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NATO)는 북극권에서의 존재감을 강화하고 있고, 모스크바는 베링 해협 해저터널 계획을 다시 꺼내 들었다. 그러나 북극에서, 그리고 그 너머에서 벌어지는 진짜 싸움은 흐름을 통제하는 데 있다.
2025년 3월 27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극권 항구도시 무르만스크 에 위치한 아톰플로트 해상운항본부를 방문하고 있다. 이 기관은 북극항로의 항행 안전을 담당한다. 출처: 러시아 대통령궁 홈페이지
2026년 6월 6일, 나토 지상군은 핀란드와 스웨덴에 배치를 시작했다. 이들의 임무는 동맹의 북동부 측면을 방어하고, 러시아의 군사 활동과 중국의 커지는 관심에 맞서 북극을 확보하는 것이다.
유럽연합군 최고사령관은 이 지역을 두고 “전략적으로 가장 중요한 지역 가운데 하나”라고 요약했다. 여기서는 영토와 측면이라는 관점으로 사고한다. 즉, 일정한 거리의 국경선을 기준으로 병력이 배치되고, 이른바 ‘태세(posture)’에 따라 군사력이 전개되는 지도를 상정하는 방식이다.
같은 주, 같은 북극권의 반대편에서는 모스크바가 전혀 다른 성격의 구상을 다시 꺼내 들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 부대행사에서 크렘린과 가까운 인사는 러시아와 알래스카를 연결할 베링 해협 해저터널, 이른바 ‘푸틴-트럼프 터널’의 설계가 연말까지 가능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이 계획은 제정 러시아 시대부터 이어져 왔다. 지구상에서 가장 사람이 드문 두 해안 사이를 잇는 구상으로, 20년마다 한 번씩 되살아나는 해묵은 계획이다. 이 계획이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이유는 바로 그런 역할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이 터널은 본래 터널이 담당해야 할 물류의 흐름보다는 이야기를 퍼뜨리는 데 훨씬 더 유용하다.
실제로 핀란드 측면에 배치된 병력도, 꿈같은 해저터널 계획도 북극에서 진정한 힘이 어디에서 행사되는지를 보여주지는 못한다.
진짜 관문: 북극항로
북극을 장악한다는 것은 그 지역을 통과하는 모든 것, 즉 다양한 형태로 운송되는 모든 흐름을 장악한다는 뜻이다. 상품, 장비, 석유, 천연가스 등 각종 물류의 흐름이 여기에 포함된다. 베링 해협은 북극항로의 동쪽 입구를 형성한다. 러시아는 포성 한 번 울리지 않은 채 이 항로를 체계적으로 통제하고 있다. 러시아는 해양법상 제234조를 근거로 내세운다. 이 조항은 빙하로 덮인 해역을 위해 마련된 규정으로, 러시아는 이를 이용해 자국 배타적 경제 수역(EEZ) 내 항행을 규제한다. 또한 러시아는 원자력 쇄빙선 분야에서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보유하고 있다. 쇄빙선 없이는 누구도 안전하게 통과할 수 없는 이 항로에서 원자력 쇄빙선은 사실상 유일한 통행 허가증과 같다. 러시아는 이 호위 임무를 중국의 쇄빙선에 넘기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
북극 항로 전문가인 지리학자 프레데리크 라세르(Frédéric Lasserre)가 보여주었듯이, 이곳에서는 항행의 자유가 사실상 사라졌다. 북극해는 다시 하나의 폐쇄된 바다가 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대포의 위력이나 무력의 위협에 의해 형성된 것이 아니라, 법과 얼음, 그리고 호위 체계에 의해 재구성된 폐쇄된 바다다.
누가 흐름을 통제하는가?
따라서 여기서의 질문은 더 이상 “이 해협, 이 지리적으로 좁은 공간은 누구의 것인가?”가 아니다. 진짜 질문은 “그곳을 통과하는 흐름을 누가, 어떤 수단으로 통제하는가?”다. 나는 이를 ‘레오폴리틱(rhéopolitique)’, 즉 흐름의 정치학이라고 부른다. 이것은 내가 여러 분석에서 발전시켜 온 개념이다. 영토를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흐름을 통제하는 것, 다시 말해 흐름을 규제하고, 조절하고, 차단하는 것이다.
흐름은 대포로 통제할 수 있다. 바브엘만데브 해협에서는 드론과 미사일만으로도 세계 무역의 일부를 희망봉 경유 항로로 우회시키기에 충분했다. 흐름은 관세로도 통제할 수 있다. 관세, 제재, 나아가 통행료까지 포함된다. 2026년 2월 말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된 이후, 테헤란은 자국 영해를 통과하려는 선박들에게 혁명수비대에 납부하는 사용료를 조건으로 내걸었다. 세계 해운업계의 권위 있는 전문지 <로이즈 리스트>(Lloyd’s List)는 이를 ‘테헤란 통행료’라고 불렀다. 또는 더 은밀한 수단인 보험료를 통해서도 흐름을 통제할 수 있다. 보험회사들이 걸프만을 전쟁 위험 지역으로 지정하면서 보험료는 폭등했다. 해협은 법적으로는 여전히 열려 있었지만 실제로는 이용이 불가능해졌다. 이후 항행을 재개시키기 위해 길을 연 것은 해군 함대가 아니었다. 보험 체계의 재구성이었다. 대포가 아니라 보험료가 항로를 다시 열었고, 어떤 선박이 통과할 수 있는지를 결정했다. 결국 대포는 보험료의 논리를 따르게 되었다.
