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일자리 선택, 사장님 맘대로?

3주에 구직 문자 3통...3개월에 일자리 못 구하면 강제 출국

고용노동부의 ‘외국인근로자 사업장 변경 개선 및 브로커 개입 방지대책’ 지침이 8월 2일부로 시행됐다. 이에 따라 이주노동자들의 사업장 선택의 자유 등이 극심히 제한되면서 고용허가제 등 정부의 이주노동자 정책에 이주노동자들의 반발이 극심해지고 있다.

이에 ‘이주노동자 노예노동 강요하는 고용노동부 지침 철회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19일 오후, 종로 보신각 앞에서 ‘고용허가제 폐지, 사업장이동의 자유보장, 노동기본권 쟁취’를 요구하며 집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에는 이주노동자 1000여명이 참가했다.


방글라데시에서 온 이주노동자 로콘 씨는 “모든 노동자들에게는 직장을 이동할 수 있는 자유와 양질의 노동환경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있지만 한국정부는 이주노동자에게 그 자유를 허락하지 않고 있다”며 고용노동부의 이주노동자 정책을 비판했다. 그는 “이주노동자의 권리를 위한다는 정책이 사실은 이주노동자의 권리를 제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가 내놓은 ‘외국인근로자 사업장 변경 개선 및 브로커 개입 방지대책’은 이주노동자들의 일자리 알선 브로커를 단속하기 위해 이주노동자가 직접 사업장을 구할 수 있는 모든 창구를 차단하고 있다. 지침 시행 이후, 이주노동자에게 제공되던 구인 사업장 리스트도 더 이상 제공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뿐만아니라 이주노동자들의 권익을 지원해오던 NGO단체들도 브로커로 파악해 이들의 취업 조력도 금지하고 있다. 이주노동자들은 “3개월 동안 직장을 구하지 못한 상태라면 귀국 조치되기 때문에 열악한 노동환경을 견디거나 미등록 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고용허가제와 ‘외국인근로자 사업장 변경 개선 및 브로커 개입 방지대책’의 맹점을 이용해 사업장 변경이 어려운 이주노동자들의 임금을 체불하거나 상습적인 폭력을 일삼는 사업주들이 적지 않다고 이주노동자들은 밝혔다.


지침 실행이후 이주노동자들에게 구인구직 정보가 원활하게 제공되고 있지도 않다. 캄보디아에서 왔다는 한 노동자는 “3주간 고용노동부에서 단 3건의 구인정보 문자 메시지를 받았을 뿐이고 그마저도 잘못된 정보여서 일자리를 구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집회에 참가한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지침 실행 이후 고작 3~5건 정도의 문자메시지를 받았을 뿐”이라며 고용노동부의 지침이 이주노동자들의 권익 보장에 도움을 주기는커녕 오히려 권리를 극심히 제한하고 있다고 말했다.

캄보디아의 우다야 씨도 “고용허가제와 브로커 개입 방지대책이 많은 국제기준을 위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고용노동부의 지침은 이주노동자들을 더욱 사업장에 종속시켜 결국 현대판 노예제도와 다름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고용허가제와 브로커 개입 방지대책이 더욱 많은 착취를 유도하고 결국 많은 미등록 이주민들을 양산해 낼 것”이라며 고용노동부의 지침철회와 고용허가제 폐기를 요구했다.

이 날 집회에는 이주노동자뿐 아니라 국내 노동, 인권 단체들도 참가해 고용허가제 폐지와 이주노동자의 노동기본권 쟁취를 요구했다. 사회진보연대 활동가인 김동근 씨는 “이주노동자들의 사업장 이동을 제한하는 이번 조치는 비단 이주노동자 뿐 아니라 이 땅의 모든 노동자들에 대한 억압이고 공격”이라며 “이 투쟁을 이주노동자들만의 투쟁으로 놔둬선 안 될 것”이라며 내국인 노동자들의 연대를 호소했다.

다함께의 이정원 활동가도 “누구보다 이주노동자를 필요로하는 한국정부가 이주노동자들을 사람대접하지 않는다”면서 “한국의 노동자들은 정부와 다르게 이주노동자들을 친구이자 함께 투쟁하는 동지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고용허가제가 폐지될 수 있도록 한국의 노동자들도 끝까지 연대해서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집회참가자들은 집회가 마무리되고 종로거리를 지나 명동성당까지 행진하며 고용허가제와 이주노동자들의 문제를 시민들에게 알리고 해산했다. 비대위는 이후 노동부의 지침철회를 요구하는 서명운동과 각국 대사관 압박, 국회의원 및 지자체장 면담 등의 방법으로 고용허가제 폐지 투쟁을 이어간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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