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우의 ‘북구형’도 위험.. 문제는 국가독점자본주의

채만수, ‘진보적 지식인들’의 경제위기 진단 프레임 맹비난

이승선 '프레시안' 기자, 장정수 '한겨레' 편집인, 성한용 '한겨레' 선임기자, 강태호 '한겨레' 남북관계 전문기자, 조순 전 경제부총리, 유종일 KDI 교수, 정남기.최우성 '한겨레' 기자, 우석훈 성공회대 교수, 김호기 연세대 교수, 최태욱 한림대 교수, 전창환 한신대 교수, 이정우 전 청와대 정책실장...

한국에서 채만수 소장의 안목을 충족하는 저널리스트나 지식인은 얼마나 될까. 장단 간에 경제위기에 대한 진단과 주장을 내놓았던 ‘진보적 지식인들’이 줄줄이 혹세무민지설의 주인공 신세로 내몰렸다.

  채만수 노동사회과학연구소 소장. 사진/ 자료사진
채만수 노동사회과학연구소 소장은 지난 11일 연구소 워크샵에서 ‘심화되는 금융위기와 신자유주의’를 발표하고, 이를 보강한 글 ‘대공황과 혹세무민지설들’을 월간지 ‘정세와노동’에 게재했다.

채만수 소장은 위에서 열거한 사람들의 주장을 하나씩 짚어가며 “비록 표현이 다르고, 또 사람에 따라 방점을 찍는 곳이 다소 다르지만, 그들 간의 그러한 비본질적인 차이를 도외시하면, 그들의 주장의 요점은 사실상 동일하다”고 일갈했다.

심지어 “이들 ‘진보적 지식인들’ 혹은 ‘개혁진보세력’의 이러한 ‘대안이념’은 사실은 현 공황.위기 국면에서 터져 나오고 있는 극우 이데올로그들의 그것과 그다지, 아니 조금도 다르지 않다”고 못을 박았다.

채만수 소장은 왜 이처럼 ‘진보적 지식인들’이나 ‘개혁진보세력’의 주장이 ‘극우 이데올로그들’과 다르지 않다고까지 쎄게 질렀을까. 말은 사납지만 간명하다. 자본주의 위기의 본질, 그러니까 '진보적 지식인들'이 현 세계 경제위기의 발발 원인 진단과 대응을 주장함에 있어‘시장 대 국가’의 프레임에서 벗어나 국가독점자본주의 자체의 프레임을 건드리지 않았기(못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채만수 소장은 “극우 이데올로그들 역시 탐욕과 방종을 비판.비난하고, 신자유주의의 종언, 레이건-대처리즘의 종언, 미국형 혹은 영미형 자본주의의 종언, 몰락을 얘기하면서 ‘보다 투명한 자본주의’, 탐욕과 방종이 정부.국가에 의해서 규제.감독되는 자본주의, 국가의 역할 증대 등을 요구하고 있다”고 소개하면서 '진보적 지식인들'의‘혹세무민지설’들까지 한묶음으로 비판하고 나선 것.

이정우의 ‘북구형 시장경제 우수’ 진단에 ‘덴마크.스웨덴도 위험’ 반박

채만수 소장은 특히 이정우 경북대 교수의 글에서 많은 이야기를 풀었다. 이정우 교수는 ‘한겨레’가 지난 9월 29일 “경제위기의 성격과 대처 방안에 대한 중진 경제학자들의 의견을 담은 특별기고” 첫 번째 주자로 선정하고, 10월 13일 경제섹션의 ‘이정우의 경제이야기’ 연재를 시작했다.

채만수 소장은 이정우 교수가 ‘[특별기고] 사상누각이 주는 교훈’(9월 29일)에서 ‘맹목적 시장주의’를 비판한 데 대해 “(맹목적 시장주의 뿐 아니라)‘개명한 시장주의’ 혹은 ‘조정 시장경제주의’ 역시 ‘무책임하고 위험’하며 ‘금융위기’가 필연적임을 곧 보게 될 것"이라고 훈수한다.

이정우 교수는 이번 위기의 발단이 “금융에 대한 지나친 규제완화와 감독 부실”에서 나왔고, “정부 개입을 반대해온 시장만능주의자들이 오래 동안 각종 규제를 완화”함에 따라 미국 금융계의 모든 신화가 사상누각이 되었다고 지적했다.

미국 금융위기가 한국 경제에 주는 시사점에 대해 이정우 교수는 “한국 경제가 추종해온 것이 미국식 월가 자본주의 모델”이고 “미국에서 경제학을 훈련받은 사람들이 학계, 정부, 재계, 언론계에 포진하여 날마다 ‘시장’을 외치고 있는 상황”임을 환기했다.

