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허구적인 가스산업 선진화 주장

[가스 선진화 특별기고](4)결국 도시가스 요금 인상으로 이어 질 것

1) 민간기업이 보다 가스 도입을 효율적으로 추진한다?

천연가스 시장의 특성 상 구매력 집중을 통한 대량 구매 시 Buying Power가 형성된다. 국내 사업자간 분산 구매 혹은 경쟁적 구매는 Buying Power를 약화시켜 가격 상승을 촉발한다. 사유화 정책을 위해 한전에서 발전 5개사를 분사한 이후 오히려 금번 선진화 방안에서 탄구매를 한전으로 다시 일원화하는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이는 탄 구매 분산이 가져오는 가격 상승, 탄 수급 조절 정책의 불안정성 때문이다. 발전 분사 이후 누적되었던 탄 구매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탄 구매 집중을 하겠다는 발상과 가스 산업 도입권을 분산시키겠다는 방침은 모순적인 조치이다. 전력연료인 유연탄은 구매력 집중을 위해 다시 한전에서 공동구매 하고 민생연료인 천연가스는 도입 경쟁을 통해 가격을 낮출 수 있다는 발상은 어불 성설이자 천연가스 시장의 특성 자체를 곡해하고 있는 조치이다. 더욱이 아시아 태평양 지역은 에너지 블랙홀인 중국과 인도의 성장으로 인해 천연가스의 수요가 공급을 상회하는 조건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구매력 분산은 구매력 자체를 상실하게 할 수밖에 없다.

2) 탄력적 도입이 가능하고 LNG 저가 시기에 구매한다?

2000-2005년 초까지 LNG 생산기술 발달, 신규 프로젝트 개발 확대 등으로 공급 과잉 및 가격 약세 현상이 일시적으로 형성되었다. 이는 전통적인 공급자 위주 시장이 일시적으로 구매자에게 유리한 시장으로 변화하였음을 의미하였다. 구매자에게 유리한 시장이 형성되었음에도 정부는 가스공사 사유화 정책 추진을 위해 장기계약 체결 자체를 가로막았고 이로 인해 막대한 장기적 손실이 빚어졌다. 반면 이 시기 직도입을 허용받은 포스코와 SK는 유리한 계약 조건으로 115만 톤 계약을 체결했으나 유리한 가격 조건의 수혜는 이들 기업 내부로만 돌아갔다. 포스코의 산업용 물량이 기존 도시가스사로부터 이탈되었기 때문에 오히려 포항도시가스를 사용하는 소비자들은 도시가스 요금 인상을 감수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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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으로 경직된 시장으로 존재하는 LNG 시장의 특성상 탄력적 도입은 Spot 물량을 통해 해소한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 단기 구매 물량은 통상 20% 이상 가격이 비싸다. 또한 단기 구매 물량 역시 자유롭게 구매하기 위해서는 구매력이 수반되어야 하는데 현재 직도입자로 나설 특정 기업이 가스공사보다 구매력이 높지 않은 것은 명확하다. 저가 시장이 도래할 전망은 현재 보이지 않는다. 결국 탄력적 도입 가능성과 저가 시기 구매 가능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도시가스 요금에 대한 공공요금으로서의 제한 조치를 풀고 계절에 따른 요금 격차를 적용한다면, 직도입을 하는 특정 재벌의 입장에서는 가격에서 자유로와지기 때문에 비싼 물량을 탄력적으로 도입하고자 할 것이다. 결국 도시가스 요금 인상을 불가피하다.

더욱이 공공요금인 도시가스 요금을 “현실화”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재차 표명된 바 있고, 에너지 기업들이 현실화를 앞서 요구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서는 가스 요금을 “계절 간 격차”를 반영하는 구조로 개편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선진화 방안과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전반적으로 요금 현실화, 요금 인상 등을 통해 가스 산업에 참여하는 특정 기업의 성과를 사전에 부여해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3) 발전용·산업용 요금 인하가 가능하다?

한국은 일본 등과 비교해 발전용 요금이 비싸다. 이는 동고하저의 특성인 한국 천연가스 소비 구조로 인해 겨울철 도시가스 요금 인상을 막기 위해 연중균등하게 들여오는 천연가스의 여름철 소비를 발전용 연료로 충당해주었기 때문이다. 즉 발전용 연료로 천연가스가 유연탄 등에 비해 고가이지만 도시가스 요금 인상을 억제하기 위해 비싼 연료비를 감수하면서도 전체적인 수급 조절, 요금 조절 역할을 수행해 왔다. 이는 공기업 간 공적 역할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직도입 확장, 도매 경쟁을 통해 발전용과 산업용 요금 인하가 가능하다는 주장은 직도입자로 등장할 특정 기업의 입장에서는 당연할 수 있다.

현재 포스코와 SK 등이 직도입을 하면 자체 산업용 수요에 대해서는 가격을 내릴 수 있겠지만 이로 인해 가정용 가격은 올라가게 된다. 또한 포스코와 SK, GS 등이 민자 발전소를 소유하고 있는데 이 발전용 연료에 대해서도 가격을 인하할 수 있다. 나아가 가스 산업 사유화만이 아니라 발전소 매각 문제까지 연결해서 본다면 특정 기업이 계열화하게 될 발전소 및 산업용 요금은 내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100% 수입에 의존하는 천연가스의 총량 요금으로 볼 때 산업용과 발전용 요금 인하가 고스란히 도시가스 요금의 대폭적 인상 요인으로 이어지게 된다. 탄력적 구매 불가, 저가 구매 시기 도래의 불투명성, 구매력 확보 불가 등의 구조적 조건을 안고 시작하게 될 직도입자가 현재 가스공사가 구매하는 가격보다 그리고 향후 구매하게 될 가격보다 훨씬 싸게 구매하는 기적적인 일이 일어나지 않는 한 발전용·산업용 요금인하 가능성은 높지 않으며 설령 요금 인하를 할 수 있더라도 도시가스 요금 인상으로 나아갈 것은 자명하다.

4) 사적 과점 형성이 어렵다?

석유산업 시장은 몇 개 기업으로 철저한 과점 시장이다. 석유시장을 과점하는 업체를 중심으로 가스 도입 경쟁이 시작되고 직도입이 확장된다. 이들 업체를 중심으로 도시가스회사 역시 과점되어 있다. 사적 과점은 이미 존재하는 것이고 선진화 방안을 통해 과점이 강화되고 에너지 산업 전반에 수직계열화가 일어날 것이다. 가스산업 도매·소매 경쟁시장 창출은 가스 도매 부문의 확장을 통한 소매 도시가스 산업 전반의 통폐합을 통한 지배구조 강화, 나아가 발전 산업 및 전력산업 구조 개편과 맞물리면서 에너지 전반 시장의 3자매(?) 탄생의 길로 나아가게 된다.
덧붙이는 말

송유나 님은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위원이며,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 사무처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