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의 축적보다 중요한 것

출처: Unsplash+, Pablo Merchán Montes

일론 머스크가 스페이스X 기업공개(IPO)를 통해 1조 달러 규모의 대박을 터뜨리면서 극단적인 부의 불평등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머스크가 지닌 경제적·정치적 권력이 우려할 만한 대상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부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나는 이전에도 이 점을 지적한 적이 있다. 부는 양쪽 모두에서 오해를 낳을 수 있는 지표다. 최상위 계층의 부를 줄이는 문제와 관련해 나는 세금 부과를 환영한다. 그것이 실효성 있게 시행될 수 있다면 말이다. 하지만 머스크 같은 사람들의 부를 현실 수준으로 끌어내릴 가장 가능성 높은 방법은 AI 거품의 붕괴일 것이다.

나는 그 붕괴를 기대하며, 빠를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을 때 미국의 억만장자와 조만장자들의 부가 수조 달러 규모로 증발하는 것을 모두가 축하할 것인지는 확신할 수 없다. 경험에 비추어 말하자면, 정보기술(IT) 거품이나 주택 거품이 붕괴했을 때 거대한 부의 상당 부분이 사라지거나 축소된 것을 기뻐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물론 부유하지 않은 가정들도 큰 타격을 받는다. 1990년대 정보기술 거품 당시에는 사람들의 은퇴 계좌가 크게 손상되었다. 주택 거품 붕괴 때는 수백만 명이 집을 잃었다. 두 경우 모두 경기침체가 발생했고 실업률이 크게 상승했다. 부의 불평등이 대폭 줄어들었음에도 사람들이 이를 축하하지 않은 것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개인의 부와 복지국가는 대안적 관계에 있다

반대로 대부분의 가구가 은행 계좌에 수만 달러, 심지어 수십만 달러를 보유하고 있다면 좋을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사람들이 그런 자산을 갖는 것보다 삶에 필요한 필수 요소들에 접근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들은 이러한 필수 요소들을 확보하려면 반드시 부가 필요하다고 잘못 믿게 되었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사람들은 안정적이고 괜찮은 주거를 확보하기 위해 집을 소유해야 한다고 느낄 수 있다. 또 은퇴 생활, 자녀 교육, 의료비 지출을 위해 자산을 축적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부는 그러한 필요를 부 없이 충족시켜 줄 제도적 구조가 없을 때에만 필요한 것이다.

주택의 경우를 보자. 다른 나라들과 뉴욕시는 세입자의 권리를 강하게 보호하는 법률을 갖고 있다. 이러한 법률은 일반적으로 임대료 인상을 제한하고 거주 안정성을 보장해 집주인이 임의로 세입자를 내쫓지 못하도록 한다. 그 결과 많은 중산층, 심지어 상위 중산층도 집을 소유하지 않고 임차한다. 세입자 보호가 약하거나 존재하지 않는 곳에서만 주택 소유가 안정적 주거를 확보하는 수단이 된다.

다른 형태의 자산도 마찬가지다. 어떤 나라가 강력한 사회보장제도나 직장 기반 연금제도를 갖추고 있다면 사람들은 안정적인 노후를 위해 막대한 자산을 축적할 필요가 없다. 이러한 제도가 실패하거나 존재하지 않을 때만 부가 필요해진다. 대부분의 부유한 나라에서는 의료비의 상당 부분을 정부가 부담한다. 이는 사람들이 예기치 못한 의료비 지출에 대비해 큰돈을 비축해 둘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대학 교육과 전문직 교육도 마찬가지다. 다른 나라들에서는 그 비용 대부분을 정부가 부담한다. 따라서 사람들은 자녀 교육비를 마련하기 위해 별도로 저축할 필요가 없다.

대중의 부 축적 추구에는 실제 경제적·정치적 비용이 따른다

만약 질문이 단지 모든 사람이 은행에 10만 달러를 갖고 있다면 더 나은 사회가 될 것인가?”라면 답은 그렇다는 것이다. 그러나 세상은 그렇게 작동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10만 달러든 50만 달러든, 혹은 우리가 일반 가정에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수준의 자산을 축적하려면 주식, 뮤추얼펀드 또는 다른 자산에 투자해야 한다. 그리고 여기에는 비용이 든다. 일반적인 펀드의 운용 비용은 대략 1.0% 수준이다. 반면 사회보장제도의 행정 비용은 연간 지급액의 0.4%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 비교조차 사회보장제도의 우월성을 크게 과소평가한다. 1.0% 수수료는 축적된 자산 총액에 적용된다. 반면 0.4%의 행정 비용은 연간 지급되는 급여 흐름에 적용된다. 평균적인 1달러가 뮤추얼펀드에 20년 동안 머문다면 비용은 축적액의 20%가 된다. 이는 사회보장제도 비용의 50배에 해당한다.

경제적 관점에서 이는 순전한 낭비다. 연금이든 의료비 지급이든 무엇이든, 우리는 금융산업에 매년 수천억 달러를 넘겨주지 않고도 같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또한 금융산업 자체가 거대한 부와 불평등의 주요 원천이라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금융산업을 축소하는 것은 불평등을 줄이는 한 방법이기도 하다.

