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Planet Volumes, Unsplash+
오늘(3월 12일) 국제에너지기구(IEA)가 회원국들이 총 4억 배럴을 방출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비상 석유 비축 방출을 승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원유 가격은 배럴당 95달러를 넘어섰다. 그러나 이 조치는 유가에 거의 영향을 주지 못했다. 이라크 해역에서 유조선 두 척이 공격받은 뒤 이라크가 석유 터미널 운영을 중단해야 했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도 사실상 계속 봉쇄된 상태로 남아 있으며, 여러 상선이 이란 연안에서 공격받았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중동의 주요 산유국들은 생산을 줄이기 시작했고, 이는 세계 공급을 더 긴축시키고 있다. 이란 정부는 휴전을 검토하려면 미국이 앞으로 미국이나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따라서 이란 전쟁은 도널드 트럼프에게 잘 풀리지 않고 있다. 그의 ‘선택한 전쟁’(즉 무제한적 공격)은 이제 ‘홉슨의 선택(Hobson’s choice. 사실상 선택권이 없는 선택)’이 됐다. 일부 신속한 폭격으로 이란 지도부를 제거하고 이른바 ‘베네수엘라식 해법’처럼 정권 교체를 이루겠다는 그의 ‘계획’은 실현되지 않았다. 이란은 베네수엘라가 아니다. 이란은 인구가 9천만 명이 넘는 거대한 국가이며,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무기로 철저히 무장한 국가다. 이란의 성직자 지배 정권에게 이것은 생존을 건 투쟁이다.
이란 국민이 정권에 맞서 봉기할 것이라는 트럼프의 기대도 현실이 되지 않았다. 이 정권은 다수 국민에게 미움받고 있으며, 최근에도 정권에 항의한 시위대 3만 명 이상을 살해했다. 그러나 폭탄이 머리 위로 쏟아지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거리로 나설 수 없다. 게다가 그런 시위가 발생하더라도 정권은 그것을 잔혹하게 진압할 것이다. 지금까지 정권 내부 분열도 나타나지 않았고, 정권은 계속 저항하려는 의지를 보이며 단결한 상태다.
그래서 이제 트럼프는 홉슨의 선택에 직면했다. 그는 정권이 그대로 유지된 상태에서 휴전을 이루고 이를 ‘승리’라고 선언할 수도 있다. 아니면 지상군 투입과 추가 폭격을 통해 압도적인 군사력으로 정권을 무너뜨리려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게 하면 많은 미국인이 목숨을 잃을 수 있다. 이스라엘은 전쟁을 멈추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들은 가능하다면 이란을 가자지구와 같은 상태로 만들고 싶어 한다. 그러나 그들은 미국의 자금과 무기에 의존해야 하며 동시에 이란과 레바논의 헤즈볼라가 발사하는 위험한 미사일 공격에도 직면해 있다.
어느 쪽이든 여론조사에 따르면 다수 미국인이 반대하는 전쟁을 시작한 트럼프와 그의 측근들은 중간선거에서 패배할 가능성에 직면하고 있다. 현재 트럼프의 공화당이 장악한 의회는 미국 헌법상 불법인 이 전쟁을 막기 위해 아무 행동도 하지 않았다.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한다고 해서 반드시 트럼프를 제어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지만, 최소한 전쟁 자금을 차단하고 다른 트럼프 경제 정책을 막을 가능성은 있다.
또한 이 전쟁은 미국 국가 재정에 하루 10억 달러 이상을 소모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연간 국방 예산을 1조 달러 이상으로 크게 늘렸지만, 전쟁은 단 2주 만에 사용할 수 있는 무기와 군수 자원의 상당 부분을 소모하고 있다. 그 결과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속 지원하는 데 필요한 자원이 압박받고 있다. 이미 우크라이나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는 러시아와의 전선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자금과 무기가 부족하다고 불평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미국 예산에서의 전쟁 비용만이 아니다. 더 우려되는 것은 에너지 가격과 결국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다. 이전 글에서 나는 두 가지 일이 동시에 일어날 때만 석유와 가스 가격이 천문학적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첫째, 해상 운송의 핵심 병목 지점인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는 경우다. 둘째, 걸프 국가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석유 생산 및 유통 시설이 파괴되는 경우다.
