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3일, 한국에서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다. 하지만 이는 전례 없는 일은 아니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별다른 예고 없이 긴급 계엄령을 선포하며 “친북 반국가 세력”의 위협을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이 조치는 국회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중도좌파 성향의 더불어민주당이 윤 대통령의 정책을 방해하려는 시도를 억제하려는 의도로 보였다. 이로 인해 많은 한국 국민이 충격을 받았다. 한 서울 시민은 기자들에게 “쿠데타 같은 느낌이다”라고 말했다.
그 인터뷰의 발언은 사실 크게 틀리지 않았다.
우리는 권위주의 정치 연구자이자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쿠데타 유형과 특징을 기록한 콜푸스 데이터셋(colpus dataset)의 저자로서, 쿠데타의 역사를 문서화하는 데 수많은 시간을 보냈다.
윤 대통령의 단 몇 시간 만에 해제된 짧은 계엄령 선포는 정치학자들이 “아우토골페(autogolpe)”라고 부르는 사례였다. 영어로는 흔히 “self-coup(셀프 쿠데타, 친위 쿠데타)”라고 표현된다.
우리의 데이터에 따르면, 셀프 쿠데타는 점점 더 흔해지고 있으며,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다른 어느 10년 기간보다 지난 10년 동안 더 많이 발생했다. 아래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왜 증가하고 있는지, 셀프 쿠데타가 무엇을 수반하는지, 그리고 약 80%의 자가쿠데타와 달리 왜 윤 대통령의 시도가 실패했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셀프 쿠데타의 구성 요소
모든 쿠데타 시도에는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이는 행정권을 장악하려는 시도이며, 군사나 민간 인력이 실행하는 구체적이고 관찰 가능하며 불법적인 행동을 수반한다.
일반적인 쿠데타에서는 책임자가 현직 또는 예정된 지도자로부터 권력을 빼앗으려 한다. 역사적으로 대부분의 쿠데타는 군사 세력에 의해 실행되었거나 적어도 군사 세력의 지원을 받았다. 고전적인 사례로는 1973년 아우구스토 피노체트(Augusto Pinochet) 장군이 이끄는 칠레 군대가 살바도르 아옌데(Salvador Allende) 정부를 전복시키고 군사 통치를 시행한 경우를 들 수 있다.
그러나 일부 쿠데타는 지도자들 자신에 의해 주도된다.
이러한 셀프 쿠데타는 역방향 쿠데타라고 할 수 있다. 헌법을 무시하고 국가 지도자를 교체하는 대신, 현직 행정권자가 정권 내 다른 주체 – 예를 들어 사법부나 의회 – 에 대해 불법적인 행동을 취하거나 이를 지지함으로써 자신의 권력을 연장하거나 강화하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최고 행정권자가 군대를 동원해 의회를 해산하려 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이 한국에서 시도했으나 실패한 사례이다. 반면, 다른 사례에서는 성공한 경우도 있다. 튀니지의 카이스 사이에드(Kais Saied) 대통령은 2021년 7월 의회와 사법부를 해산함으로써 대통령 권력을 확대할 길을 마련하며 셀프 쿠데타를 성공적으로 실행했다. 3년이 넘는 시간이 흐른 지금도 그는 여전히 권력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지도자가 국가 공무원이나 의회를 협박해 선거 패배를 뒤집으려 시도하는 경우도 있다. 2020년 미국 대선 이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그러한 사례였다. 그는 지방 공무원들과 당시 부통령이었던 마이크 펜스(Mike Pence)에게 선거 결과를 뒤집도록 압박하려 했으며, 우리는 이러한 시도를 셀프 쿠데타 시도로 분류하고 있다.
셀프 쿠데타 방법의 다양성
모든 행정권 장악 시도가 셀프 쿠데타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대통령이 의회를 설득해 대통령 임기 제한을 연장하고 법원이 이를 승인한 경우 – 2017년 볼리비아의 에보 모랄레스(Evo Morales) 대통령이 그랬던 것처럼 – 이는 행정부의 제약과 민주주의에 타격을 줄 수는 있지만, 법을 변경하는 절차가 헌법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이를 쿠데타로 간주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곧 공개될 셀프 쿠데타 데이터셋(self-colpus dataset)에서 1945년 이후 민주적으로 선출된 지도자들에 의한 셀프 쿠데타 사례를 총 46건 기록했다. 여기에는 최근 한국에서의 시도도 포함된다. 이 셀프 쿠데타 데이터는 지난 3년 동안 카네기멜런대학교의 진취적인 학부생들의 도움을 받아 작성되었다.
이러한 사건들의 상황과 결과를 검토하면 셀프 쿠데타의 가장 일반적인 특징을 파악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행동은 일부 측면에서는 전형적이었지만 다른 측면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발생한 셀프 쿠데타 시도 중 절반 이상은 사법부나 의회를 대상으로 하며, 약 40%는 민주적 선거를 약화시키거나 선거 승자가 취임하는 것을 방해하려는 명시적인 목적을 가진다. 나머지는 다른 정권 엘리트나 명목상의 행정부를 겨냥한다.
윤 대통령은 야당이 주도하는 의회로부터 행정권을 장악하기 위해 계엄령을 선포했다.
흥미롭게도, 민주주의 국가에서 셀프 쿠데타 시도의 4분의 1만이 이런 긴급 상황 선포를 포함한다. 더 일반적인 형태는 야당과 지도자에 대한 공격이나 선거 개입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자가쿠데타 지도자 중 약 5분의 1은 헌법을 일시적으로 정지하거나 무효화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임기 제한을 회피하려는 시도가 비교적 드물지만, 아프리카에서는 소위 '종신 지도자'로 이어지는 셀프 쿠데타가 점점 더 흔해지고 있다.
