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Unsplash, ev
세계 유가는 이번 주말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고, 한때 110달러까지 치솟았다. 제국주의적 이란 공격이 시작되기 전에는 배럴당 약 69달러 수준이었음을 고려하면, 불과 일주일 사이에 매우 가파르게 상승한 것이다. 이 상승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서 실제 공급 부족이 발생했기 때문이라기보다, 그러한 부족이 발생할 것이라는 예상 때문에 일어났다. 이번 상승은 1973년의 급격한 유가 상승과도 다르다. 당시에는 공급 부족이 아니라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가격을 몇 배로 끌어 올린 것이 원인이었다. 또한 2008년과 2022년에 발생한 급격한 유가 상승과도 다르다.
2008년과 2022년의 유가 상승은 본질적으로 단기적이었다. 2008년 상승은 중국 수요 증가와 나이지리아 및 서아시아 공급 차질 같은 일시적 요인에서 비롯된 초과 수요 때문에 발생했으며, 이런 요인들은 오래 지속될 수 없었다. 2022년 상승 역시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이 러시아에 가한 제재 때문에 발생했지만, 러시아가 제재에도 상당한 공급을 유지했고, 동시에 미국 에너지가 더 높은 가격으로 유럽 시장에 유입되면서 결국 하락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현재의 상승은 미국–이스라엘의 공격에 대한 이란의 대응에서 비롯되었으며, 끝이 보이지 않는 전쟁 기간 내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이란뿐 아니라 여러 국가의 석유 공급이 이 해협을 통과하며, 그 규모가 러시아 전체 생산량의 거의 두 배에 달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도널드 트럼프는 투기를 진정시키기는커녕 이번 가격 상승을 “전쟁 목표를 위해 치러야 할 작은 대가”라고 축소했다.
유가 상승이 상당 기간 지속된다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심각해질 것이다. 이는 에너지 제품 가격 상승을 통해 소비자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석유가 생산 투입물로 들어가는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 전반에 영향을 미쳐 인플레이션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예컨대 유가 상승으로 비료 가격이 오르면 식량 생산 비용이 상승하고, 결국 식량 가격도 올라간다. 여기에 모든 상품의 운송 비용 상승까지 더해지면서 인플레이션은 전반적으로 확대된다.
유가 상승으로 이익을 얻는 집단은 그 초과 이윤을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수요를 직접적으로 창출하지 않는 은행 예금 형태로 보유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인플레이션으로 피해를 입는 집단은 실질적인 상품·서비스 수요를 줄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러한 인플레이션은 세계 총수요를 위축시키고, 결국 세계 경제를 경기 침체로 이끈다. 여기서 우리는 현재 유가 상승의 특수성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
생산자들의 공동 행동으로 유가가 상승했지만 실제 공급 부족이 없는 경우라면, 해당 국가의 정부는 재정과 통화 정책을 확대해 총수요를 유지하고 경기 침체 위험에 대응할 수 있다(비록 1970년대 초에는 실제로 그렇게 하지 않았지만). 그러나 가격 상승이 공급 부족 때문이라면 이러한 대응은 불가능하다. 오히려 이런 경우에는 경기 침체가 불가피할 뿐 아니라, 공급 부족을 해소하는 수단으로 작동한다. 따라서 유가 상승이 지속되면 세계 경제는 반드시 인플레이션을 동반한 경기 침체를 겪게 된다.
이 상황은 모든 국가에 해당한다(적절한 대응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산유국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나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의 경우에는 추가적인 이유로 상황이 더욱 악화된다.
유가 상승은 모든 석유 수입국의 경상수지 적자를 악화시킨다. 앞선 논의에서는 이러한 적자를 금융적으로 문제없이 조달할 수 있다고 가정했다. 예를 들어 산유국이 축적한 은행 예금이 대출 형태로 수입국에 공급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은 글로벌 노스 국가들과 달리 신용도가 충분히 높지 않다. 이 때문에 그들은 늘어난 경상수지 적자를 감당하기 어려워진다. 통화 가치는 하락하고, 더 불리한 조건으로 외채를 떠안아야 하며, 혹은 자원을 담보로 제공하거나 강력한 긴축 정책을 수용해야 한다. 이 경우 인플레이션은 유가 상승뿐 아니라 환율 하락까지 겹쳐 더욱 심화된다.
이들 국가에서 경기 침체 역시 더 심각해진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내수 수요가 줄어드는 데다, 외부 채권자들이 요구하는 긴축 정책까지 추가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이들 국가 국민의 고통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들 국가가 미국에 이 비도덕적이고 불법적인 전쟁을 중단하라고 압박하는 일은 매우 시급하다.
인도 역시 세계 유가 상승의 직격탄을 맞게 된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의 약 84%가 중국, 인도, 일본, 한국 등 아시아 국가로 향한다. 따라서 해협이 봉쇄되면 유가와 환율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실제 원유 공급 자체에도 차질이 생긴다. 인도는 그 대표적인 사례다. 물론 도널드 트럼프는 인도가 유가 상승 영향을 피할 수 있도록 일정 기간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허용”했다. 그러나 독립 이후 거의 8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특정 국가로부터 원유를 수입하기 위해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사실은 반식민 투쟁의 역사에 대한 모욕이다. 그럼에도 이를 순순히 받아들이는 현재 정부 역시 문제다. 게다가 이 “허용”은 단 한 달에 불과하며, 이후에는 앞서 설명한 상황이 현실이 된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스라엘의 공격에 대해 침묵하는 것은 인도에 자멸적이다.
실제로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고 그 결과 세계 유가를 급등시킨 것은, 바로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 사이에서 전쟁에 대한 반대를 촉발하려는 의도다. 이 전쟁이 이란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들 자신을 겨냥한 전쟁이기도 하며, 그들에게도 큰 고통을 안겨줄 것이라는 점을 인식시키려는 것이다. 즉, 그들이 이 상황에 무관심하게 남아 있을 수 없다는 점을 설득하려는 것이다. 이란 군 지휘부는 국제 유가가 배럴당 최대 200달러까지 상승할 가능성도 예상하고 있다. 이러한 수준은 세계 인민, 특히 제3세계 인민에게 치명적인 부담이 된다. 따라서 이들이 즉각 개입해 제국주의적 공세를 되돌리지 않는다면 그 피해는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를 것이다.
이들의 침묵은 또 다른 위험을 낳을 수 있다. 전쟁으로 인한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 때문에 미국 내부에서 대중적 분노가 커질 경우, 도널드 트럼프는 전쟁을 단축하기 위해 전술핵 사용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시도할 수도 있다. 미국은 역사상 유일하게 핵무기를 실제로 사용한 국가다. 미국 경제학자 제임스 갤브레이스(James Galbraith)는 과거에도 내부 반대로 핵 사용이 여러 차례 저지된 적이 있다고 지적한다. 세계가 미국 정부에 단호히 맞서 이 전쟁과 국제법을 무시하는 행태에 분명한 반대를 표명하지 않는다면, 그러한 극단적 선택이 현실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출처] Imperialism, Oil Prices and The World Economy
[번역] 이꽃맘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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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바트 파트나익(Prabhat Patnaik)은 인도의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이자 정치 평론가다. 그는 1974년부터 2010년 은퇴할 때까지 뉴델리의 자와할랄 네루대학교 사회과학대학 경제 연구 및 계획 센터에 몸담았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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