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한나라당 프레임에 갇힌 민주당

한나라당, "민주당에 11일까지 대책 미비점 의견 달라 했다"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10일 오전 "한미 FTA 비준동의안은 국익이 걸린 사안이기 때문에 12일 공청회를 하고 난 뒤에 바로 상정을 해서 처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히고 12일 비준동의안 상정에 대한 기존입장을 다시 확인했다.

홍 대표는 "민주당은 자기들 집권기에 체결한 한미FTA를 오로지 정부 발목 잡기에만 혈안이 돼서 ‘결사저지 하겠다’ 그리고 ‘몸으로 막겠다’는 소리까지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하고 "소관 위원회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를 시작해서 조속한 시일 내에 한미FTA는 처리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날 오전 정책워크숍에서 일방적 강행은 반드시 저지하겠다는 것을 다시 확인했다. 원혜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우리의 입장을 정리해보면 '선대책 후비준'"이라며 "한나라당이 외통위에 선대책의 마련이 없이 일방적 강행처리를 하면 용납하지 않고 저지하겠다는 것이 우리당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선대책 후비준론'은 한나라당의 원칙을 바꾸는데 있어 논리적으로 큰 명분이 되지 못하고 있다. 일단 '선대책 후비준'론은 한나라당에서도 원칙적으로 반대하지 않는 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민주당이 대책을 제시하면 얼마든지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송광호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에서 "이번에 FTA동의를 하면서 농촌에 대한 확실한 대책을 세우지 않고 우리 한나라당에서 의결해준다면, 삼중고에 겹친 농민들의 분노는 하늘을 찌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송 최고위원은 "노무현 정부가 내온 대책은 미흡했는데 더 이상의 대책을 세우지 않은 상태에서 동의안이 처리된다면 국민이 우리 한나라당이나 정부를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하는 것도 깊이 생각을 해야 한다"고 주장해 대책의 미흡함을 참여정부에 돌렸다. 이에 대해 박희태 대표최고위원은 "‘선 농촌대책 후 FTA비준’은 우리의 원칙적인 관심"이라면서 "그동안 정부에서 농촌대책을 단편적으로 여러 번 발표를 했었는데 한꺼번에 해서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국민들에게, 농민들에게 확실히 인식이 가도록 한 연후에 FTA처리에 임해야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한나라당 조윤선 대변인도 최고위원회의 비공개 부분 브리핑에서 "농어민들에 대한 피해보전대책이 확고하게 마련되어야 한다는 점은 한나라당도 마찬가지의 같은 입장"이라고 말하고 "이미 참여정부 때에 만들어진 피해보전대책에 한나라당과 정부가 미비점을 보완해서 지난 5월 17대 임시국회 때에 야당에 의견을 구했다"고 설명했다.

조 대변인은 "야당이 그 당시에도 역시 ‘선대책 후비준’이라는 말만 계속했을 뿐 구체적으로 농어민 대책에 관해서 어떤 점이 모자라고 어떤 점이 더 추가되어야 하는지에 관한 의견은 제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조 대변인은 또 "지난주에 외교통상통일위원장 명의로 공식적으로 농림수산식품위원장과 함께 지금까지 마련되어있는 농어촌 대책을 민주당에 보내 미비한 점이 있으면 지적하고 어떤 점을 추가해야 하는지를 11일까지 의견을 달라고 이야기 해놓은 상태"라고 밝혔다. 이미 선대책은 어느 정도 있다는 얘기고 모자란 것은 민주당의 의견을 듣겠다는 것이다.

조윤선 대변인은 한 발 더 나아가 "지금 저희가 마련하는 농어민대책은 비단 한미FTA의 시행으로 인해서 피해를 받는 농어민들에 대한 직접적인 손해배상의 차원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며 "이번 한미FTA를 시작으로 해서 앞으로 우리가 예상하고 있는 여러 국가 간의 FTA, 그리고 지금 협상이 잠시 중단되어 있는 DDA협정 등 이런 시장개방 상황에서 우리의 농어민들이 보다 경쟁력을 갖추고 체질을 강화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이번 농어민 대책 마련의 주요 요소"라고 설명했다. 농어민의 기업화, 선진화 등 체질강화를 통해서 개방시장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조 대변인은 "농어촌의 보완대책을 마련한다고 해서 비준절차를 마냥 늦출 수만은 없다"면서 "한쪽에서는 농어민을 위한 보완대책 마련을 하고 다른 쪽에서는 일정대로 비준동의안을 처리하는 것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미국은 한미FTA 비준동의안을 처리하면 즉시 한미FTA를 발효할 수 있는 준비가 되지만 한국은 본회의 통과 후 24개의 관련 법안을 개정할 시간이 있기 때문에 비준절차를 일정대로 처리해도 피해보전대책을 마련할 시간은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현상태로 상정하면 반드시 저지한다는 입장만 반복했다. 김유정 민주당 대변인도 이날 현안 브리핑을 통해 홍준표 원대대표의 12일 공청회 직후 비준안 상정 발언에 대해 "민주당이 ‘선대책 마련 후비준’을 강조하는 것이 어떻게 정부의 발목잡기인가?"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김 대변인은 "미국의 경우 금융위기와 오바마 후보의 당선으로 여건이 달라졌고, 우리도 경제악화 등으로 많은 상황변화가 있다"면서 "한미FTA 비준동의는 변화된 여건에 맞춰야 한다는 것이고, 아직은 충분한 시간이 있다"고 말했다. 김유정 대변인은 "충분한 시간이 있는데도 거대여당이 단독으로 상정하겠다면 소수 야당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을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원혜영 민주당 원내대표도 이날 워크숍 마무리 발언을 통해 "만일 선비준으로 미국 의회가 재협상을 요구할 때 한국의 국회는 국론의 분열이 심각해질 것이라는 점들이 지적되었다"면서 "우리가 선택하고 올바른 결의안은 미국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전략으로 국익에 입각해서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선대책 후비준'론은 한나라당이 만든 프레임에 갇힌 형국이다. 한나라당이 제기한 대로 이미 협상 체결을 주도했던 주체가 현 민주당이었고 한나라당 조윤선 대변인이 전한대로라면 한나라당은 피해대책의 공을 민주당에 넘겨버렸기 때문이다.

청와대, "오바마 당선인 측 FTA 공식입장 전달은 없었다"

한편 청와대는 최근 일부언론의 ‘미국 오바마 당선자 쪽에서 한국이 먼저 FTA를 비준해 줬으면 좋겠다라는 뜻을 전해 왔다’라는 보도에 대해 "정확하게 말하면 미국 대선전에 미국 일부 민주당 관계자들이 그동안 개인적인 의견을 비공식적 경로를 통해 전달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청와대는 "대통령 선거 이전에 개인적 견해를 비공식적으로 전해 온 것이지 당선인 측의 공식 견해가 우리 정부에 전달된 것은 아니며 그것은 또 외교적인 상식에 맞지 않다"고 밝혔다. 현재 오바마 당선인의 처지에서 그런 내용을 공식적으로 전해올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청와대는 또 "정부의 한미 FTA에 관한 입장은 빠른시간 내에 비준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입장에 아무런 변화가 없다"면서 "국가와 국가, 그리고 정부와 정부가 맺은 협정인 만큼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입장이 바뀌거나 해서는 안된다"고 다시 강조했다.

이에 앞서 한국일보는 여권의 고위관계자의 말을 빌려 9일 “오바마 당선자의 측근이 우리 통상책임자에게 전화해 ‘한국이 연내에 한미FTA 비준안을 처리, 오바마 당선자의 부담을 덜어달라’고 얘기한 것은 사실”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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