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 자른 자리에 알바생

정부의 행정인턴제 “청년실업해소 생색용이다”

행정안전부는 지난달 21일 중앙행정기관 행정인턴십 운영계획을 확정, 지방자치단체와 정부산하기관의 정원 1% 범위 안에서 행정인턴을 선발하도록 권고했다. 최근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 공기업 등은 잇달아 인턴채용계획을 내놓고 있다. 12일 서울시 산하 5개 공기업들도 기간제 인턴 채용 계획을 발표했다.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 서울시설관리공단, SH공사, 농수산물공사 등 공기업은 새해 예산 중 공공요금, 행사경비 등 경상경비 5%를 절감해 청년실업 해소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기간제 인턴사원 536명을 채용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기업별 채용인원은 서울메트로 275명, 서울도시철도공사 200명, 서울시설관리공단 31명, SH공사 20명, 농수산물공사 10명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금번 인턴사원의 채용은 극심한 취업난에 고통 받는 대졸 미취업자에게 행정경험을 주고 향후 취업시 곧바로 활용가능한 풍부한 실무경험을 쌓도록 관리해 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직 모집요강을 발표하지 않은 서울메트로를 제외하고 4개 공기업은 주5일, 하루 8시간 근무를 기준으로 월 100만원 또는 일급 38,000원의 보수를 지급한다. 이는 법정 최저임금(일급 3만2000원, 시간당 4000원)보다 약간 높은 수준으로 한시바삐 취업을 해야 하는 대졸미취업자들에게는 턱없이 낮은 급여수준이다.

모두 채용기간을 10개월로 못 박은 점도 문제다. 서울시 공기업팀의 한 관계자는 “1년 이상 근무하면 퇴직금 지급을 하도록 법에 명시가 돼 있기 때문에 이를 피하기 위해 그렇게 정한 것으로 안다. 다른 곳도 다 그렇게 한다”고 말했다.

현행 법상 퇴직금은 주 15시간 미만의 단시간 근로자를 제외하면 1년 이상 근무한 사람에r겐 반드시 퇴직 급여를 지급해야 한다.

그는 “이 기간제 인턴 채용 계획은 당초 예산이 편성되어 있었던 것이 아니고, 예산이 없기 때문에 경상비 등을 절약해 인건비를 충당하도록 행정안전부에서 지시가 내려왔다. 상시적 필요업무가 아니며 실업흡수 차원에서 시행하는 단기적인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준비하는 박모(30)씨는 “급여가 형편없을 뿐만 아니라 채용이 된다고 해도 이후 취업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어서 지원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제갈현숙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원은 정부의 기간제 인턴 채용 계획에 대해 “대졸자들이 노동시장에서 정상적인 임금생활자로 진입하는 것을 계속해서 유예할 뿐인 생색내기, 면피용 실업대책”이라고 꼬집었다. 제갈현숙 연구원은 “인턴으로 채용된다고 해도 이후의 고용보장은 전혀 되지 않는데, 실업자 숫자의 일시적인 하락 외에 어떤 효과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강수돌 고려대 경영대 교수는 “10개월로 인턴 계약기간을 제한한 것을 보면 비용절감 뿐만 아니라 통계상 실업자 수를 일시적으로 줄이는 효과를 노린 땜질식 처방”이라고 말했다. 강수돌 교수는 “정부가 성장 위주, 건설업 위주의 정책이라는 패러다임에 갇혀있는 한 실효성있는 대책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해당 기관의 노조도 반발하고 있다. 부산시는 최근 2012년까지 부산지하철의 정규직원 370명을 줄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했고 이에 발맞추어 부산교통공사는 10개월 단기 인턴사원 105명을 채용하겠다는 공고를 냈다.

부산지하철노동조합은 지난 9일 성명을 통해 “이명박 정부 들어 그토록 부르짖던 ‘공기업 선진화’가 겨우 정규직 줄이고, ‘알바생’을 쓰는 것을 이르는 말인가. 10개월 동안 일하는 105명의 인턴사원은 결국 올해 줄여야 할 90명의 정규직의 자리에 들어서는 ‘알바생’들일 뿐”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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