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 살인기업의 폭주를 멈추려면

[연속기고] 모든 노동자에게 노동3권을 - 노조파괴금지·교섭창구 단일화 폐기를 외친다(3)

  금속노조 한국타이어지회 현장 순회 시 막아서는 수십 명의 관리자들

최대 영업이익률 속에 가려진 죽음의 공장

대한민국 타이어 시장 점유율 1위. 2015년 매출 6조 4,282억 원(2014년 글로벌 연결 경영실적 기준), 영업이익 8,850억 원을 달성한 기업. 최근 20년 사이 매출액은 5.3배, 영업이익은 9.6배가 증가한 한국타이어. 같은 기간 한국타이어 공장에서 사고사를 제외한 질병으로 사망한 노동자는 139명(김종훈 의원실 발표. 2016년). 매년 7~8명의 노동자가 일하다가 사망한 것이다. 사망자 수에는 1,800명에 달하는 하청노동자들은 포함되지 않았다. 통계에 잡히지 않은 사람들도 많다. 최악의 살인기업이라는 말까지 들었던 한국타이어. 일하는 노동자들은 늘 두렵다. 먹고 살기 위해 다니지만, 힘든 노동보다 언제 나에게 올지 모르는 ‘암’의 공포가 더 무서운 곳이다. 회사와 어용노조는 이 진실을 숨기는 주범이었다. 더 이상 공포를 느끼며 회사를 다닐 수 없다며 떠나는 이들도 부지기수다.

현장은 각종 산재사고 은폐와 조합원들의 원인 모를 죽음에 휩싸여 있다. 안전하게 일할 권리 ? 우리는 감히 말할 수도 없었다. 회사는 불투명한 미래 경영을 핑계로 언제나 고통분담은 현장 조합원들의 몫으로 돌렸다. 해마다 새로운 기록을 갱신하는 엄청난 영업이익에도 정당한 이익분배는커녕 오히려 55세부터 임금피크제를 실시했고, 월차 제도는 폐지됐다. 게다가 한국노총 본부가 통상임금에 대해 대표자 소송을 전개하라는 지침을 냈는데도 한국노총 소속의 사업장 노조는 오히려 회사 측 대변인처럼 정기상여는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어용노조는 물가상승률보다도 낮은 임금 협상을 해왔고, 노동자들의 권리를 하나씩 빼앗는 또 하나의 회사 관리자였다. 현장 노동자들의 삶은 날로 피폐해졌다. 우리는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기는커녕 오히려 빼앗아 버리는 어용노조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안전한 작업환경과 안정적인 생활권을 보장받고 싶었다. 결국 2014년 11월 27일 우리는 드디어 민주노조인 금속노조 한국타이어 지회를 설립했다.

  금속노조 조합원 현장 진입을 막기 위해 막아서는 관리자들의 모습

어렵게 세운 민주노조 깃발에 몰려드는 조합원들! 그러나...

한국타이어는 전체 조합원 수 4,800여 명이 넘는 큰 사업장이다. 금속노조는 몇 안 되는 소수 인원으로 시작하였지만 2015년 8월, 채 1년도 되지 않아 1,200명에 가까운 조합원들이 가입하게 된다. 그러나 회사는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악용하면서 거센 탄압을 시작했다. 전환배치로 인한 금속노조 탈퇴 회유는 물론이고 노골적으로 제1노조와 차별했다.

하루는 금속노조 조끼를 입고 회사에 출근하는데 회사 문화기획팀장과 더불어 제1노조인 어용노조 임원들이 함께 “조끼를 착용하고 현장에 들어 올 수 없다”며 몸으로 막아섰다. 어용노조인 제1노조는 조끼를 착용하고 무리지어 현장을 돌아다니며 구호까지 외쳐도 아무런 제재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금속노조 한국타이어지회 간부 및 조합원 몇 명이 현장 순회를 실시하려면 40~60명에 가까운 사무관리 사원과 현장 관리사원을 동원해 현장 진입조차 못하게 방해한다. 지금도 여전히 출퇴근 시에 각 출입구 마다 현장 관리 사원들이 모두 나와 우리의 움직임을 감시한다.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현장순회를 강행하자 인사위원회를 열어 징계를 해대기 시작했다. 하도 억울해서 지노위에 구제 신청을 했다. 그러나 노동위원회는 자본에게 손을 들어줬다. 지금은 행정재판을 하고 있는데, 현장순회조차도 몇 년에 걸쳐 법의 판결을 받아야 하는 게 한국타이어지회의 현실이다

“벌금은 내가 다 내줄테니, 다 내쫓아!”

