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율(知律·48) 스님이 5일 경기도 고양시 동국대 일산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평소 55kg 이던 지율의 몸무게는 현재 31kg 밖에 나가지 않을 정도로 야위였으며 대화가 안될 정도로 기력이 떨어진 상태라고 한다.
지율은 지난해 9월 천성산 대책위에서 탈퇴 후 홀로 107일째 단식을 계속해 오는 등 천성산 터널 공사와 관련 2003년 2월부터 총 5차례에 걸쳐 340여 일간 단식한 바 있다.
2005년 최대의 환경논란으로 떠오른 천성산 고속철도 터널공사는 지난해 2월 지율 측과 공단 측의 환경영향공동조사가 극적으로 합의, 8월 말부터 민관 합동으로 진행키로 해 현장시추 작업을 마치고 이를 분석, 해석하는 작업이 남아 있는 상태였다.
그러나 공동조사단의 활동은 위기를 맞았다. 지난해 11월 한국철도공단이 “공사가 환경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언론에 흘리면서 지율 측은 허위 사실 유포가 “공동조사의 정신과 합의 절차를 심각히 훼손했다”며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또한 대한상공회의소는 경제논리를 내세워 천성산 공사가 지연돼 1년 동안 입게 될 손실이 2조 5천억 원에 이르며, 공사가 완전히 철회될 경우, 30조원의 손실을 보게 된다는 자료를 언론에 배포함으로써 여론 반전을 유도했다. 이런 언론플레이는 당연히 힘을 발휘했다.
지율은 여론으로부터 서서히 멀어져갔다. 그는 천성산을 해치지 않겠다고 약속한 대선 후보 당시의 노무현 씨를 믿었지만 대통령이 된 지금 예전 "공약(公約) 아닌 공약(空約)"이 돼버렸고, 여론을 만드는 기자들도 경제논리 앞에서 지율을 멀리한 채 그의 단식일수만 선정적으로 헤아리기에 급급했다.
“올해의 시민운동가”(시민의신문)로 뽑힐 정도로 인정받은 그의 각고의 노력과 오랜 단식으로 인한 건강 위험은 자신의 종교 본산인 대한불교조계종에서도 별 관심이 없는 듯 하다. 6일자 조계종 홈페이지는 “이명박 서울시장, 신년인사차 총무원장 지관스님 예방”을 톱으로 다루며 평화롭기 그지없다. 조계종 검색란에서 ‘지율’을 치면 ‘자료없음’이라고만 나온다.
한때 지율을 두고 “여성 수행자이기에 가능했다”(여성신문)고 “여성”을 강조하던 여성계도 잠잠해졌다. 한국 여성계의 대표격인 한국여성단체연합(우먼21)은 시민의신문 2004년 8월자 기사 “정부는 지율스님을 살릴건가 죽일건가”를 옮긴 이후 감감무소식이고, 여성주의 저널 일다(ildaro)는 2005년 3월 기사(지율스님의 행보에만 초점 맞춘 언론)에서 멈춰 있다.
한국철도공단과 대한상공회의소의 의도는 황우석 사태에서 보여준 악동 누리꾼들에게 그대로 전파됐다. 지율의 입원소식을 전하는 기사(연합 1.4)밑에 붙은 덧글들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지율을 모욕하고 있다. 필자는 이들의 진면목을 그대로 전한다.
