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세계화 이념과 전략’은 맑스주의와 대립할까?

경상대 사회과학연구소 9년 대장정의 첫걸음...국제학술대회

고전 맑스주의 관점에서 대안세계화의 이념과 전략을 재정립하려는 의미 있는 시도가 시작된다. 경상대학교 사회과학연구원은 23일 '대안세계화 운동의 이념과 전략'이라는 제목 아래 열린 국제학술대회를 시작으로 9년간의 긴 여정의 시작을 알렸다.

이번 국제학술대회는 경상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1년의 결실이다. 1부에서는 대안세계화운동의 이념, 조직과 전략을 2부에서는 대안세계화운동의 국제사례를 다루었다.

1부 '대안세계화의 이념'에서는 6가지 유형화를 시도했다.

"대안세계화운동은 맑스주의적 전통과 대립하지 않아"

정성진 교수(경상대)는 김창근, 김의동, 장시복(이상 경상대) 교수들과의 공동 연구물인 '대안세계화의 이념'이라는 제목의 글을 발표하면서, "대안세계화 운동은 단지 '세계화에 대한 불만'의 돌발적 표출을 넘어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대체하는 '대항 헤게모니'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세계사적 의의를 갖는다"고 전제했다.

  1부 '대안세계화의 이념'을 토론하고 있다.

정성진 교수는 우선 "대안세계화 운동의 주요이론가들이 오늘날 세계화의 특징 및 문제점을 상품화 혹은 상품 물신성"에서 찾고 있으며, "상품화라든가 탈 상품화의 개념을 맑스 경제학비판과 무관한 것으로 제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또, "대안세계화운동이 고전 맑스주의의 전통과 구별되거나 대립되는 운동으로 간주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6개로 유형화된 대안세계화의 이념들

또, 정성진 교수를 비롯한 공동연구자들은 대안세계화 운동의 이념을 △지역주의 △제3세계 민족주의 △글로벌 거버넌스 △자율주의 △사회운동 노조주의 △사회주의로 유형화시키고, 지역주의, 글로벌 거버넌스, 자율주의의 쟁점을 소개했다.

대표 발제를 한 정성진 교수는 "지역주의는 현재의 '지속 불가능한 성장' 체제에 대한 대안으로서 자본주의와 시장 자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주의적 대안을 거부하고, 대신 생산의 '지역화' 즉 '지역을 위한 지역의 생산'을 제시한다"고 설명했다. 정성진 교수는 지역주의에 대해 "다른 이슈에서도 그렇듯이 자본과 국가권력이라는 장애물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대한 전략적 비전이 결여되어 있다"고 비판했다.

글로벌 거버넌스에 대해서는 케인즈주의적 접근인 국제기구의 개혁 또는 새로운 국제기구의 창설 등으로는 초국적 자본 연합 및 그들의 이익을 옹호하는 개별국가의 도전을 극복할 수 없다고 비판적으로 평가했다. 아울러 세계적 협약을 통한 거버넌스의 운영이 얼마나 현실성을 가질 수 있는가에 대해서 회의를 표했다.

정성진 교수는 자율주의에 대해서 "다중의 정치적 기획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것으로 파악"할 때, "네트워크 적 관계에서 제국에 대항하는 구성권력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가?"라고 질문했다. 네그리와 하트가 대안세계화운동의 지향으로 다중의 '절대적인 민주주의'를 주장하는 점을 주목하며, '다중의 절대적 민주주의는 가능한가'에 대한 회의적 질문을 던졌다.

1부 중 '대안세계화의 이념'에 대한 토론에서 자율주의에 대한 이해를 둘러싼 논의로 집중되면서 다른 유형화된 이념들에 대한 토론이 잘 진행되지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전통적 사회운동 vs. 대안세계화운동, 무엇이 이들을 다르게 하는가?

'대안세계화운동의 조직과 전략'의 논의에서는 대안세계화 운동과 △좌파 정당 △네트워크 조직이론 △평의회 운동을 다루었다.