셀프 쿠데타가 증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쿠데타와 셀프 쿠데타는 민주주의가 무너지는 가장 일반적인 두 가지 방식 중 하나이며, 그 발생 비율은 시간이 지나면서 변해 왔다.
냉전 시기에는 쿠데타가 민주주의 붕괴의 주된 원인이었지만, 1990년대 초 소련 붕괴 이후 셀프 쿠데타가 주요 원인으로 부상했다.
1946년 이후 민주적으로 선출된 지도자들에 의한 셀프 쿠데타 시도 중 3분의 1이 지난 10년 동안에 발생했다.
셀프 쿠데타의 최근 증가를 설명하려면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지만, 우리는 그 원인의 일부가 반(反)쿠데타 규범의 약화와 전 세계적으로 개인주의 정치(personalist politics)의 부상에 있다고 본다. 과거에는 민주주의 국가들이 쿠데타 지도자들에게 승인을 거부하거나, 외국 원조나 무역 협정을 중단하는 방식으로 처벌했었다. 하지만 이러한 규범이 약화하면서 셀프 쿠데타가 더 자주 발생하고 있다.
셀프 쿠데타가 실패하는 이유
셀프 쿠데타를 시도하는 대통령이나 총리는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애초에 쿠데타를 시도하지 않았을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셀프 쿠데타를 시도하면서 자신이 속한 당 지도부의 사전 지지를 받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은 매우 이례적이다.
우리의 데이터에 따르면 전통적인 쿠데타 시도의 절반만이 성공하는 반면, 민주적으로 선출된 지도자들에 의한 셀프 쿠데타 시도는 5건 중 4건 이상이 성공한다.
그렇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시도는 왜 실패했을까?
쿠데타의 성공은 당파적 동맹과 군부 엘리트를 포함한 다수의 사람들을 조율하는 데 달려 있다. 윤 대통령이 초기 단계에서 받았던 것과 같은 군부의 공개적인 지지는 도움이 되긴 하지만, 항상 결정적이지는 않다.
셀프 쿠데타의 대부분의 실패 사례는 군부와 당 엘리트가 이탈할 때 발생한다. 이러한 이탈의 이유는 구조적 요인과 상황적 요인이 혼합된 경우가 많다. 대규모 시민들이 쿠데타에 반대해 거리로 쏟아져 나오면, 서울에서 본 것처럼 군부가 긴장하며 이탈할 수 있다. 또한, 국제사회의 쿠데타 규탄은 셀프 쿠데타 시도를 뒤집는 데 확실히 도움이 될 수 있다.
민주주의에 대한 대중의 지지도 또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것이 셀프 쿠데타가 미국처럼 오랜 민주주의 역사를 통해 "민주적 자본(democratic capital)"을 축적한 오래된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일반적으로 발생하지 않는 이유다. 민주적 자본은 오랜 민주주의 역사와 함께 성장하는 시민적, 사회적 자산의 총합을 뜻한다.
한국은 1961년부터 1987년까지 군사독재를 경험했지만, 수십 년 동안 민주적 통치를 이어왔다. 그리고 위협이 가해졌을 때, 한국의 민주적 시스템은 작동했다. 당 지도부는 윤 대통령에 반대해 만장일치로 투표하며 단결했다.
이는 1972년 박정희 대통령, 1980년 전두환 대통령에 의해 성공했던 한국의 셀프 쿠데타 사례와 대조된다.
셀프 쿠데타 실패 지도자들의 운명
셀프 쿠데타에 실패한 지도자가 오랫동안 권좌에 남아 있는 경우는 드물다. 셀프 쿠데타 실패는 그들이 쿠데타로 축출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1950년 5월 아이티의 뒤마르세 에스티메(Dumarsais Estimé)에게 일어났던 일이다. 또는 페루의 페드로 카스티요(Pedro Castillo)가 2022년 12월에 탄핵된 사례처럼 탄핵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우리의 데이터에 따르면, 셀프 쿠데타에 실패한 지도자 중 단 한 명만이 1년 이상 직을 유지하며 임기를 마칠 수 있었다. 1994년 도미니카 공화국의 결함 있는 선거 이후 호아킨 발라게르(Joaquín Balaguer)는 직위에서 강제로 물러나지는 않았지만, 1996년 그가 후보로 출마하지 않는 새로운 선거를 치르기로 합의해야 했다.
따라서 윤석열 대통령이 권력을 유지할 날은 얼마 남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셀프 쿠데타 시도 이후, 6개 야당이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제출했다. 이 탄핵안은 국회에서 300명 중 200명의 찬성이 필요하다.
190명의 국회의원이 계엄령 종료에 찬성표를 던졌으며, 여기에는 윤 대통령의 소속 정당인 보수당 의원 108명 중 18명이 포함되었다. 탄핵 절차가 진행되려면 보수당의 몇몇 의원들만 더 윤 대통령에 반대해 투표하면 된다.
셀프 쿠데타의 위협을 받았음에도 한국의 민주적 제도는 – 적어도 현재까지는 – 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번역] 하주영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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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조셉 친(John Joseph Chin)은 카네기멜런대학교 전략 및 기술 부문 조교수다. 조 라이트(Joe Wright)는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교 정치학 교수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