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의 경제적 효과?

경기가 끝나고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자부심으로 세계 일류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 더 열심히, 순종적으로 일하는 것, 이것이 바로 저들이 노리는 가장 큰 경제적 효과이다

강성윤(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 연구원)

온나라가 월드컵에 열광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월드컵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에 대한 찬사의 목소리들이 높다. 이미 지난해 5월 한국개발연구원은 [2002년 월드컵 축구대회의 경제적 파급효과]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월드컵으로 인한 직접적인 국내경기활성화 효과가 총 3조4,707억원의 투자 및 소비지출을 통해 5조3,357억원의 부가가치를 창출(2000년 경상 GDP의 1% 수준)하고, 35만명에 이르는 고용효과와 함께 11조4,797억원의 총생산 유발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추정하였다. 더욱이 한국 대표팀이 기대 이상으로 선전하면서, 삼성, 현대, LG 등 민간 연구소들도 월드컵 1승에 따른 경제효과가 최대 14조원에 이른다는 둥, 월드컵을 통한 국가 및 기업 이미지 제고라는 무형의 파급효과는 이보다 훨씬 더 크고 장기적인 이익을 가져올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들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상대적으로 경제규모가 크고 장기침체로 인해 개인소비가 회복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는 일본과 달리, 한국은 '월드컵 특수'로 인한 혜택을 톡톡히 볼 것이라는 주장은 일견 그럴듯해 보인다. 비록 기대했던 관광수입은 일본인 관광객의 급감으로 오히려 감소를 나타내고 있다고 하지만, 월드컵 경기를 치르기 위한 경기장 신축과 도로 확충을 통한 건설경기부양, 그리고 경기관람객의 숙박, 이동, 음식, 쇼핑 등 소비지출의 증가로 인한 경제활성화 효과가 적지 않다는 것은 쉽게 알 수 있다. 고가품인 디지털 TV의 매출액이 급증하고, 전자제품 대리점마다 대형 TV가 없어서 못 판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렇지만 월드컵의 경제적 효과란, 가시적으로 측정할 수 없는 대외이미지 제고를 빼면, 결국 건설투자와 소비지출의 증대다.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최근 수출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는 하지만, 지금 한국경제는 내수증대를 통해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월드컵 준비를 위한 시설투자가 여기에 한몫 했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이 시설투자가 과연 장기적인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을까? FIFA의 규정에 따르면 월드컵 개최국들은 8개의 경기장만 제공하면 된다고 한다. 그런데도 한국과 일본 모두 막대한 비용을 들여 향후 활용도가 의심스러운 10개의 대규모 스타디움을 새로 건설하였다. 특히 한국은 프로축구단이 없는 대구와 서귀포에까지 경기장을 건설하였으며, 프로축구단이 있는 도시들에 지어진 나머지 8개의 경기장도 높은 임대료로 인해 사용되지 않고 거액의 유지비만 잡아먹게 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결국 장기적으로는 손해라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당장의 경기부양을 위해 시설투자를 강행한 것이다.
소비지출의 증대 또한, 외국 관광객이 쓰고 가는 금액을 제외한다면, 국내 소비자들의 호주머니에서 나오는 것일 수밖에 없다. 일본에서는 국민들이 월드컵 관련 지출을 늘이는 대신 다른 부문에서 지출을 줄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한국도 이미 내수진작을 위한 무리한 신용확장정책으로 가계부채가 급증하고 신용카드 사용에 따른 부작용으로 정부가 지난 5월23일 이른바 [신용카드 종합대책]이란 것까지 발표한 터이다. 그런데도 월드컵에 따른 소비증대에 대해서는 마치 하늘에서 쓸 돈이 떨어지는 것처럼 찬양 일색이다. 그러나 소위 경제적 효과라는 것은 실제 떨어지는 돈보다도 '월드컵 개최국이라는 자부심과 한국 대표팀의 경기를 통해 '대한민국'이라는 이름 하에 한마음이 되는 것'을 돈으로 환산한 그것에서 찾아지고 있다. 정리해고의 위협과 불안정노동에 시달리면서도, 대표팀의 슛 한 방에 그동안 쌓인 모든 불만을 일시에 해소시키는 것, 월드컵 기간 동안 국가이미지 관리라는 미명 하에 가해지는 온갖 탄압들에 눈감는 것, 그리고 경기가 끝나고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자부심으로 세계 일류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 더 열심히, 순종적으로 일하는 것, 이것이 바로 저들이 노리는 가장 큰 경제적 효과이다.따라서 한국 대표팀의 경기로 인해 업무가 일시적으로 마비되더라도 자본가들은 너그러이 경기관전을 허락할 수 있는 것이다.
월드컵은 커다란 축제다. 그리고 축제는 한없이 계속되는 것이 아니다. 지배계급이 축제의 장을 허용하는 것은 축제를 통해 피지배계급이 억압된 힘을 일시적으로 분출하고, 그럼으로써 축제가 끝난 다음 지배질서가 다시 공고해지는 것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지금 월드컵은 그 역할을 매우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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