장상환, 이승협, 김영수, 김정주(이상 경상대), 이승협(한국노동연구원) 교수와 공동연구를 진행한 정진상 교수(경상대)는 대안세계화운동으로 변화하는 전통적 사회운동의 기제를 설명하기 위한 시도를 한다.

대표 발제자로 나선 정진상 교수는 "대안세계화운동의 조직과 전략은 다양한 지점에서 전통적인 사회운동과 상이하게 전개되고 있다"며 "전통적 사회운동의 조직이 위계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대중동원전략에 기반하는 의회주의, 총파업주의, 봉기주의, 대의민주주의 등을 추구했다면, 대안세계화운동은 네트워크 관계를 유지하면서 대중참여전략에 기반하는 직접행동주의, 탈상품화, 국제연대, 직접민주주의 등을 추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진상 교수는 우선 '대안세계화운동과 좌파정당'을 분석하면서 "대안세계화 운동의 전개 속에서 반자본주의적 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좌파정당의 정치적 영향력이 커지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현실은 반드시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정진상 교수는 대안세계화운동의 지향과 실천전략에서의 좌파 정당을 역할을 둘러싼 쟁점인 '개혁과 혁명의 상호관계, 실천전략을 둘러싼 권력장악에 대한 문제, 대중운동과 정당간의 관계' 등에 대해서 소개하며 유럽과 남미 각국 좌파정당의 사례를 검토했다.

네트워크 조직이론에 대한 비판적 검토

정진상 교수를 비롯한 공동연구자들은 네트워크 조직이론에 대해서 비판적 입장을 견지했다. 이들은 "네트워크 조직이론은 정당 및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하는 운동의 한계를 극복하는 차원에서 권력의 탈집중성, 자발적이고 다중심주의적인 소통과 연대의 활성화, 탈정치적 운동의 활성화, 그리고 특정이론의 경향성으로 집중되지 않는 탈이데올로기적 운동의 활성화 등을 강조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노동자 계급을 중심으로 하는 이론적 입장"에서는 '각각의 정체성을 중심으로 하는 소수자 정치운동의 주체"가 형성되고 있는 것은 "계급모순에서 비롯되는 노동자 계급운동의 확장과정"의 결과로, "자발적인 소통과 연대의 네트워크가 대안세계화운동을 반자본주의 전략 혹은 사회주의 전략으로 전화시킨다고 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 노동조합운동과 급진적 정당운동이 처해 있는 대중적 위기의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평의회 운동'에 대해서도 풍부한 사례 분석을 하며, 실효성과 노동자 대표의 전문성과 활동력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도 소개했다.

특히 세계사회포럼 등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국제주의에 대한 비판은 선명했다.

정진상 교수는 제1인터내셔널부터 3인터내셔널까지의 이념을 1999년 시애틀 투쟁이후 새로운 형태로 나타난 국제주의 전략과 비교 검토한다. 그리고 "국제주의에서 제기되는 가장 중요한 전략적 문제로 국민적 차원과 국제적 차원의 투쟁사이의 관계 설정 문제가 있다"고 한 뒤, "자본이 국민적 경계를 초월하는 것은 자본 자체에 내장되어 있는 논리적 귀결로서 손쉬운 일이지만 사회운동은 초국적 동원을 할 수 있는 구체적 이슈가 제기되지 않는 한 국민적 차원을 매개하지 않고 곧 바로 국제적 차원으로 비약하기가 지극히 힘들다"고 지적했다.

