로 인정할 수 없다. 해고를 저지하기 위해 같이 투쟁하자”고 호소했다.

집회 정리 발언에 나선 ‘헌법과 인권의 일변련(日辯聯)을 위한 회’의 수즈키 다쓰오 변호사는 각 발언의 핵심을 되새기면서 김진숙 씨의 시를 빌려 “퇴로를 끊은 노동자는 꽃보다 아름답다”고 말해 집회를 마무리했다.

야스쿠니 분쇄를 위해 거리행진

집회에 앞서 이날 아침 야스쿠니 신사 바로 옆에 있는 호세이(法政)대학 앞에서 아베 수상의 야스쿠니 참배 저지를 위한 거리행진이 진행되었다. 행진 출발에 앞서 투쟁 기조를 제기한 오다 요스케 전학련(全學聯) 위원장은 아베가 이날 참배를 단념한 것에 관련하여 “아베는 많이 흔들리고 있다. 우리는 나날이 승리하고 있다. 참의원 선거에서 드러난 노동자의 분노를 총집결시키자”고 호소했다.

  참가자들은 40도 가까운 무더위 속에서도 “개헌 저지!” “아배 타도!”를 외치면서 우익단체의 도발을 물리치며 야스쿠니 신사 주변을 행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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