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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풀

들꽃 이야기(3)

수확의 계절이다. '수확' 하면 우리는 개미란 녀석을 떠올린다.

개미는 더운 여름, 땀흘려 부지런히 일해 땅속 창고에다 겨울 먹을거리를 모아들인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우화를 사실로 착각한 오해이다. 개미도 변온동물인 다른 곤충들처럼 기온이 떨어지면 체온이 내려가서 움직이지 못한다. '겨울잠'을 자는 것이다. 그런데 겨울 먹을거리라니! 우화에 나오는 개미처럼 먹이를 모아들이는 개미가 있기는 하다. 짱구개미라 불리는 개미이다. 하지만 이 짱구개미는 한여름 풀씨를 땅속에 모아들이지 않는다. 10월 말에나 막아놓은 입구를 뚫고 나와 느린 행동으로 풀씨를 땅속 집으로 모아들인다. 그리고 이때 잠깐 모아들인 것은 겨울에 먹는 게 아니라, 겨울잠에서 깨어난 이듬해 봄부터 가을까지 한 해를 먹고산다. 그야말로 한 달 일하고 일 년을 놀고 먹는다. '개미처럼 일하라'는 자본가들의 얘기는 그들이 만들어낸 재미없는 우화 속에서나 나오는 것이다.

포 떼고 차 뗀 기만적인 주 5일제가 국회에서 통과되고 ILO에서 한국 노동자의 노동 시간이 세계 2위라는 발표를 보면서, 툭 튀어나온 앞이마 때문에 짱구개미라 불리는 느릿느릿한 이 녀석을 떠올려 보았다. 일벌레는 개미가 아니라 자본의 톱니바퀴에 끼여 쉼 없이 일하는 처량한 노동자의 모습이거나 앞으로도 영원히 그랬으면 하는 자본이 바라는 노동자의 모습일 뿐이다.

이 짱구개미가 즐겨 모아들이는 풀씨 가운데 하나가 바로 강아지풀이다. 아침 출근길이 제법 서늘하게 느껴질 때쯤이면 길가나 공터는 어느새 강아지풀이며 바랭이, 돌피 같은 벼과식물의 차지가 된다. 벼와 비슷한 한살이를 하는 이런 풀들은 이 땅에 처음 농업이 시작될 무렵, 벼나 보리 따위의 곡식에 섞여 들어와 자리잡은 것들이다.

강아지풀은 이삭 모양이 강아지 꼬리를 닮아 붙여진 이름이다. 이 풀은 그 이름처럼 친근한 풀이다. 누구나 강아지풀에 얽힌 어린 시절 추억 한 가지쯤은 다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삭을 반으로 갈라 수염처럼 입 위에 붙이기도 하고, 손아귀에 넣고 쥐락펴락하며 벌레처럼 움직이게 하기도 했다. 이처럼 강아지풀은 아이들의 좋은 놀잇감이었다. 민간에서는 오줌이 잘 나오게 할 때 달여 마셨고 상처나 버짐 치료에도 사용하였다.

무엇보다 흉년이 들었을 때 식량에 보탬이 되었는데, 가을에 여문 이삭을 말려 손바닥으로 비벼 떨어지는 작은 씨앗을 쌀이나 보리에 섞어 밥을 짓거나 죽을 쑤어먹었다. 이제 별미로나 먹어볼 만하겠다.

들꽃이야기(1)-달개비
들꽃이야기(2)-환삼덩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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