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새 정부 초대 국무총리 후보자로 한승수 유엔 기후변화 특사를 공식 지명한 가운데 한나라당을 제외한 정치권은 한 후보자의 국보위 활동 경력과 'IMF 책임론' 등을 지적하며 일제히 우려의 뜻을 나타냈다.
나경원 한나라당 대변인은 이번 총리 지명과 관련해 "이명박 정부 탄생의 첫걸음이 원만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정치권의 협조를 바란다"고 요청했지만, 각 정당들이 한 특사의 과거 전력 등을 철저히 검증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어 인사청문회 등 국회 비준 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한승수, '올드보이' 아니라 '배드보이'"
우상호 대통합민주신당 대변인은 28일 한 특사 총리 지명에 대해 "대학교수, 정치인, 각료 등 역대정권을 거치며 쌓은 다양한 경력이 눈에 띄지만 새로운 시대정신과 비전을 제시하는 총리후보로서는 부족하다"며 "지나치게 과거형 인사"라고 평가했다.
우 대변인은 "대통을 보좌하는 실무형 총리후보라기보다는 대통령의 대리인 성격이 강한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까지 든다"며 "청문회 과정에서 도덕성, 자질, 능력을 철저히 검증해 총리로서 적격자인지 판단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손낙구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일부 언론에서는 '올드보이'라 표현하고 있는데, 올드보이 이전에 '배드보이'가 아닌가 싶다"고 이 당선인의 한 특사 총리 지명을 비판했다.
손 대변인은 "한승수 총리 내정자는 경제부총리 시절 YS 정부의 정리해고법 도입, 금융시장 개방 등 신자유주의 개혁을 주도함으로써 IMF 금융 위기의 직간접적인 원인 제공자이며 책임자"라며 'IMF 책임론'을 거론했다.
이어 그는 "특히 이후로는 SK 경영권 분쟁 시 소버린 측 사외이사로 나섰으며, 론스타의 법률 자문을 맞고 있는 김&장의 고문을 역임하는 등 해외 투기자본의 길라잡이 역할을 하였다"고 한 특사의 과거 행보를 지적하며 "한승수 총리 내정자가 총리에 합당한 국정에 대한 철학과 원칙을 갖고 있는지 심각하게 우려된다"고 밝혔다.
유종필 민주당 대변인 역시 "화려하고 다양한 경력으로 봤을 때 총리로서 일면 부족함이 없는 인물인 것 같지만 국보위 입법위원을 지내는 등 과연 민주주의에 대한 소신과 철학이 있는 인물인지 의문"이라며 "총리로서 도덕성에 문제가 없는지 청문회 과정에서 철저하게 따져보겠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새 정부 총리에 가장 적임자"
한편, 정치권의 이 같은 반응과 달리 한나라당은 이번 총리 지명에 대해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나경원 한나라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한승수 지명자는 이명박 당선인의 국정철학과 국정운영의 방향을 잘 이해하고 있어 원만한 국정수행이 이루어질 것"이라며 "한 지명자의 풍부한 국정경험과 국제 감각은 자원외교 등 새 정부의 새로운 국정 운영을 위한 총리 수행에 가장 적임자임을 확신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