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금지' 영화가 정책홍보용 '성(性)새마을' 영화로, '장애인의 성(性)' 영화가 '장애인' 영화만으로 머물러선 안돼. 사회의제가 합법주의적 공창제 등 진보적 성담론으로 함께 해야
성(性)과 관련된 두 가지 영화가 각기 다른 의미로 대중들에게 다가간다.
영화 '잔혹한 살인'(가제)을 통해 유영철 연쇄살인사건을 극화할 예정인 구명철 감독이 2000년 군산 대명동 집창촌 화재사건을 영화화한 '갈잎의 노래'를 11월 개봉을 목표로 제작에 들어간다. 구 감독은 이 영화에서 남편과 9살 딸을 둔 한 여성이 인신매매범에게 강제로 팔려 성매매 여성으로 살아가는 내용을 그릴 계획이다.
제주장애인인권영화제, 부산아시아단편영화제 등에서 상영돼 호평을 받은 바 있는 서동일 감독의 '핑크 팰리스'가 두 달간 대학로에서 무료상영에 돌입한다. 이 영화는 장애인들의 성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인터뷰 형식으로 약 80분간에 걸쳐 담아낸 것으로, 공연이 쉬는 매주 월요일 혹은 일요일에 발렌타인극장에서 상영할 계획이다.
‘갈잎의 노래’ 제작을 위해 전국의 집창촌을 답사했다는 구 감독은 “최근 우리 영화는 집창촌을 흥미 위주로만 제작하고 있는 데 대해 영화인으로서 위기의식을 느꼈다 " 라고 했다. 그간 만들어진 집창촌 배경의 영화들이 흥미 위주로 선정성에 흐르는 경우가 많았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구 감독의 이 영화 또한 다른 의미에서 시류에 편승했다는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지금은 정치권력에 의해 성매매특별법이 강행되고 있는 시점이다. 따라서 누구라도 성매매 금지에 투혼을 발휘하고 있는 여성계 권력의 입김이 자연스레 충무로에 영향력을 행사할 거라는 예상을 할 수 있다. 즉 이 영화는 제작에서 상영까지 여성계의 추천으로 물심양면의 지원을 배경으로 업고 일종의 성매매 퇴치 계몽영화로 등장이 가능하다. 만약 이렇게 된다면 구 감독의 의도와는 별개로 21세기 버전 ‘성 새마을 영화’로 전락할 수 있다.
한편, ‘핑크 팰리스’는 호주 멜버른시에 위치한 장애인 편의시설을 완비한 성매매업소의 이름으로 제작진은 "우리나라에도 이러한 시설을 만들자고 주장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이런 시설이 갖추어질 수 있는 사회적 환경, 즉 장애인의 성이 인정되고 나름대로의 대안모색들이 이루어지는 사회적 의식에 대한 부러운 마음에서 작품의 타이틀로 따왔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무료상영’이란 파격적인 방식을 택한 점도 장애인 성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를 환기시키는데 무게를 둔 것으로 보인다. 좀 아쉬운 건 “우리나라에도 이러한 시설을 만들자고 주장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며 소극적으로 나온 제작진의 자세다. 기왕에 장애인 성담론을 확산시키려면 정공법으로 나오는 게 국민들 앞에 더욱 떳떳하다.
위 영화들은 둘 다 계몽주의적인 성격을 갖고 있지만, ‘갈잎의 노래’는 성매매와 관련한 극악한 범죄를, ‘핑크 팰리스’는 억압된 장애인 성담론의 확산을 말하고자 한다. 유의해야 할 점은 전자가 자칫 성인들의 자유로운 성결정권까지 극악한 범죄와 연결시키는 오류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과 후자는 성담론이 장애인에 국한되기보다 성인남녀의 폭넓은 성담론 일부로 받아들여지게끔 당당해지라는 것이다.
장애인들에게 섹스서비스를 제공하는 네덜란드 SAR(선택적 인간관계 재단), 사회복지단체인 스위스의 '프로 인피르미스', 이와 유사한 제도를 도입 적용하고 있는 독일, 덴마크, 캐나다..의 사례는 장애인의 성 문제가 사회의제인 합법주의적 공창제 같은 사회적 성담론의 진보와 맞물려 진행되고 있다는데 주시할 필요가 있다.
혹시 특별한(?) 사람들에게 예외를 허용해달라는 식의 발상이라면 그건 오히려 앵벌이와 같은 접근방식이 되어 여성계 권력자들의 교만함을 더욱 오만하게 하는데 기여할 것이다.
글 / 홍 명 관 (한국인권뉴스 편집위원)
▼ 영화 '핑크 팰리스'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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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문건은 한국인권뉴스에서 가져왔습니다. 성매매특별법과 관련한 논의에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