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반도체' 만들다 파킨슨병, 산재 확정까지 7년의 기다림

공단 상소가 노동자 고통 키워... 노동계 '산재 선보장 제도'와 '규범적 인과관계 법제화' 요구

출처: Žygimantas Dukauskas

“길고 긴 터널을 마침내 나왔습니다. 산재 노동자 여러분 끝까지 싸우십시오. 진심을 담아 응원합니다.”

LED를 만들다 서른 셋의 나이에 파킨슨병에 걸린 노동자가 신청 7년 만에 산재 확정 판결을 받고 소감을 전했다.

대법원은 지난달 28일, LED 제조업무와 파킨슨병의 업무상 상관인과관계를 부정하는 근로복지공단의 상고를 기각하고 산재를 인정한 원심을 확정했다. LED는 우리 말로는 '발광다이오드'라고 표기하며, 전류를 가하면 빛을 발하는 반도체 소자다.

신 씨(48)는 2002년 3월부터 2004년 12월까지 LED 제조업체 두 곳에서 일했다. 2007년부터 몸이 굳는 등의 증상으로 고통을 겪다, 서른 세 살인 2009년 5월 파킨슨병 진단을 받았다. 이에 2017년 근로복지 공단에 산재를 신청했으나, 공단은 2년간의 조사 끝에 이를 불승인했다. 신 씨는 하루 12시간, 주 7일을 일하면서 유해화학물질들을 보호 장비도 없이 취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신 씨는 2020년 행정소송을 제기해, 지난해 6월 1심과 올해 7월 2심에서 모두 승소했으나 공단은 거듭 이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로 신 씨는 산재를 신청한 지 7년 만에야 최종 인정을 받은 것이다. 신 씨는 병으로 혼자 몸을 움직이기 어려워 나이 든 어머니의 돌봄으로 생활하고 있다.

반올림(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은 2일 관련 성명을 발표, "업무와 질병 간의 상당인과관계 판단기준은 의학적 기준에 국한할 수 없고, 제반 사정을 종합해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규범적 기준’이라는 것을 공단은 더 이상 부정하지 말라"면서 산재노동자를 소송으로 내몰고, 산재를 인정하는 법원의 판단에 불복해 상소를 거듭하는 공단을 규탄했다.

또한 노동자들의 '산재 선보장 제도'와 '규범적 인과관계 법제화' 요구를 외면하는 국회의 책임도 지적했다.

원고 대리인 문은영 변호사는 "무분별한 항소와 상고를 한 행위는 재해노동자와 그 가족들을 두 번, 세 번 울렸"다면서, "근로복지공단이 산재보험법에 따라 설립된 기관인 만큼 산재보험법 취지에 따라 규범적 판단을 할 수 있는 기관이 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절실하다"는 생각을 밝혔다.

한편, 반올림을 비롯한 노동계에서는 신 씨와 같은 반도체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유해물질 규제와 노동시간 단축 등을 촉구하고 있다. 이와 함께 반도체 연구개발 노동자들에게 주 52시간 노동시간 상한제 적용을 제외하는 내용을 포함한 반도체 특별법의 폐기를 주장하고 있다. 반올림은 오는 5일 오전 10시, 국회 앞에서 반도체특별법 폐기와 태아산재법 개정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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