토론자로 나선 최일붕 다함께 활동가는 "국제주의는 원칙과 관련한 이야기"라며, 국내외 반제국주의 운동의 혼란한 지점들을 지적했다. 또, 새로운 국제주의에서 세계사회포럼에 대한 문제의식에 대해서는 그 긍정성에 비해 "과도하게 많은" 비판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정병기 교수(서울대)는 토론에서 "현대 사민주의 정당들은 배제되어 있고, 급진적 좌파정당들만을 다루고 있는데, 명확히 언급되었으면 좋겠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유럽의 평의회 모델을 분석한 데 대해 "독일에는 노동조합과 평의회 위원 구조가 맹점이다. 노동조합은 현장에 개입할 수 없고, 평의회는 단체교섭권과 파업권이 없다. 따라서 힘을 발휘할 수 없는 구조"라는 점을 덧붙이면서, 이런 모델이 유럽으로 확장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해서 질문을 던졌다.

대안세계화운동의 다양한 국제사례도 다뤄져

2부에서는 대안세계화운동의 국제사례가 다루어졌다.

현재 전남대에 재직하고 있는 조지 카치아피카스 교수는 1968혁명과 대안세계화 운동을, 장대업 교수(홍콩대학교 아시아연구센터)는 사회운동노조주의를 주장했던 피터 워터만과 킴무디의 이론을 비판적으로 발전시키는 논의를 진행했다.

아울러 탈상품화 및 사유화에 반대하는 대안 세계화 운동의 사례들을 고찰하는 발표도 이어졌다. 남아공에서온 몰피 은돌부(크와줄루 대학) 연구원은


물사유화를 저지하는 투쟁 사례를 구체적으로 소개해 많은 주목을 받았다.

또, 리타드 웨스트라(중국 북경대)와 데이비드 맥널리(캐나다 요크 대학) 교수는 탈상품화에 주목해 구체적 수치와 사례를 인용해 대안세계화의 전략으로서 탈상품화에 대한 토론을 전개했다.

특히, 맥널리 교수는 멕시코의 싸빠띠스따, 브라질의 무토지농민운동의 토지 점거, 그리고 볼리비아의 물사유화 투쟁이 가지고 있는 탈상품화 운동으로서의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2부에서 세계적 상품화에 반대한 운동에 대한 발제를 하고 있는 데이비드 맥 널리

오전 10시경부터 시작한 이번 국제학술대회는 방대한 주제를 다루었던 것만큼 토론을 마치기까지 10시간 가까이 토론을 이어갔다.

하루에 너무 많은 주제들을 다루려고 하다보니 토론자와 참석자들에게 많은 토론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은 점은 여전히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러나 '대안세계화의 이념과 전략'을 고전 맑스주의 관점에서 복원시키는 9년간의 프로젝트의 첫 출발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정성진 교수는 9년을 각 3년씩으로 나누어 그 1차 시기인 첫 3년에는 "대안세계화운동의 주요 이념 추출을 유형화하고(1차년도), 이를 전형적으로 구현하고 있는 대안세계화 운동의 사례를 국제비교한 다음(2차년도), 대안세계화운동의 이념이 오늘날 한국의 사회운동에 갖는 함의를 도출하는 것(3차년도)을 과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학술대회는 이 1차년도의 결산인 셈이다.

정성진 교수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대안세계화운동을 세계사회포럼으로 한정하거나, 8,90년대 신사회운동 부류로 분류하면서 기존의 조직노동과 대립적인 관점에서 가능성을 찾거나 비판했는데, 그 두 개가 통일적으로 여러 가지 이념들, 탈상품화를 포함해서 고전 맑스 경제학적 관점에서 창조적으로 정리를 해볼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태그

반세계화 , 대안세계화 , 고전 맑스주의 , 탈상품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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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목록
  • 이혜원

    참세상을 애독합니다. 세계화 담론이 지독히도 지식인 독점 담론이긴 하지만, 그 대안세계화 담론조차 그러하다면, 민중에게는 어떻게 다가가나요?

  • alter

    민중들이 지식에 접근하는 것과, 지식인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이런 토론을 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고 생각하는데요.. 학술대회 한 것을 지식인 독점담론이라고 생각하시는지? 오히려 민중들이 그런 지식에서 탈각되는 지식체계에 대해서 문제제기하는 것이 더 맞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