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구할 희망은 '기후변화회의'에 있지 않다

교착 상태에 빠진 COP29 논의

출처: Matthew TenBruggencate, Unsplash 

2024년 유엔 기후변화회의(COP29)가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리고 있으며, 이제 회의가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다. 그러나 보고에 따르면 논의가 교착 상태에 빠졌다고 한다. 회의의 두 가지 핵심 장애물은 군사주의와 기후 재정 문제다.

브라운 대학교의 전쟁 비용 프로젝트(Costs of War Project)에 따르면, 전쟁은 여러 국가들보다 더 많은 탄소 배출을 발생시키며, 미국 군대는 단일 기관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큰 온실가스 배출원이다.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에서 벌어진 전쟁은 수십만 명의 사망자를 초래했을 뿐만 아니라 환경에 재앙적인 피해를 입히고 수억 톤의 이산화탄소(CO₂)를 대기로 방출했다. 예를 들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첫 2년 동안 약 1억 7,500만 미터톤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네덜란드, 베네수엘라, 쿠웨이트를 포함한 여러 국가가 각각 발생시키는 총 배출량을 초과한다.

한편, 가자지구는 미래에 인간이 거주 가능한 지역으로 유지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공격이 시작된 지 처음 6주 동안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무려 29,000개의 폭탄을 투하했으며, 대부분이 미국에서 공급된 2,000파운드짜리 폭탄이었다. 국제 연구팀의 한 연구에 따르면, 2023년 10월부터 2024년 2월까지 진행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전쟁 초기 120일 동안의 배출량은 26개국과 영토의 연간 배출량을 초과했다. 이 전쟁 인프라(주로 이스라엘이 건설했으나 하마스의 인프라도 포함)를 고려하면 총 배출량은 36개국과 영토의 연간 배출량을 넘어선다. 또한 가자지구 재건과 관련된 배출량은 "135개국 이상의 연간 배출량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이 연구는 밝혔다.

COP29가 군사주의가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다루는 데 실패함에 따라, 어떠한 진전도 사소한 수준에 머무를 것이 확실하다. 그러나 또 다른 주요 장애물인 기후 재정에 대한 합의 문제를 살펴보자. 이번 기후 회의에 모인 국가들의 주요 목표는 바로 이 문제다. 개발도상국들이 배출량을 줄이고 지구온난화의 위협에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2009년에 설정된 연간 1,000억 달러의 목표는 첫 번째 기한이 지난 지 2년이 지난 2022년에야 처음 충족되었다. 그러나 이 금액은 현재 독립적 고위 전문가 그룹(Independent High-Level Expert Group on Climate Finance)에 의해 현저히 부족한 금액으로 평가되고 있다. 개발도상국들은 기후변화와 그 영향을 해결하기 위해 수조 달러가 필요하다. 인도(동일한 입장의 개발도상국들을 대표하여)와 사우디아라비아(아랍 그룹을 대표하여)와 같은 몇몇 국가는 선진국들이 개발도상국에 연간 최소 1조 달러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비현실적인 제안으로 간주된다. 대신 비공식 논의에서 거론되고 있는 금액은 2,000억 달러로, 개발도상국들은 이를 전적으로 수용할 수 없는 금액으로 거부했다. 한편,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는 기후 재정에 대한 구체적인 진전을 이루지 못했고, "바쿠에 대한 지원 발언만" 남겼다. COP29에서 글로벌 사우스의 실제 요구와 필요에 부합하는 재정 목표에 대한 구체적인 숫자가 담긴 최종 문서를 보게 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것은 현재의 지정학적 상황, 세계 지도자들 사이에서 기후 행동에 대한 열의 감소, 그리고 도널드 트럼프가 백악관에 복귀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전반적인 기후 행동의 미래에 좋지 않은 징조다.

COP29에서 진행 중인 다른 과정들도 우려를 낳고 있다. 여러 세계 지도자들과 정부 관계자들이 바쿠에 아예 방문조차 하지 않았다. 특히 유럽 주요 지도자들이 이번 정상회의에 불참한 점이 두드러진다. 유럽연합 집행위원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프랑스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독일 총리 올라프 숄츠는 각기 다른 이유로 COP29에 참석하지 않았다. 미국, 러시아, 중국, 인도, 브라질의 지도자들도 이번 유엔 기후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즉, 세계 주요 오염국 지도자들이 COP29를 건너뛴 것이다.

