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도공사의 성공적 출범과 내부 개혁을 위한
전국철도노동조합의 제안

우리는 오늘 한국철도공사의 성공적 출범을 위해, 철도청의 무책임과 무소신으로 인해 파국으로 달려가는 열차를 멈추기 위해, 마지막 인내심으로 특별단체교섭의 획기적 진전을 위해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105년 역사의 국영철도 시대를 마감하고 2005년 1월 철도공사 전환을 준비하는 철도노동자가 특별단체교섭을 통해 주장해온 것은 철도가 공사전환을 계기로 더욱 강화된 공공성으로 국민에게 봉사해야 한다는 것이며, 매년 평균 30여명이 직무상 사망사고로 희생되는 죽음의 현장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 시기 체결한 노사(노정)합의를 이행하라는 것입니다. 또한 주 40시간제로 변경된 근로기준법을 철도 현장에서도 적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난 10월 1일 제1차 본교섭을 시작으로 2개월여 진행된 특별단체교섭에서 핵심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는 철도노조의 인력충원 요구는 2002년 노사(정)합의로 2년여간 진행된 근무형태 변경을 위한 ‘노사공동경영진단’의 결과에 따른 6,483명 충원 이행 및 근로기준법 개정에 따른 주40시간제 적용으로 2,455명 충원 등 총 8,938명 충원입니다.

그러나 철도청은 철도관련법이 입법된 지 1년 6개월, 철도공사법이 입법된 지 1년여를 무대책으로 일관해 왔습니다. 11월 27일, 7차 본교섭이 진행된 현재까지 철도청은 주40시간제는 고사하고 주44시간제에 기반한 노사공동경영진단 결과인 6,483명의 인력 충원마저 완전히 무시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3차 본교섭에서 818명의 감축안을 제시했고, 7차 본교섭에서 철도청장의 발언을 통해 1,300명의 충원을 관계부처와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한편으로 철도 현장에는 2,600명 충원안 등을 유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철도청의 안은 노사(정) 합의를 파기해 노사간의 신뢰를 무너뜨려 파국을 유도하는 것이며, 현실적으로 철도 현장에서 근무형태 변경에 따른 인력 운용이 도저히 불가능한 교섭안 입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인력충원을 회피하고 짜맞추기식으로 철도청이 수립한 ‘철도공사 전환시 인력운영(안)’에 의하면 열차안전운행을 위한 필수업무의 축소 및 폐지를 통한 업무조정과 대규모의 외주·비정규직화 계획까지 포함되어 있어 철도노동자의 생존권뿐만 아니라 철도의 안전마저 위협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철도청은 특별단체교섭을 통해 철도관련법으로 이미 보장된 철도종사자의 고용보장 및 근로기준법 적용에 따른 동종업종 수준의 노동조건 개선안으로 철도노조에게 시민안전과 열차안전을 위협하는 필수업무의 축소 및 폐지에 동의하라고 합니다. 더구나 이미 사회적 불안요소로 확대되고 있는 비정규직·외주 확대계획에 동의하라고 합니다.

철도노조는 이같은 철도청의 요구를 결코 수용할 수 없습니다.
노동자의 정당한 파업을 기회만 되면 집단이기주의로 매도하더니 이제는 철도노동자들에게 집단 이기주의자가 되라고 하고 있습니다. 철도노조는 철도노동자의 안위와 편의를 위해 시민안전과 열차안전을 포기할 수 없으며, 비정규직·외주 확대계획에 결코 동의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지난 수년간의 논란 끝에 결정된 한국철도공사의 출범을 1개월 앞둔 현 시점에서 12월 3일 총파업을 예고할 수밖에 없었던 철도노동자는 마지막 순간까지 국민여러분의 우려와 불편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러한 고민 속에 철도노조는 국민의 불편으로 귀착될 수밖에 없는 파국을 막기 위해, 노사(노정) 합의와 근로기준법에 의거한 근무형태 변경 관련 인력충원 규모 및 방식에 대해 다음과 같이 단계적 해법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1. 2002년 2월 27일 노사합의 사항인 노사공동경영진단 결과에 따른 주44시간제 인력 6,483명을 충원한다. 단, 주40시간제 인력충원은 2006년 1월 1일로 1년간 유보한다.

▷ 이 중 공무원 체제에서 비대화된 관리 지원 인력의 20%인 1,268명을 축소해 현업으로 배치하고, 총 5,215명을 정규직으로 신규 충원한다.

▷ 주40시간제 인력충원 규모는 2005년 정기단체교섭에서 논의한다.

2. 열차안전을 위협하고 보편적 서비스를 약화시키는 기본업무의 외주용역화 또는 축소· 폐지 계획을 전면 철회한다.

▷ 업무주기 조정, 단위조직 통폐합, 근무체제 개편 등 현업인력의 합리화 방안은 부족인력 충원을 통한 적정인력 확보의 기초 위에 시설 개량 및 자동화를 전제로 열차안전 및 대국민 서비스에 미치는 영향을 객관적으로 검증하여 노사합의하에 방안을 마련한다.

이러한 철도노조의 요구는 근로기준법에 보장돼 있으며, 2005년부터 시행돼야 할 주40시간 근무제에 따른 인력충원을 유보하는 것이며, 지난 6여년간 철도 구조조정이 현업 기능직 인력 감축으로 진행되면서 더욱 비대해진 관리·지원 분야 인력을 현업 인력으로 전환하여 공기업 혁신과 내부개혁을 이루고자 하는 철도노동자의 제안입니다.

철도노동자는 파국을 원하지 않습니다. 오늘의 제안은 노사간 신뢰를 바탕으로 내부개혁을 통해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진정한 공기업으로 거듭나야할 철도공사의 성공적 출범을 준비하는 철도노동자 모두의 바램입니다.

철도노조의 위와 같은 제안에 대해 철도청의 성실한 답변과 교섭태도의 변화를 다시 한번 촉구합니다.
또한, 마지막 파국을 막기 위해 조정기간 10일 연장에 동의하고 중앙노동위원회 조정에 임하고 있는 철도노동자의 노사합의 이행요구는 노동부와 중앙노동위원회가 마땅히 보호해야 할 가치입니다. 기합의된 노정합의 사항을 불이행하고 있는 정부와 철도청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이를 지키라고 요구하는 철도노동자들에게는 또 다시 직권중재라는 전가의 보도로 불법으로 내모는 것은 결코 있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철도를 사랑하는 국민여러분이 파국을 막아 주실 것을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2004년 11월 29일
전국철도노동조합 중앙쟁의대책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