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사태 직후, 긴급하게 〈민주주의와 인권의 후퇴를 막는 청소년시국선언〉을 준비했다. 짧은 기간 모았음에도 많은 사람이 함께하여, 청소년은 총 49,052명이 참여했고, 학생회나 동아리 명의로 참여한 경우도 많았다. 이외에도 지역, 학교 차원에서 수많은 청소년들이 윤석열 대통령을 비판하는 시국선언을 발표 중이다. 이런 현상이 많은 관심을 받았는데, 한편으론 불편하기도 하다. 최근 언론에서 ‘2030 여성’들의 집회 참가를 주목하는 것에 대하여 여성들은 언제나 광장에 있었다고 비판하는 이야기가 많은데 마찬가지로 청소년들, 어린 사람들도 언제나 광장에 있었다.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 제공
나는 2008년 당시 10대였고 그때 열린 이명박 정권을 비판하는 촛불집회에 참여하면서 인권운동을 시작하게 됐다. 2008년 촛불집회 때는 교복 입은, 어린 소녀들까지 나왔다고, 집회의 순수성을 강조하면서 ‘촛불소녀’를 마스코트로 내세우기도 했다. 한쪽에서는 기특한 청소년이라며 박수쳤고,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했다. 다른 한쪽에서는 애들이 뭘 안다고, 공부나 하라고 했다. 교육부에서는 청소년의 집회 참여를 단속하러 직접 현장에 나오기도 했다. 이런 사회에서 청소년들은 광장의 자연스러운 동료가 될 수 없었다.
지금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몇 년 전부터 선거권 연령이 만 18세로 하향됐지만 청소년의 정치 참여는 가로막혀 있다.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학칙도 쉽게 찾아볼 수 있고, 시국선언을 한 어느 고교 학생회가 징계 위협을 받은 사례도 알려졌다.
최근 우리는 “어린 사람은 아랫사람이 아니다”라는 표어를 무지개 깃발로 만들어서 들고 집회에 나섰다. 어린 사람도 지금 여기에 함께 있다는 메시지이기도 하고 평등과 연대를 이야기하려는 것이기도 했다. 그동안 삭제되거나 ‘나중’으로 밀려나거나 내쫓긴 사람들은 단지 대통령 하나만 바꾸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다. ‘아랫사람’으로 대해지는 많은 소수자가 평등하게 존중받고 함께 춤출 수 있어야만 진짜 광장이 열릴 수 있을 것이다.
“청소년도 침묵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 사회의 시민으로서 행동할 것이며, 우리의 인권과 민주주의를 되찾을 것이다. 나아가 어린이·청소년이 시민으로 평등하게 존중받는 사회, 미래를 위해 지금을 유예당하지 않는 사회, 함께 살고 참여하고 행동할 수 있는 민주주의 사회를 만들어 갈 것이다.”(민주주의와 인권의 후퇴를 막는 청소년시국선언 중)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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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퇴진과 함께, 세상을 바꾸는 흐름을 만드는 공동대응 네트워크(가)에서 제휴 받은 기사입니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