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1년 노동 정책, 노동계 평가는 엇갈렸다


2024년 세계노동절대회에 참석한 노동자가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참세상 박도형 기자.

이재명 정부 출범 1년을 맞아 각계의 평가가 이어지는 가운데, 노동계도 잇따라 입장을 내놓고 있다. 노동계는 이재명 정부의 노동정책에 긍정적인 면이 있다면서도, 실질적 노동구조 개선은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노총은 17일 ‘이재명 정부 1년 평가 토론회’를 열고 “노동 존중의 토대를 닦은 점은 사실이지만, 여기에 만족해서는 산적한 노동시장 문제를 해소할 수 없다”며, “불평등한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개선하고 모든 일하는 사람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실질적인 ‘노동 체제 전환·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이하 철폐연대)는 지난 16일 발표한 ‘이재명 정부 1년 노동정책 평가’에서 “지금 필요한 것은 ‘개선’이 아니라 ‘전환’”이라며 비판 입장을 분명히 했다. 철폐연대는 “노동정책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낮지 않다”면서도 비정규직 이제그만의 설문조사 결과를 인용하며 “권리 밖으로 밀려난 노동자들일수록 이재명 정부의 노동정책에 부정적”이었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 역시 지난 10일 양경수 위원장이 기자간담회를 열고 “내란을 종식하고 조금은 정상을 되찾았다는 생각이 든다”면서도 “우리 사회 양극화는 더더욱 심화되고 있으며 정부의 정책은 이를 개선하지 못하고 있다”며 비판적인 평가를 내렸다. 양 위원장은 “코스피 8000이 노동자들의 행복지수는 아니”라며, “일자리의 양극화, 사회의 불평등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 아니라 해결 가능한,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짚었다.

노동존중 담론은 복원, 구조는 공백?

노동계는 정부의 ‘노동존중’ 기조가 실제 정책과 제도로 이어지지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철폐연대는 “현안문제에 대해서 이재명 정부는 매우 무책임하다”며 옵티컬하이테크, 세종호텔, 택시노동자, 홈플러스 노동자들의 투쟁에 정부가 침묵하고 있다고 했다. 김혜진 상임집행위원은 “지금은 일상적인 노동 문제를 얘기하는 시기가 아니”라며, “불평등이 가장 극에 달해 있고 불안정 노동이 굉장히 심화되고 있으며 이러한 경제적 기반이 오히려 정치적 극우를 양산하고 있기도 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정책은 핵심을 비껴가고 있”고 “지금의 불평등·불안정 노동 문제를 근원적으로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에 대한 구상보다는 당장의 대증요법에 치중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노총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김성희 산업노동정책연구소 소장도 “이재명 정부 1년 동안 ‘노동존중 담론의 복원’과 ‘구조적 공백’이 교차하는 역설이 나타났다”며 “청년고용, 비정규직 대책, 노후소득 공백, 노동시장 하층부(최저임금·5인 미만 사업장)를 목표로 하는 정책이 부족하다”고 했다. 같은 토론회에서 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금껏 보여준 정책 변화는 기존 제도의 핵심 구조를 유지한 채 보완적 요소를 덧붙이는 수준”이라며 “사회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한 구조적 개혁은 시작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 역시 양 위원장이 “(이재명 정부의 정책이)노동의 권리와 노동의 가치를 중심으로 고민하고 정책을 수립하기보다는 여전히 성장을 통한 분배에 매몰되어 있”다며, “기업의 성장만을 강조해서는 과거부터 지속되어온 불평등 양극화를 해소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세종호텔 앞에 모여 강제 해산을 규탄하는 연대 시민들. 참세상 박도형 기자.

노조법 개정에도 “교섭권 보장 미흡”

철폐연대는 “노조법 2·3조 개정은 매우 중요한 노동권의 진전”이라면서도, 정부가 “‘교섭창구 단일화’를 강제하는 시행령을 만들고, 사용자 판단과 교섭의제 판단을 노동위원회에 맡기는 시행규칙을 만들어서 교섭의 권리를 제한”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심지어 지방정부와 공공기관들도 비정규직 노조와의 교섭에 나서지 않고 있다”고 했다.