나는 1628년 포위된 라로셸에서부터 2026년의 호르무즈에 이르기까지, 해협은 전투보다도 흐름의 통제를 통해 봉쇄된다는 사실을 다른 글에서 보여준 바 있다.
하나의 운영자, 두 개의 해협
이 때문에 호르무즈 해협 연안과 파나마 운하 양쪽 입구를 살펴보면 같은 이름이 적혀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바로 홍콩계 대기업 CK 허치슨이다. 이 기업은 전 세계 수십 개 항만 터미널을 운영하고 있다. 일반 대중은 잘 모르지만, 이들 터미널은 세계 무역을 떠받치는 핵심 인프라다.
최근의 두 사례는 두 가지 다른 형태의 압박을 보여준다. 파나마에서는 워싱턴의 압력 아래 CK 허치슨의 항만 운영권 자체가 도전을 받았다. 블랙록이 주도하는 컨소시엄이 인수를 협상했고, 오랫동안 유지돼 온 운영권은 문제시되었다. 현재 이 사안은 중재 절차로 넘어갔다. 그 모든 과정은 총성 한 발 없이 진행됐다. 반면 호르무즈에서는 터미널 소유권 자체를 둘러싼 분쟁은 없었다. 대신 그 터미널에 생명을 불어넣던 물류 흐름이 말라버렸다. 같은 기업, 두 개의 해협. 한쪽에서는 장소 자체에 대한 지배가 문제였고, 다른 한쪽에서는 흐름에 대한 지배가 문제였다.한쪽에는 지도책이 전해준 장소의 지리학이 있다. 다른 한쪽에는 영토를 세계와 연결하는 흐름을 다루는 연결의 지리학, 즉 흐름의 지리학이 있다.
더 우려스러운 점이 남아 있다. 운영자는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운영자는 누구의 지시를 따르는가? 2020년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 이후, 홍콩 기업들이 중국으로부터 얼마나 독립적인지는 더 이상 확실하지 않다. 실제로 해당 매각을 처음 가로막은 것도 중국이었다. 선박에 걸린 국기는 점점 그 선박의 실제 소유주를 말해주지 못하고 있으며, 운영자의 국적 또한 그가 누구에게 책임을 지는지를 점점 설명해 주지 못하고 있다.
방어하기 전에 먼저 보아야 한다
이러한 관문들에서 결정적인 지렛대를 쥐고 있는 것은 국가도 아니고 해군도 아니다. 보험회사, 항만 터미널 운영사, 자산운용사다. 그들은 선거를 거치지 않고 권력을 행사하며, 대개 사람들의 시야에서도 벗어나 있다. 여기서 주장하는 것은 고립주의도 아니고, 흐름의 경제 속에서 무의미한 통행로 국유화를 꿈꾸자는 것도 아니다. 우리가 더 이상 지도에 표시하지 않게 된 것들을 정면으로 바라보자는 것이다. 계약, 운영권, 보험 증권, 그리고 충성 관계의 사슬이 바로 그것이다.
파리정치대학(Sciences Po) 총장 루이스 바시(Luis Vassy)는 오늘날 권력을 이해하는 일이 “우리 시대의 지적 과제”라고 말했다. 해협들이 보여주는 현실을 보면 답은 분명하다. 이제 권력은 영토를 얼마나 지배하느냐 뿐 아니라 물자와 자원, 에너지의 흐름을 얼마나 통제하느냐에서도 드러난다. 나토의 북극권 병력 배치와 베링 해협 터널 구상은 같은 한계를 지닌 사고방식에서 출발한다. 둘 다 영토와 군사적 배치, 그리고 정치적 선언에 초점을 맞춘다. 하지만 실제 변화는 다른 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북극항로와 호르무즈 해협, 파나마 운하에서는 물류와 에너지의 흐름에 대한 통제권이 조용히 다른 주체들에게 넘어가고 있다. 우리가 보지 못하는 것은 지킬 수도 없다.
[출처] Le contrôle des voies maritimes : de l’Arctique à Ormuz, les nouveaux leviers de la puissance
[번역] 이꽃맘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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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에 카르팡티에르-탕기(Xavier Carpentier-Tanguy)는 인도태평양, 해양 세계의 지정학, 영향력 네트워크와 행위자, 공공외교를 연구하는 파리정치대학 연구자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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