현재까지는 첫 번째 상황이 현실이 됐다. 해협에서 유조선 공격 위협만으로도 선박 이동이 중단됐고, 해상 운송 보험료가 폭등해 많은 선박이 운항을 포기했다. 또한 파괴를 피하기 위해 여러 걸프 국가가 생산 시설을 폐쇄했다. 따라서 트럼프가 미 해군이 선박을 호위해 해협을 통과시킬 것이며 이란 정권이 “거의 완전히” 패배했다고 주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석유와 가스 가격은 큰 변동을 보이며 전쟁 이전 수준보다 훨씬 높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 상황이 세계 경제에 무엇을 의미할까. 그것은 이 지역에서의 석유와 가스 수송이 어떻게 되는지, 그리고 생산 시설이 장기적으로 얼마나 큰 피해를 입는지에 달려 있다. 만약 다음 주 안에 휴전이 이루어진다면 세계 석유와 가스 수출은 감소하겠지만 현재 수준의 높은 에너지 가격을 유지할 정도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분쟁이 몇 달 동안 계속된다면 에너지 수출은 5~6% 감소할 수 있으며 가격은 전쟁 이전보다 10~20% 높게 유지될 수 있다. 만약 석유와 가스 시설이 영구적으로 파괴되거나 장기간 가동을 중단한다면 유가는 배럴당 15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고, 이는 전쟁 이전 수준의 거의 세 배다. 천연가스 가격도 MWh당 120유로까지 치솟아 전쟁 이전의 네 배가 될 수 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이런 상승은 1970년대 후반의 세계 공급 충격과 비슷하며, 그 당시에는 높은 인플레이션과 세계 경기침체를 초래했다. 다만 오늘날 주요 경제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에너지 효율 개선 덕분에 1970년대보다 석유와 가스 의존도가 낮다.
그럼에도 전쟁이 장기화하면 주요 경제에서 이미 나타나고 있는 ‘스태그플레이션’ 추세가 강화될 것이다. 즉 경제 성장 둔화와 실업 증가 속에서 물가 상승이 나타나는 상황이다. 캐나다 왕립은행 경제학자들에 따르면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수준을 유지할 경우 미국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현재 연간 2.4%에서 3.7%로 급등할 수 있다. 미국 경제는 2월에 일자리 9만 2천 개를 잃었고 실업률은 4.4%로 상승했다. 이는 2025년이 지난 20여 년 동안 경기침체기를 제외하면 가장 약한 월평균 고용 증가를 기록한 해였다는 사실 이후에 나타난 수치다. 이란 전쟁은 실업을 더 증가시킬 것이다.
<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미국 인플레이션이 급등할 수 있다> 배럴당 유가 시나리오별 소비자물가지수(CPI) 전망
천연가스 가격이 현재 수준을 유지한다면 유럽의 인플레이션도 급등할 것이다. 동아시아와 인도에서도 물가 상승 압력이 크게 높아질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에너지 가격이 10% 상승해도 세계 경제 성장률은 현재 예상치인 3.2%에서 약 3%로만 둔화할 것이라고 본다. 영국과 유로존은 각각 1% 또는 그 이하의 성장에 그칠 것이다.
그러나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이상을 유지한다면 피해는 훨씬 더 커질 것이다. 예를 들어 소시에테 제네랄(Société Générale)은 유가가 10달러씩 지속적으로 상승할 때마다 인도의 경상수지 적자가 현재 GDP의 약 1%에서 0.5%포인트 확대되고 경제 성장률은 0.3% 감소할 것으로 추정한다. 유가가 100달러일 경우 인도의 경상수지 적자는 GDP의 3%에 이르고, 2026년 성장률 전망 6.4%는 약 5%로 떨어질 것이다. 같은 유가 수준에서 미국의 실질 GDP 성장률도 약 0.8%포인트 감소해 연간 2%에서 약 1% 수준으로 떨어질 수 있으며 미국 인플레이션은 연간 4%에 이를 수 있다.
이 상황은 중앙은행들에게 심각한 딜레마를 제기한다.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할까, 아니면 경제 성장을 해치지 않기 위해 물가 상승을 일시적으로 허용해야 할까. 금리를 인상하면 여전히 진행 중인 인공지능(AI) 거품 붕괴를 촉발할 수도 있다.
어느 경우든 글로벌 노스와 글로벌 사우스 경제의 가계는 모두 물가 상승과 차입 비용 증가, 혹은 고용 감소와 소득 감소에 직면할 것이다. 그것은 트럼프뿐 아니라 그들에게도 하나의 홉슨의 선택이 될 것이다.
[출처] Trump’s Hobson’s choice – Michael Roberts Blog
[번역] 하주영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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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로버츠(Michael Roberts)는 런던 시에서 40년 넘게 마르크스 경제학자로 일하며, 세계 자본주의를 면밀히 관찰해 왔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