“지금까지 공사중단으로 인한 손해를 다 물어내라!!(jms2456), 반대를 위한 반대도 종말을 고할 때가 왔다고 본다(hoffea), 절대 않죽는다. 생쇼에 다들 우롱당하는구나. 신도들 많이 몰려 돈꽤나 벌겠구만... 먹을 것 다먹구서 쇼를 하는 것이 분명한 이유는 기네스북에 오르지 못했다는 것이다(cjddns0124), 목숨으로 도박하는 지율에 비하면, 하루 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중생들이 참 부처입니다...당신만 소모품이며 먼지일뿐...(abin42195), 이런 써글년 국가발전에 백해무익한 인간쓰레기!(gokht), 지율 땡추야 그거 고만하고,,,, 줄기세포 발전을 위해 난자 기증이나 좀 해라.... 우석이가 난자가 없어 연구럴 몬한다자나.... 한달에 한번씩 10년만 혀~ 그라머 한 1500개 나오나?(eree55), 당신이 죽는다고해도..별다른 마음에 변화나 동요는 없을거 같읍니다.지율 당신은 이나라 어떠한 도움도 돼지않는..또 당신이 그렇게 부르짖는 환경운동역시 당신같은 취지로 하는것은 국민들에게도 설득력이 없답니다..걍 어서 뒈 지 세요!!(kjh1970kjh)"
누리꾼들의 악플에 용감하게 맞선 이는 이렇게 분노한다.
"지율을 욕하는 사람들...당신들은 당신들에게 직접적 이익이 되지 않는 일을 위해 목숨을 바칠 수 있습니까? 자연을 아끼고, 환경을 보호하고자 한 그의 외침이 단순한 그의 이기심입니까? 언제까지나 개발만이 최선의 방법일지...우리 후손들은 괴로워할 수도 있습니다.(mandymj), 스님 이 못난 중생들을 용서하지 마세요. 탐욕과 질투와 시기로 가득찬 이 세상의 특히 대한민국의 흉칙한 물건들을 절대로 용서하지 말아 주세요. 우리 모두는 쓰레기이며 시궁창 입니다. 저 대통령부터 하루 1만원도 못버는 최빈곤층까지 당신에 비하면 우리들은 소모품이며 먼지입니다.(sfd1029)"
천성산 (http://www.cheonsung.com/ )은 이렇게 전하고 있다.
"대통령이 되기 전에는 천성산이, 북한산이 필요했다. 그 후 대통령이라는 최고의 자리(지붕)에 오른 것이다. 대통령의 후보자 시절은 지율이나 누구나 후보자와 대등 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지붕에 올랐으니 상하 관계가 되었다. 백지화 약속을 지키는 것은 천성산이나 북한산을 두고 한 약속을 중심으로 하여 당사자들이 동등한 위치임을 재확인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를 거부 했다.
천성산의 불교 역사적, 문화적, 생태적 가치가 결코 다른 국립공원의 큰산인 가야산이나 지리산에 뒤지지 않는다. 천성산은 환경부에서 지정한 생태계보전지역이다. 국내 최고 고층습지인 무제치늪, 습지보호지역인 화엄늪 그리고 다수의 천연기념물과 법적 보호종이 서식한다. 천성산은 자연환경보전지역, 문화재보호구역, 야생조수보호구역 등 10개의 보호구역으로 정부에의해 지정된 생태계의 보고다.
힘없는 일개 비구니가 편법이 판치는 세상을 향해 온몸을 던지지 않고 적당히 유인물이나 만들어서 문제점을 지적 한다면 누가 관심을 갖겠는가? 그 산에 고산 늪지가, 희귀 식물이 있는지? 지하수가 유출되는지 누가 알 것인가? 터널설계 기준을 무시 했는지, 아닌지? 도대체 누가 알 것인가. 언론계의 권위자조차도 서울시청 앞에 사람을 불러 모아놓고서 다중의 위력을 과시하면서, 지율의 단신 몸부림은 폄하하는 현실이 아닌가?"
(‘지율스님을 걷어 차버린 사회’ 중에서)
자본과 개발 지상주의 앞에 환경보존으로 맞선 한 비구니의 처절한 외침이 경각에 달해있다. 인간이길 포기하는 모욕하는 자들과 침묵하고 외면하는 이 사회에 천민자본주의의 만가(輓歌)만 울려 퍼진다. 한국사회에 지성은 어디에 있는가. 과연 있기나 한 걸까.
최 덕 효 (한국인권뉴스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