한국노총 토론회에서 발제에 나선 박성국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상임연구위원 또한 “다수의 하청노조가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했으나, 원청의 사용자성 부인으로 인해 실제 교섭이 성사하는 사례가 적게 나오는 점”을 짚으며, 초기업 교섭의 활성화를 촉구했다.

민주노총 역시 기자간담회에서 양 위원장이 “노동부의 해석지침과 시행령이 (노조)법을 무력화하며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양 위원장은 “돌봄 영역이라든지 다양한 영역에서 원청 교섭을 요구하고 있는 노동자들에게 중앙행정기관들이 응하고 있지 않다”며, 원청 교섭에 대해 정부의 모범사용자로서의 역할을 주문하기도 했다.

여전한 사각지대, 특고·플랫폼·5인 미만

노동계는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와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이 정부 노동정책에서 여전히 소외돼 있다는 점에도 뜻을 같이 했다.

철폐연대는 “2026년 6월, ILO는 플랫폼 노동협약을 압도적 찬성으로 채택”했음에도 “6월 11일, 최저임금위원회는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의 최저임금 적용을 거부했”다고 전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일하는 사람 기본법’에 대해서도 “정부가 플랫폼, 프리랜서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장한다고 하며 내놓은 ‘일하는 사람 기본법’은 권고 수준의 선언적 규정”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불안정노동의 확산을 막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상시업무 정규직화 원칙을 현실화하는 것이지만,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은 ‘비정규직 채용 심사제도’로 후퇴했다”고 주장했다.

한국노총 토론회에서 김성희 소장은 “특수고용 및 플랫폼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는 사회연대임금 체계”의 필요를 강조하기도 했다. 반면 민주노총은 양 위원장이 “누군가는 수억의 성과급을 요구할 때 최저임금이라도 지급하라는 특고·플랫폼 노동자들은 절박한 마음으로 농성에 돌입했다”면서도, 사회연대임금에 대해서는 “다들 초과이윤을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는 이야기하면서 구체적인 방법론은 말하지 않는다”고 회의감을 드러냈다.


청와대 앞서 열린 6개 사업장 공동투쟁문화제. 참세상 박도형 기자.

평가도, 해법도 엇갈린 노동계

차이도 선명했다. 경사노위에 참여하고 있는 한국노총은 사회적 대화를 통한 제도 개선을 강조한 반면, 민주노총은 경사노위 참여에 선을 그었다.

양 위원장은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노총은) 경사노위는 참여하지 않는다라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발표한 바 있다”며, “불평등과 양극화를 해소하고 더욱 안전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 투쟁하겠다”고 전했다. 다만 민주노총은 지난 2025년 10월 국회 사회적 대화에 참여한 데 이어, 최근 산별 대표자회의에서 ‘노사정 사회적 대화’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사노위 밖의 사회적 대화 기구에 참여할 가능성이 여전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철폐연대 김혜진 상임집행위원은 “정부가 핵심을 비껴간 변두리 정책만 내놓고, 이를 관철시키기 위해 사회적 대화를 활용하고 있다”면서 “한국 경총이라는 극단적 집단과 노동계의 이해관계를 정부가 조율하는 사회적 대화는 합당하지 않다”고 했다. 또 사회적 대화에 대해 “현재 온갖 종류의 노정 협의는 다 하고 있다”며, “각각의 의제를 가지고 하는 사회적 대화가 실제로 실효가 있는지 고민”이고 “대중적으로 당장 효용성이 있어 보이는 실용적 태도를 취하기보다는, 거시적인 대안을 갖고 노정 협의를 해야 가능한 문제”라고 말했다.

노동존중 담론의 복원과 일부 제도 개선에도 불구하고, 노동시장 양극화와 비정규직 확대,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의 확산, AI와 기후위기에 따른 산업 전환 등 구조적 과제에 대한 해법은 여전히 제시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재명 정부 노동정책의 성패는 개별 정책의 성과보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에 얼마나 직접적으로 답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는 평가가 제기되는 대목이다.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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