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부품사 HL만도, 선제적 구조조정에 들어갔나

노동조합에 일방적 희망퇴직 실시 계획 통보

국내 대표 자동차 부품업체인 HL만도(주)가 노동조합에 일방적으로 희망퇴직 실시 계획을 통보해 노동조합이 반발하고 있다. 사측은 2023년 실시되는 희망퇴직이 "일체 강제성 없는 개인의 순수한 자발적 신청에 따른 것"으로 노동조합과 고용안정위원회의 심의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만도노동조합은 사측의 이와 같은 희망퇴직 실시 계획은 "인위적 인원감축"으로 "기존의 고용안정합의서 등을 부정하는 사항"이라며 21일 고용노동부 평택지청에 진정을 제기하는 등 본격적인 대응에 나섰다.

희망퇴직 관련 고용위 개최 여부 놓고 대립

HL만도 사측은 지난 3월 8일 만도노동조합에 원주사업장 기능직 유휴 인력 해소를 위한 희망퇴직 실시 계획을 밝히는 공문을 보내고, 의견을 청취하고자 한다고 통보했다. 사측은 "Steering BU 국내사업장의 경영실적 악화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Steering 원주사업장 기능직 유휴 인력 해소를 위한 희망퇴직을 실시하고자 한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노동조합은 사측에 16일 오전 고용안정위원회 참석을 요구했지만 사측은 불참했다. [출처: 만도노동조합]

HL만도의 희망퇴직 실시 발표는 이번이 세 번째다. 2016년과 2020년 희망퇴직의 경우 '노사 공동위'와 '고용안정위원회' 등에서 노사합의에 따라 실시됐다. 그러나 사측은 이번 2023년 희망퇴직에 대해 "일체 강제성 없는 개인의 순수한 자발적 신청에 따른 것"이라며 고용안정위원회의 심의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측 관계자는 2016년 1/4분기에 실시된 희망퇴직의 경우 '노사공동위' 상호 동의 하에 '희망퇴직' 방식을 도출한 것이었고, 2020년 희망퇴직은 "노사가 ‘주물공장 외주화’를 결정하고 이에 따른 유휴 인력에 대하여 노사가 협의"해 그 결과로 희망퇴직을 실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2020년 당시에는 "'주물공장 외주화'가 고용위 사항이기 때문에 다룬 것이지, 희망퇴직 자체는 고용위 논의 사항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노조 관계자는 "희망퇴직 실시의 전제를 유휴 인력 문제라고 사측에서도 이야기한 만큼 유휴 인력의 문제는 사실상 구조조정에 해당하는 것이고, 따라서 노사간의 합의의 대상"이라며 희망퇴직은 "인위적인 인원감축"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단체협약 31조 1항에 따르면 "회사는 생산부분의 자연감소 및 경영악화 등을 이유로 일방적으로 정원을 축소해서는 안 되며 축소 조정 시에는 조합에 통보하고 유휴 인력에 대한 대책방안을 고용안정위원회에서 다룬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 노동조합 관계자는 "논의 테이블의 이름이 무엇이었건 간에 유휴 인력과 희망퇴직에 관한 노사간의 합의가 있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라며 '(2016년과 2020년에 진행된) 희망퇴직 자체가 고용위 논의 사항이 아니었다'는 회사의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HL만도 선제적 구조조정에 들어갔나

HL만도의 국내 생산공장은 평택, 원주, 익산에 위치해 있다. 제동장치를 생산하는 평택공장은 2월 초 물량이 많아 기존 주간연속 2교대제를 3교대제로 변경했다. 익산공장의 경우 부족한 인력은 아웃소싱하겠다며 노조에 고용안정위 개최를 요구하기도 했다.

노동조합은 일방적인 희망퇴직 통보와 무리스러운 추진 과정 등을 이유로 사측이 선제적인 구조조정에 나선 것은 아닌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사측은 원주 공장만을 희망퇴직 실시 대상으로 삼은 이유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원주만 대상이다. 평택, 익산의 유휴 인력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만 답했다. 사측 관계자는 원주 공장의 희망퇴직 예상 규모 등에 대해서도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노동조합의 한라인재개발원 앞 피켓팅 시위 [출처: 만도노동조합]

노조 관계자는 원주 공장이 희망퇴직의 대상이 된 데에 대해 "어느 공장은 인력이 부족해서 아웃소싱을 하는 상황에서 어느 공장은 유휴 인력으로 희망퇴직을 받는 상황이 바로 선제적인 구조조정이 아니겠냐"고 말했다.

안재원 금속노조노동연구원 연구원장은 2020년 코로나19가 확산하자 원주사업부 주물공장을 아웃소싱하고 임금을 동결을 했을 때에도 선제적 구조조정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는 점을 상기하며 "지금 거론되고 있는 원주공장은 조향장치를 담당하고 있다. 기존 유압식 조향장치에서 전자식으로 전환되는 과정에 있는 시점으로 보인다. 이 시점에서 선제적으로 인원을 구조조정하려고 하는 의도인 것으로 보인다"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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