기후 과학자 빌 헤어는 COP29에서 주요 세계 지도자들이 부재한 이유를 “행동에 대한 정치적 의지 부족의 상징”이라고 설명하며 정확히 본질을 짚었다. 실제로 기후 변화의 영향에 가장 취약한 국가 중 하나인 파푸아뉴기니의 총리는 기후 위기를 해결하려는 선진국들의 진정성에 항의하며 COP29에 참석하지 않기로 결정했으며, 파푸아뉴기니 외교부 장관은 이번 정상회의를 “시간 낭비에 불과하다”고 표현했다.COP29의 또 다른 아이러니는 개최국 대통령이 석유와 천연가스를 “신이 준 선물”이라고 옹호했다는 점이다. 이는 당연히 왜 COP29가 아제르바이잔에서 열리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아제르바이잔은 수출의 거의 전부를 석유와 가스에 의존하는 국가이다. 혹은 왜 COP28과 COP27이 각각 석유 주요 수출국인 아랍에미리트와 이집트에서 열렸는지도 의문이다. 이들 국가는 화석연료 산업을 유지하거나 심지어 확장하는 데 주요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는 기록상 가장 더웠던 해로 기록된 2023년을 넘어설 것이며, 또한 지구가 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1.5도 이상 더 따뜻해지는 첫 해가 될 것이다. 그럼에도 COP29의 대표들은 여전히 오래된 기후 기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버클리 어스(Berkeley Earth)의 기후 과학자 지크 하우스파더는 “1.5도 목표는 이미 완전히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COP29 참가국들은 글로벌 탄소 시장 체계, 즉 탄소 배출권이 사고 팔리는 거래 제도를 채택하는 방향으로 한 걸음 나아갔다. 탄소 시장이 기후 변화를 해결하는 신뢰할 만한 도구가 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많은 비판자들은 탄소 상쇄가 탈탄소화를 저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결국, 이는 기업 세계가 기후 배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용하는 대표적인 수단이다. 유럽연합은 2005년 국제 배출권 거래제(ETS)를 창설하며 이 분야를 선도했지만, 이는 널리 실패한 기후 해결책으로 간주되고 있다. 중국은 2021년에 자체 국가 배출권 거래제를 도입했지만, 대부분의 연구는 이 제도의 시행이 산업 CO2 배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거나 거의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불행히도 COP29는 이전의 모든 유엔 기후변화 회의와 마찬가지로 실망 속에 끝날 것이다. 더구나 이러한 글로벌 기후변화 회의에서 이뤄지는 약속들은 자발적이며 법적 구속력이 없다. 지난해 기후 회의에서는 국가들이 화석연료에서 벗어나는 전환을 약속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화석연료 연소가 2024년에 계속 증가했으며, 화석연료로 인한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은 새로운 최고치를 기록했다.

인류와 지구를 글로벌 기후 재앙으로부터 구할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지나치게 약한 표현이다. 그러나 모든 징후는 현재의 권력 구조가 화석연료가 고갈될 때까지 이를 유지하려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자본주의는 물론 지구 온난화의 주요 원인이다. 자본주의를 근본적으로 그리고 가능한 한 신속히 개혁하는 것이 효과적인 기후 행동을 진행할 유일한 방법일 수 있다.

따라서 기후 활동가들에게는 이중의 도전 과제가 놓여 있다. 기후변화와 싸우는 동시에 자본주의를 개혁해야 한다는 것이다. 불행히도 우리는 지구를 구하기 위한 시간이 급속히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자본주의가 끝나기를 기다릴 여유가 없다. 모든 관련 시민들은 각국 정부에 기후 행동을 요구해야 한다. 우리는 풀뿌리 전략과 전국적인 캠페인을 수용해야 한다. 기후 운동과 조직된 노동은 공통의 기반을 찾아야 한다. 이에 따라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의 중요성이 부각되며, 또한 기후변화를 위한 노동계급 전략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문제는 단지 화석연료 자본에 국한되지 않는다. 자본주의 계급의 주요 파벌들, 특히 금융 자본이 핵심적인 문제다. 2015년 거의 모든 국가가 파리협정을 채택한 이후 은행들은 화석연료에 약 7조 달러를 투자했다. 기업 자본과 금융 자본 모두 신자유주의와 긴축 경제를 옹호하며, 이는 깨끗한 에너지 인프라를 구축하고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에너지 생산을 끝내기 위한 필요하고도 정의로운 부의 재분배를 가로막고 있다.

신자유주의와 기후 위기는 상호 연관되어 있다.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는 지구의 자원을 상품화했으며, 단기적인 이윤 추구가 노동자들의 생계와 환경 상태보다 우선시되는 상황을 초래했다. 기업들은 이익과 효율성을 명분으로 자연 자원을 고갈시키는 데 자유를 누리고 있다. 은행들은 단기적인 이익과 최대 이윤을 목표로 삼기 때문에 화석연료 자금 조달을 지배하고 있다.

COP29가 막을 내리며, 주요 돌파구에 대한 희망은 거의 없다. 2025년에 브라질 북부 벨렘에서 열릴 COP30 준비는 이미 진행 중이며, 개최국은 생물 다양성, 적응, 기후변화를 결합한 의제를 제시할 계획이다. 그동안 전 세계 평균 기온은 계속 상승할 가능성이 높고, 탄소 배출량도 증가할 것이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는 기후 해결책을 되돌리는 데 몰두할 것이다.

지구를 지구 온난화로부터 구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일들은 글로벌 기후변화 회의에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며, 시민사회의 거대한 압력이 없다면 더욱 그렇다.

활동가들은 이 정의로운 싸움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우리에게는 승리해야 할 세계가 있다. 

[출처] COP29 Ignores Militarism, Putting Meaningful Climate Deal Out of Reach

[번역] 류민

덧붙이는 말

C.J. 폴리크로니우(C.J. Polychroniou)는 정치경제학자이자 언론인으로, 유럽과 미국의 수많은 대학과 연구 센터에서 가르치고 연구했다. 현재 그의 주요 연구 관심사는 미국의 정치경제, 유럽 경제 통합, 세계화, 기후 변화 및 환경 경제학, 그리고 신자유주의 정치경제 프로젝트의 해체에 있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태그

신자유주의 자본주의 정의로운 전환 기후위기 COP29 기후행동

의견 쓰기

댓글 0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