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분리 완화, “고양이에게 생선가게 통째 준 꼴”

금융위원회, 금산분리 완화 기조로 관련 법 개정안 입법예고

금융위원회가 내일(14일) 자로 ‘은행법·금융지주회사법 및 같은 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사실상 국내외 재벌 기업들이 은행을 소유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이에 “사실상 금융기관을 재벌의 사금고화 한 것”이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오늘(13일) 발표한 입법예고안은 국내외 기업들의 시중 은행 지분 보유한도를 현행 4%에서 10%로 늘리는 것과 국민연금 등 공적연기금 62개, 사모펀드(PEF)의 산업자본 간주 기준을 완화해 은행 소유를 가능케 한 것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공적 연기금의 경우 이해상충방지를 위한 요건을 갖추어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얻은 경우 산업자본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했으며, 산업자본이 PEF에 출자한 지분이 10%만 초과해도 해당 PEF를 산업자본으로 간주하던 것을 30%로 상향조정했다.

또한 금융위원회는 금융지주회사 제도를 개선한다며, △지주회사 소속 금융자회사 간 임직원 겸직 허용 △금융자회사 간 업무위탁 허용범위 확대 △자회사에 대한 출차한도 폐지 △지주회사의 해외 진출 시 자회사 등간의 공동출자 허용 △해외 증손회사 지배 국내보다 확대 허용 등의 조치를 발표했다.

이에 대해 김주현 금융위원회 정책국장은 “은행소유구제 완화가 금융위기를 촉발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금융위기에 대응해 제도적으로 보완하는 것”이라며 “시장이 불안하지만 은행소유규제 개선이라든가 금융지주회사 합리화 제도 같은 노력도 힘이 들더라도 같이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주현 정책국장은 “글로벌 은행산업의 대형화 추세라든가, 최근에 미국발 금융위기 등 최근에 금융상황을 보면 현재와 같이 과도하고 경직적인 규제는 합리적인 개선을 필요로 한다”라며 “보다 손쉽게 자본 확충이 이뤄져서 국내 은행의 재무구조가 개선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시스템이 마련되어야만 금융산업의 시스템 안정에도 도움이 된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금융위원회는 이번 조치로 “정부소유 은행의 원활한 민영화를 위한 장애요인이 해소될 것”이라며 “은행 간 인수, 합법 이외에 전략적 분산매각, (기관투자자) 컨소시엄 등의 다양한 매각방식을 활성화 해 공적자금 회수의 극대화와 은행산업의 발전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이명박 정부의 발표에 야당은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민주노동당은 “금산분리 완화는 금융기관을 재벌의 사금고로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정관계 로비와 세금포탈, 불법증여로 경제민주화에 역행하는 재벌이 이제 합법적으로 금융기관을 접수할 수 있게 한 것으로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통째로 내준 꼴”이라고 지적하고, “지금 필요한 것은 금융이 산업의 혈맥 역할을 담당할 수 있도록 금융의 공공성을 확대 강화하는 것”이라며 금산분리 완화 중단을 촉구했다.

진보신당은 “은행을 재벌의 사금고로 만들고 금융산업을 투기화 하려는 이명박 정부의 역발상과 역주행이 공포스럽다”라면서, “금산분리 완화가 삼성은행 만들기를 위해 검토되어 왔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라며 “금융위원회의 법 개정안 제출은 ‘삼성은행 만들기 프로젝트’의 본격적 추진 선언”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도 브리핑을 통해 “현재 재벌기업은 1% 미만의 낮은 지분을 소유하고도 전체 계열사를 좌우하는 투명하지 못한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다”라며 “이런 상황에서 재벌기업이 은행산업까지 독점한다면 온 국민의 재산을 재벌기업이 좌우하는 결과를 맞게 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금산분리가 완화될 경우 산업자본의 취약성은 바로 금융산업의 위험으로 직결될 것”이라며 반대입장을 냈다.

한편, 금융기관 노동자들이 소속되어 있는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연맹은 내일(14일) 오전 금융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조치의 중단을 요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