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이동통신 및 인터넷 사업자들에 대해 감청장비 설치와 통신기록 보관을 의무화하는 통신비밀보호법(통비법) 개정안을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와 함께 한나라당은 국가정보원(국정원)의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법안도 잇따라 발의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나라당, '감청장비 설치 의무화' 통신비밀보호법 개정 추진
이한성 한나라당 의원이 지난 달 30일 대표 발의한 통비법 개정안에 따르면, 인터넷 및 이동통신 업체들은 감청장비를 의무적으로 설치하고 수사기관의 요청이 있을 시 '통신사실확인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특히 개정안은 국가정보원(국정원)을 비롯한 수시기관에 제출되는 통신확인자료에 개인의 위치정보까지 기록하도록 했다. 또 전기통신업체들은 가입자 개인의 통신기록이 일일이 기록되는 이 '통신사실확인자료'를 1년 간 의무적으로 보관해야 한다.
한나라당은 통비법 추진 이유로 '첨단 범죄' 및 '테러' 등을 들고 있다. 이한성 의원은 "지능화.첨단화되어 가는 범죄와 테러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합법적인 통신제한조치 등은 보장하기 위해 개정안을 대표발의 했다"고 밝혔다.
통비법 개정안은 지난 해 정부와 국회 차원에서 추진되다 사생활 침해 등 첨예한 논란 끝에 국회통과가 좌초된 바 있다.
인권단체들은 그간 "수사 편의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전 국민을 예비범죄자로 설정하여, 감시와 사찰을 일상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통비법 개정에 반대해왔다. 통비법은 말 그대로 통신 비밀을 보호하기 위한 법률인데, 개정안은 통비법의 제정 취지를 정면으로 위배한다는 게 인권단체들의 주장이었다.
국정원 권한 확대하고, 직원 정년 늘리고
한편, 한나라당은 통비법 개정과 동시에 국정원의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공성진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 달 28일, 국가대테러센터와 국가사이버안전센터를 신설하는 내용의 국가대테러활동에관한기본법안(대테러법안)과 국가사이버위기관리법안(사이버관리법안) 제정안을 각각 대표 발의했다.
특히 두 법안은 대테러센터와 사이버안전센터 모두를 국가정보원장 산하에 두도록 했다. '테러', '사이버 공격' 등의 명분을 들고 있지만, 대테러법안과 사이버관리법안 그리고 통비법 개정안 등 모두가 사실상 국정원의 권한을 대폭 강화해주는 법안인 셈이다.
여기에다 이철우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 달 28일 국정원 직원의 정년을 연장하는 내용의 국가정보원직원법 개정안까지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국정원의 4급과 5급 직원의 계급정년을 현행 11년에서 12년으로, 15년에서 18년으로 각각 연장했다. 여기에 계급정년의 적용을 받지 않는 '전문관' 제도를 도입하고, 연령 정년을 60세로 정했다.
특히 개정안에는 정년이 60세까지 보장되는 '전문관'('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직무에 근무하는 직원')을 대통령이 지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한나라당이 추진하는 이 같은 일련의 법안들에 대해 이지안 진보신당 부대변인은 "가공할만한 국정원 강화법안"이라며 "봉인된 국정원의 몹쓸 유전자만 부활시켜 공안정국 유지는 물론 정치사찰과 언론장악에까지 써먹겠다는 구태의연한 독재적 발상에 다름 아니다"고 지적하며 법안 철회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