지회가 선전물을 배포하기 위해 공장에 들어가려면 가장 먼저 인간 벽에 부딪힌다. 수십 명의 회사 관리자와 어용노조 간부들을 동원해 문화기획팀장의 전두지휘 아래 맥없이 쫓겨나기도 했다. 회사 문화기획팀장이라는 자는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벌금은 내가 다 내줄테니, 다 내쫓아!”라는 말까지 서슴없이 내 뱉는다. 법으로 해봤자, 그들에게 몇 푼도 되지 않은 벌금. 그들에게 법은 솜 방망이었다.

지회 조합원들이 탄압에도 흔들리지 않자, 회사는 모든 현장의 설비 가동률을 조사해 마구잡이식 전환배치를 실시했다. 해당 조합원과 해당 노동조합과 아무런 협의도 없이 일방적인 통보 하나로 전환배치가 이루어지는 게 다반사다. 전환배치가 금소노조 탈퇴를 종용하기 위해 사용되고 있었다. 우리는 제 1노조를 찾아갔다. ‘강압적인 전환배치에 대해 대응해야 되지 않느냐?’라고 강하게 항의했다. 그러나 제 1노조는 ‘인사권은 회사의 고유 권한이다. 노조에서 관여할 일이 아니’라며 외면했다. 처음부터 찾아갈 필요가 없는 곳이었다.

“다른 보직으로 이동하기 싫으면 금속노조를 탈퇴해라”하는 회사의 협박을 우리는 막지 못했다. 적지 않은 조합원들이 억울함을 뒤로하고 금속노조 한국타이어지회를 탈퇴했다.

노조가 설립된 지 3년이 지났다. 그런데 우리는 여전히 노조 사무실을 제공받지 못했다. 전임자도 없다. 대자보 한 장 붙일 곳이 없다. 현장의 모든 노동조합 게시판도 금속노조 한국타이어지회가 사용하지 못하도록 회사와 대표노조가 함께 없애버린 것이다. 우리가 항의하면 회사는 대표노조(1노조) 핑계를 댄다. 대표노조에 항의하면 회사 핑계를 댄다. 시간 끌기로 우리가 지치게 만든다. 노동위원회를 수십 차례 찾아갔다. 공정대표의무 위반 판정도 받았다. 그러나 소용없다. ‘재판이 진행 중이니 최종 결과를 보고 협의하자’고 한다. 그렇게 3년이다. 그러는 동안 회사는 현장조합원들의 금속노조 탈퇴를 종용하고, 협박을 일삼는다. 노조간부들의 현장순회를 보란 듯이 막고, 때론 폭력도 불사한다.

헌법을 무력화시키는 악법, 교섭창구 강제적 단일화

소수 노조인 금속노조 한국타이어지회는 사내 집회나 현장 순회는 꿈도 꾸지 못한다. 그에 반해 대표노조는 모든 권리를 누린다. 이는 대표노조가 단체협약에 조합 활동 시에 인원 및 선전지 내용, 매수 장소 등을 모두 회사와의 협의 하에 실시할 수 있도록 바꿔 놓았기 때문이다. 누가 봐도 말도 안 되는 규약을 만들어 대놓고 차별하겠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재작년 지회장과 조합원들은 현장순회를 위해 공장에 들어가려했다는 이유로 수백 만원의 벌금과 정직 2~3개월이라는 징계를 맞았다. 조합원들과 단결해 회사의 횡포를 막고 싶었다. 그러나 우리는 현장에서 싸울 수 없었다. 교섭권과 파업권도 없는 소수노조이기 때문이었다.

‘복수노조 교섭 창구단일화’는 소수노조에게 노조3권을 박탈하고 노조 할 권리를 빼앗는 악법이다. 강압적인 자본의 협박과 회유로 인해 조합원들의 수가 줄어들고 있는데도 손도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있다. 만약 금속노조 한국타이어지회가 소수 노조라고 하더라도 쟁의권이 있다면 손 놓고 가만히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소수노조라도 우리 조합원들의 존엄과 양심을 지키는 노조가 되고 싶다. 회사의 협박에 굴복해 탈퇴서를 보내는 동료들을 보면서 우리는 가슴이 찢어진다. 여전히 민주노조의 깃발을 부여잡고 온갖 탄압을 견디고 있는 조합원들에게 ‘노동존중의 대한민국’이 거짓이 아니라는 걸 제대로 보여주고 싶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복수노조 교섭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제 그 약속을 빨리 실행해 옮겨주길 바란다. 하루 빨리 ‘복수노조 교섭 창구단일화’ 제도를 폐지하고 소수 노조에게도 교섭권과 쟁의권 등 노동 3권을 보장해 자본의 횡포와 자본에 빌붙은 어용노조로 인한 노동자들의 고통을 해소하는 날이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국타이어 노동자들이 단결해 이 ‘죽음의 공장’을 ‘노동이 즐겁고 보람된 공장’으로 만드는 날! 그 날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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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솔방울

    노조 조끼 하나도 못 입게 하는 이 회사는 공산당여 뭐여? 참 한심한 회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