이정우 교수는 이명박 정부에 대해 “모든 전봇대를 뽑을 듯이 규제완화를 부르짖고 있고, 작은 정부, 감세를 내세워 멀쩡한 종합부동산세조차 없애려”한다며 “부시의 경제철학과 쏙 빼닮은 이명박의 경제철학은 참으로 걱정스럽다”고 주장을 이어갔다.

이에 대해 채만수 소장은 ‘미국에서 경제학을 훈련받은 사람들’의 하나로 이정우 교수를 지목하하고, “‘멀쩡한 종합부동산세’를 빼놓고는, 자신이 참여하여 핵심적 역할을 했던 ‘참여정부’의 제반 경제정책, 예컨대 한미FTA나, 비정규직 확대 등을 노린 이른바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 등이야말로 ‘월가 자본주의 모델’”이 아니었느냐며 직설을 쏟았다.

“금융에 대한 지나친 규제완화와 감독 부실에서” 왔다며 ‘맹목적 시장주의’를 지적한 이정우 교수의 위기 진단에 대해서는 “‘맹목적 시장주의’가 아닌, 말하자면, ‘개명한 시장주의’ 혹은 ‘조정 시장경제주의’ 역시 ‘무책임하고 위험’하며 ‘금융위기’가 필연적임을 곧 보게 될 것”이라며 공세를 폈다.

채만수 소장의 비판은 ‘이정우의 경제이야기’ 첫 번째 글 “‘시장경제’가 문제 아니라 ‘미국형 시장만능주의’가 문제”(10월 6일)로 이어진다.

이정우 교수는 이 글에서 “고삐 풀린 자본주의, 규제되지 않은 금융시장의 문제점이 폭발적으로 나타난 것”이지만 “이것을 자본주의 혹은 시장경제 일반의 문제점으로 확대 해석해서 시장경제 자체를 배척해서는 안 된다”고 짚고 “이번 금융위기에서 문제가 된 것은 미국의 시장만능주의 경제모델이지 시장경제 자체는 아니기 때문”이라는 의견을 개진했다.

이정우 교수는 영미형, 북구형, 유럽형의 세 가지 시장경제의 유형을 언급하며 “지난 수십 년 동안 세 모델의 종합성적”으로 “좌파는 경제를 망친다는 것이 정설처럼 통하는 한국에서는 참으로 믿기 어렵겠지만 50%나 세금을 거두는 북구 좌파 국가의 경제 성적이 우수”하다는 분석을 제시했다.

채만수 소장은 스웨덴.노르웨이.핀란드.덴마크 등 북구형 시장경제 국가가 우수하다는 이정우 교수의 주장도 놓치지 않고 문제 삼았다.

체만수 소장은 덴마크 로스킬데 은행이 북유럽 지역 86개 금융회사 가운데 지난해 주식이 최악이었다는 사례와 함께 UBS 은행과 신용평가기관 무디스(Moody's)가 “덴마크의 위기는 유럽의 다른 나라들의 그것과 다르고 더욱 나쁘다”고 한 판단을 소개했다. 아울러 주택가격이 상승하고, 뱅크런을 예방하기 위해 정부가 은행 예금 지급보증 조치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환기했다.

스웨덴에 대해서도 1990-94년 사이 체제 위협 수준의 심각한 경제.금융위기를 겪었고, 오늘날 “스웨덴의 주택가격은 미국의 그것보다 더욱 과대평가되어 있다”고 언급하며 이정우 교수가 “이것을 자본주의 혹은 시장경제 일반의 문제점으로 확대해석해서 시장경제 자체를 배척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부적절하다고 제기했다.

'국가 대 시장'이 아니라 국가독점자본주의로서의 케인즈주의.신자유주의

채만수 소장의 주장은 '진보적 지식인들'이 갖고 있는‘시장과 국가’프레임 비판으로 이어진다.

채만수 소장은 ‘시장 대 국가’의 문제와 관련 “시장에 대한 국가.정부의 규제.감독.감시 및 국가.정부의 역할 증대 요구”가 “‘규제완화’.‘작은 정부’를 외치는 ‘신자유주의’에 대한 비판이고, ‘투쟁’”이고, 따라서 자못 설득력 있게 들리지만 “바로 거기에 함정이 있다”고 지적했다.

