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다

지난 13신촌 연세로 일대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불법계엄을 규탄하고 퇴진을 요구하는 전국 대학생 총궐기 집회가 열렸다전국 19개 대학 총학생회가 뜻을 모아 결성한 비상계엄 대응을 위한 전국 대학 총학생회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이 주최한 집회였다총 44개 대학 총학생회가 시국선언문에 서명했으며이날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약 4,500명이 참석했다.

발언이나 진행 등 집회 전반에서 공유되는 가치는 민주주의였다무대 양 날개에는 헌정질서 회복하라와 민주주의 수호하자라는 구호가 적혀 있었으며피켓의 뒷면에도 동일한 구호가 적혀 있었다.

민주주의를 지켜내야 한다는 말은 여러 발언에서 등장했다카이스트 윤서진 총학생회장은 대통령 경호원들이 졸업식에서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친 졸업생의 입을 틀어막은 사건을 언급하며윤석열 대통령의 불법 계엄 선포와 국민의 힘이 탄핵 표결에 동참하지 않은 것이 헌법과 법치주의라는 우리 사회의 근본적 가치를 훼손한다고 주장했다서울교대 윤상화 총학생회장은 AI디지털 교과서 등을 일방적으로 추진한 것서이초 교사 49제를 불법집회로 규정한 점이태원 참사와 채상병 사망 사건 등에 대해 윤석열 정부를 규탄했다이어 학생들에게 떳떳하게 민주주의를 가르칠 수 있도록 외치겠다며 발언을 마무리했다.

참세상

대학생 목소리의 순수성과 정치적 중립을 강조하는 발언들도 눈에 띄었다공동행동의 박현민 공동집행위원장은 대학생들 본연의 순수한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적 집회의 반입 금지 물품으로 특정 정치단체의 깃발 등 본 집회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은 물품이 명시됐다이 자리에서 강조된 정치적 중립이 국민의힘 이나 민주당처럼 기존 보수양당을 지지하는 특정 정치단체에 휘둘리지 않는 독립적인 목소리를 내는 것의 필요성을 말하는 것이라면 공감할 만한 측면이 있다하지만두 보수양당에 대한 불신으로 모든 정치적인’ 목소리를 순수하지 않은 것으로 취급하고 중립을 피력하는” 것은 적절하다고 보긴 어렵다.

이날 집회에 참여한 많은 학생들이 소리 높여 함께 외쳤던 윤석열은 퇴진하라’ 구호는 중립적 메세지가 아니라선명한 정치적 입장이었다대학생 시국선언대회가 열린 날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75%가 탄핵을 지지했으나국민의힘 당론은 여전히 탄핵 반대였다탄핵을 지지한다는 것은 이미 특정한 정치적 입장을 갖는 것이다.

윤석열은 14일 국회가 자신을 탄핵한 직후 저는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 는 입장을 내고검찰의 출석요구서 조차 거부하고 있다이런 상황에서는 학생들이 윤석열 퇴진과 구속수감 요구 등의 정치적 목소리를 더욱 키워야 한다.

한국 사회는 노동 착취젠더 불평등장애인 권리 박탈 등 구조적 모순들을 안고 있다이에 맞선 투쟁은 윤석열 이전에도 있었고핵 후에도 계속될 것이다권력의 불균형함이 존재하는 가운데 정치적 중립은 결국 권력을 가진 이들에 대한 비호로 이어질 수 있다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입장은 정치적 중립이 아니라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세력에게 항의하고사회적 소수자들의 목소리를 강화하는 것이다.

덧붙이는 말

윤석열 퇴진과 함께, 세상을 바꾸는 흐름을 만드는 공동대응 네트워크(가)에서 제휴 받은 기사입니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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