정치적 측면도 분명하다. 부의 축적은 개인적 활동이며, 어떤 사람은 다른 사람보다 더 성공한다. 이는 일부는 능력 때문일 수 있다. , 현명한 투자를 통해 부를 얻는 경우다. 그러나 필연적으로 상당한 운의 요소도 개입한다. 어떤 사람은 특정 추세나 사건의 수혜자가 되고, 다른 사람은 반대로 피해자가 된다.

원인이 무엇이든 간에 부 축적 경쟁의 승자들은 부자들에게 낮은 세금과 기업 보조금을 요구하는 백만장자, 억만장자, 조만장자들의 편에 설 가능성이 더 높다. 또한 사회보장제도, 메디케어, 공교육 같은 공공 프로그램을 지지할 가능성은 더 낮아진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진보 세력은 대중의 부 축적을 우선 과제로 삼아서는 안 된다. 우리는 높은 수준의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만약 모든 사람에게 괜찮은 의료, 연금, 교육, 주거를 보장한 뒤에도 모든 가정에 10만 달러씩 나누어 줄 여력이 있다면 그것은 훌륭한 일이다. 그러나 그 단계에 도달하기 전까지 대중의 부 축적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잘못된 방향이다.

부와 억만장자들의 정치 권력

일론 머스크 같은 터무니없이 부유한 얼간이들이 막대한 정치 권력을 갖고 있다는 사실에 사람들이 불만을 제기하는 것은 전적으로 정당하다. 그러나 각종 부유세를 통해 그들의 재산을 줄이는 것이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를 가정해 보자. 우리가 그들의 부의 30%, 40%, 심지어 50%까지 세금으로 거둬들인다고 하자. 5000억 달러를 가진 일론 머스크는 여전히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에 지나치게 많은 돈을 갖고 있다. 래리 엘리슨, 제프 베이조스, 마크 저커버그도 각각 1000억 달러가 넘는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가 초부유층의 부를 충분히 빼앗아 정치적 영향력을 무력화할 수 있다는 그럴듯한 시나리오는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애초에 이런 사람들이 그렇게까지 부자가 되지 못하도록 경제 구조를 재편해야 한다. 그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또한 선거자금 개혁만으로 권력 불균형을 바로잡을 수 있다고 상상하는 것도 어리석다. 정치 광고만이 투표에 영향을 미치는 특별한 힘을 가진 것은 아니다. 우파 부자들이 폭스뉴스, 그리고 이제는 CBS, 어쩌면 CNN까지 소유할 수 있다면, 그들은 정치 광고 사이에 사람들이 무엇을 보고 듣는지 통제할 수 있다. 그들은 또한 엑스(X)와 틱톡(TikTok)을 소유하고 있다. 이러한 영향력은 광고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보다 훨씬 클 가능성이 크다.

더 현실적인 길은 부유하지 않은 사람들도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만드는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뉴욕시 선거에서 시행하는 소액 기부금 81 매칭 제도나 시애틀의 민주주의 바우처 제도 같은 정책이 여기에 해당한다.

우리는 또한 언론을 민주화해야 한다. 각 개인에게 자신이 선택한 언론사를 지원할 수 있는 금액을 제공하는 미디어 바우처 제도는 이 방향으로 큰 진전을 이룰 수 있다. 또한 반독점법을 통해 극우 세력이 언론을 계속 집중적으로 소유하는 현상을 일정 부분 막을 수 있다. 그리고 일론 머스크와 마크 저커버그가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은 채 거짓 정보를 대량 유통하지 못하도록, 우리는 유럽연합이 시행한 방식에 맞춰 통신품위법 제230조를 개정해야 한다.

부자들은 지나치게 큰 정치 권력을 갖고 있지만, 부유세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오래전 한 친구는 이렇게 경고한 적이 있다. “우리는 사과를 베어 물 기회를 많이 갖지 못한다. 그러니 좋은 기회를 잡아야 한다.” 정책을 추진할 때는 냉철한 시각이 중요하다. 그래야 우리의 행동이 실제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방향으로 향하도록 할 수 있다. 나는 부의 불평등에 대한 논의 상당 부분이 잘못된 방향으로 이루어졌다고 생각한다. 부자들이 지나치게 큰 정치 권력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단순한 부유세를 훨씬 넘어서는 조치들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대중의 힘을 확대할 수 있는 장치들에 집중하는 일이다. 그러한 장치들은 실제로 존재한다.

[출처Quick Thoughts on Wealth

[번역] 이꽃맘

 
덧붙이는 말

딘 베이커(Dean Baker)는 1999년에 경제정책연구센터(CEPR)를 공동 설립했다. 주택 및 거시경제, 지적 재산권, 사회보장, 메디케어, 유럽 노동 시장 등을 연구하고 있으며, '세계화와 현대 경제의 규칙은 어떻게 부자를 더 부자로 만드는가' 등 여러 권의 저서를 집필했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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