채만수 소장은 무엇보다 “(국가.정부의) 역할 강화를 요구.주장하는 국가 혹은 정부는 과연 누구의 국가, 누구의 정부인가”를 묻고 독점자본가계급의 국가.정부라는 사실을 부각했다. 채만수 소장은 “국가의 본질, 그 계급 억압적 기능에 대한 선의의 무지 때문이든, 아니면 그것을 짐짓 은폐하고자 하기 때문이든, 바로 이 점에 침묵”한다며 독점자본가계급의 국가.정부를 강화하는 주장이 갖는 반동성을 제기했다.

계속해서 '시장과 국가'의 프레임은 신자유주의의 본질과 전선을 왜곡하거나 은폐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채만수 소장은 “전선의 본질이 마치 시장 대 국가, 혹은 시장 대 정부의 대립.갈등에 있는 것처럼 주장”하지만 “시장 대 국가, 혹은 시장 대 정부의 대립.갈등은 결코 신자유주의의 본질도 그 전선의 핵심도 아니”라고 주장했다.

채만수 소장은 “노동 대 자본 간의 대립, 독점자본에 의한 노동자계급에 대한 공격.억압의 강화”가 신자유주의의 본질이며, “시장과 국가.정부의 대립이나 갈등은 그 핵심적 전선을 은폐하고 호도하기 위한 기만적인 치장, 기만적인 슬로건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 비판에 따르면 케인즈주의와 신자유주의 문제도 무매개적, 절대적으로 대립시키거나 “신자유주의=악, 케인즈주의=선”이라는 식으로 사고하는 것도 위험하기 짝이 없다.

채만수 소장은 이같은 사고가 “국가독점자본주의로서의 신자유주의에 대해서 뿐 아니라 국가독점자본주의로서의 케인즈주의에 대해서도 전혀 이해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며 따라서 “곧바로 반동적인 국가독점자본주의에 봉사하는 것”이라고 경고하고, 국가독점자본주의 자체의 문제에 주목할 것을 강조했다.

채만수 소장의 이같은 ‘혹세무민지설’ 공세에 아직까지 당사자들의 반응이 확인되지는 않는다. 지켜보건대 당장 적극적인 논쟁으로 이어질 것 같지는 않다. 세계 경제위기가 더 발전하고, 진단과 대응 논쟁이 확산되면, ‘현실성’과 ‘대안 방향’을 놓고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논쟁 프레임으로 떠오를 것임에는 분명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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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 공황 , 채만수 , 노사과연 , 국가독점자본주의 , 케인즈주의 , 이정우 , 종합부동산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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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사과연 회원

    월간지 '노동과정세'가 아니라 [정세와 노동]입니다. 수정 부탁드립니다.

  • 보스코프스키

    자본주의가 케인즈주의랑 신자유주의 뿐인지요? 국가독점자본주의라고 하니 웬지 아래로부터의 자본주의도 있을 수 있다는 어감으로 수용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습니다. 물론 채만수소장님은 당연히 반 자본주의이시겠지만요.

  • GGG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의 국가이지 않았나? 나도 저같은 부르조아지였다면 나의 법률로 경찰행정으로 정부라는 국가기구로 좌지우지 나의 지배계급 모양새를 만들어 나가겠다.

    나는 나의 국가, 나라가 아직 필요하다.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가)
    국가독점자본주의란 말은 이땅 자본주의 발전단계, 이 시점에서 포기하게 만든다. 무얼? 생산의 주역 주인 노동자라는 개념과 OOOO 하며

  • ggg

    강아지들은 짓게 놔두고

    이율배반

  • 근데

    ' 노동자의 국가 ' 는 뭔가요? ' 노동자독점자본주의 ' 나오는 것 아녀?

  • 디스

    보스코프스키/제 생각엔, 최근의 소위 진보학계의 논쟁 구도가 '케인즈주의' vs '신자유주의'로 놓여진 채 이루어지는 경향을 지적한 것 같습니다.

  • 글쎄요

    차라리 본문을 그냥 옮겨적는 게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글이군요..

  • 보스코프스키

    디스님 감사합니다. 논쟁구도를 옮겨적다보니 있는 일(해방연대 기관지 해방지 금융위기와 신자유주의 파산 - 그 대안은 케인즈주의인가? 에서도 국가독점자본주의의 모순이라는 구절이 있긴 하군요.; 외부기고 글이고 방향과는 다를수 있다는 경고도 있지만요.)이겠지만 '국가독점'자본주의가 아닌 자본주의는 괞찮은가 하는 의미에서 제기한 것입니다. 물론 국가독점자본주의 내의 논의를 반대하시는 분들은 모든 자본주의를 반대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보스코프스키

    글 주소... http://www.lodong.org/board/board.html?mtype=view&page=&bid=1&num=96&seq=642&replynum=96&shownum=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