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의 밤이 이어지고 있다.
헌재는 아직 윤석열을 탄핵하지 않았다. 과거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 때는 변론 종결 14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에선 11일 만에 탄핵심판 선고가 났었다. 그런데 윤석열은 최종변론이 있은지 오늘로 18일째다. 체포·구속에서 석방까지, 온갖 특권을 누리며 지금도 한남동 구중궁궐에 있을 그 자를 생각하니 피가 거꾸로 솟는다. 헌재는 절차적 하자가 없도록 숙고의 과정을 거친다고 설명하지만, 더 이상 예외는 없다. 광장의 힘으로 내란범 윤석열을 헌법재판소 법정 앞으로 끌고 왔으니, 헌재는 하루 빨리 광장의 요구에 합당한 파면 결정을 내려야 한다.
탄핵심판 선고가 늦어지면서 광장의 시민들이 느끼는 감정은 분노와 탄식, 불안과 공포다. 이번 12월 3일 비상계엄으로 전 세계가 목도한 내란범 윤석열은 그 어느 독재자보다 무지하고 위험한 인물이다. 그가 파면되지 않으면, 권력을 휘두르는 자리로 돌아가 다시 국회를 장악하고 군을 동원해 시민들에게 총을 겨눌 수 있다. 그는 한반도 전쟁마저 불사할 것이고, 제주 4.3항쟁 이후와 광주 오월항쟁 이후의 학살을 재현시키려 할 것이다. 그는 극우세력을 선동해 우리 사회를 극단적 혐오가 가득한 사회로 만들려 할 것이다. 프랑스 장 마리 르펜처럼, 남은 생애를 극우세력의 선봉으로 살다 죽고자 할 것이다.
윤석열이 파면되더라도, 종신형을 받더라도 극우세력의 준동을 저지하지 못하면 금방 풀려날 수 있다. 불평등과 혐오, 차별 등 구조적 모순을 극복하지 못하면 나쁜 역사는 되풀이 된다. 살인마 전두환이, 숱한 재벌들이 그렇게 살다가 죽었다. 트럼프가 다시 대통령이 된 이유도 여기 있다.
하지만 우리에겐 꿈이 있다. 절망적 상황에도 우리가 윤석열 파면을 끝내 이루려 하는 이유는 우리가 살고 싶은 사회가 있기 때문이다. 차별 없는 나라, 평등한 나라, 민주주의가 살아 숨쉬는 나라, 평화로운 나라에서 서로 돌보고 연대하는 일상을 꿈꾸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권 전에도 평범한 사람들의 삶은 자꾸만 후퇴하는 민주주의, 시장화된 경쟁 사회에서 너무도 고단했다. 가진 자들은 더 많은 것을 착취했지만, 평범한 사람들은 소중한 것들을 잃으며, 경쟁과 착취로 내몰렸다. 사람답게 존중받으며 일할 권리를 잃었고, 비인간 동물과 환경을 착취하며 살아왔다. 이런 사회에서 정치가 정상적일 리 만무하다.
혹여 헌재가 윤석열을 탄핵시키지 않으면, 우리는 보여주어야 한다. 우리가 얼마나 강한지, 얼마나 끈질긴지, 그리고 얼마나 서로에게 다정한지. 윤석열 같은 자들이 또 나타나더라도, 광장에서 다시 만나자. 우리의 연대가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 우리가 얼마나 많은 존재들을 포용하고 살릴 수 있는지 증명하자. 헌재는 시간을 질질 끌지 말고, 윤석열을 즉각 파면하라.
오늘 광장에 선 우리는 외롭지 않다. 이 글을 읽고 있을 당신을 생각하니 두려움이 사라진다.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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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윤석열 퇴진! 세상을 바꾸는 네트워크’가 발행하는 <평등으로>에 실린 글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