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경제 붕괴를 두려워하랴

장시복, "대공황, 1973-75년 공황에 이은 제3의 불황"

장시복 경상대 연구자는 지금까지 일어난 위기 중 세계적인 규모에서 발생한 위기로 발전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보고, 이번 위기를 ‘제3의 불황’으로 불렀다.

지난 24일 맑스코뮤날레가 주관한 토론회 ‘미국발 세계 경제위기와 신자유주의’에서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와 세계 경제의 위기’를 발제한 장시복 연구자는 2006년 하반기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발발한 위기의 진행과정을 분석하고, “위기의 강도나 지속성, 범위를 고려할 때 이번 위기는 1970년대 초중반의 ‘제2의 불황’ 수준에 이르거나 이를 뛰어넘는 상황을 야기할 공산이 크다”고 주장했다.

‘제3의 불황’을 언급한 것은 에르네스트 만델이 1970년대 초중반의 위기를 상징적으로 부르기 위해 책의 제목을‘제2의 불황’이라고 쓴 데 비유한 것. 장시복 연구자는 20세기 이후 자본주의가 경험한 위기 중 가장 심각했다고 평가되는 대공황, 1973-75년 세계적인 규모의 위기에 이은 이번 위기를 ‘제3의 불황’으로 호명했다.

장시복 연구자는 신고전학파나 케인즈주의의 주장과 달리 이번 위기 진단에서 자본주의 내재적 발전 과정에 나타나는 모순의 폭발에 주목했다. 수요와 공급의 조정을 통해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으며 위기는 단지 외부의 충격으로 인해 발생한다고 믿는 신고전학파의 주장이나 미세 조정으로 경제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믿는 케인즈주의의 주장과는 달리 자본주의는 내적인 발전 과정에서 모순이 폭발하며 늘 ‘위기의 전염병’에 시달려 왔다는 인식의 접근이다.

1973-75년 미국 경제와 세계 경제 위기, 1980년대 중반-1990년대 초반 저축대부조합 위기, 1987년 미국 주식 공황, 1990년대 일본 장기불황, 1990년대 중반 남미 위기, 1997년 동아시아 외환위기, 1998년 러시아의 모라토리엄 선언과 LTCM(Long term Capital Management) 위기 등 장시복 연구자는 자본주의 경제 위기가 다양한 수준의 강도, 범위, 지속성을 띠며 발발한 데 주목했다.

장시복 연구자는 다만 “이번 위기가 진행 중인 상황이므로 ‘제3의 불황’이라는 표현이 과도할 수 있다”고 말하고 “그러나 이번 위기가 세계적인 규모에서 일어나고 있고 금융위기와 경기 침체가 공존하는 복합 위기의 성격을 띠며 지금까지 경제 지표들이나 예측치들을 보면 대공황, 1973-75년 공황에 이은 제3의 불황으로 불러도 무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시복 연구자는 “이같이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발발한 위기와 장기화될 공산이 있는 경기 침체는 필연적으로 체제의 변혁을 부른다”며 다섯 가지 예측과 전망을 내놓았다.

우선 위기는 자본주의 자체의 모순의 폭발이란 점에 주목했다. 장시복 연구자는 “‘자본주의의 한계 자본 그 자체이다’는 말로 표현하듯 자본주의에서 발생한 위기는 자본주의 자체의 모순의 폭발로 이해해야 한다”며 정치경제학의 관점에서 현 위기 진단에 접근할 것을 주문했다.

두 번째로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와 이를 바탕으로 한 경제 운용이 파탄났다는 점을 들었다. 장시복 연구자는 “‘시장에 모든 것을 맡겨야 한다’는 신자유주의적 이데올로기는 이미 위기를 통해 완전히 부서져 버렸다”며 “무엇보다 높은 수익을 제공하던 월가의 금융작동 방식이 이제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편 케인즈주의 국가 개입이 대중적인 영향을 발휘할 것이지만, “이번 위기에 대응하는 케인즈주의 국가 개입은 자본주의적 국가의 경제 개입의 계급적 성격을 적나라하게 폭로할 것”이라며, 케인즈주의 국가 개입은 자본에게 책임을 부과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 민중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형태가 될 것임을 경계했다.

네 번째로 사회 세력 사이에 쟁투가 격렬하게 펼쳐질 것으로 내대봤다. 장시복 연구자는 “자본주의의 위기가 곧 자본주의의 파국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심각한 수준의 위기가 발생했을 때는 자본주의의 체제 변혁을 둘러싸고 사회세력들 간의 쟁투가 격렬하게 진행되는 것”이라며, 쟁투의 필연성을 언급했다.

마지막으로 장기적으로 달러 헤게모니의 위기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토론 과정에서 장시복 연구자는 위기 국면에서 쉽게 발견되곤 하는 ‘국민경제를 걱정하는 오류’를 적극 경계했다.

장시복 연구자는 “위기 하면 시스템 붕괴를 두려워하는데 그러면서 빠지는 감정이 국민경제를 살리고 봐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하고 “국민경제가 망하니 큰일이 아니냐 라는 생각을 접고 노동자 민중의 이해에 맞게 뭔가 만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케인즈주의에 대해 ‘자해공갈단’이라고 비유한 장시복 연구자는 “향후 자본주의 체제 대안으로서 과연 케인즈주의를 받아들일 수 있는 거냐. 왜 거기 함몰되어야 하나. 그 지점에서 문제를 짚고 패배주의에서 벗어나는 게 필요하다”며 사회주의적 전망 제시 과제를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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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황 , 맑스 , 맑스코뮤날레 , 케인즈주의 , 국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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