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총 사무실 안에 붙어있는 선전물. 농성 상황을 정확히 알리고 있다. |
전국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전해투)가 6일 19:00 시 부로 위원장실 점거농성에 돌입했다. 전해투는 이날 오전 8시 부터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 면담을 요구하며 기다리던 끝에, '면담 기다림'에서 '점거 농성'으로 전환했다. 당시 하루 종일 사무실에서 대기하던 한 전해투 활동가는 "면담에 관련한 입장은 고사하고 위원장의 일정과 행방에 관해 민주노총에서 아무런 대답도 듣지 못했다"며 상황의 답답함을 토로했다. 전해투는 현재 '이수호 위원장 면담'을 요구하며 점거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3/15 민주노총 폭력 사건 그 이후
민주노총과 전해투의 문제는 민주노총의 교부금 미지급 문제까지 거슬러 올라가지 않아도 지난 3월 15일 간부 폭력사건으로 갈등은 증폭됐다. 민주노총 임시대의원대회가 무산된 15일 저녁 8시 30분 경 강승규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과 이석행 사무총장을 비롯한 여러 간부들이 술이 만취된 상태에서 전해투 사무실을 기습 방문, 전해투 사무실에 있던 강흥성 회원에게 폭언, 가격을 하고 액자 유리를 깨는 등 공공연한 폭력을 행사했다. 당시 이들은 '민주노총 임시 대대 무산의 책임이 전해투에 있다'며 '사과를 종용하고 협박을 하기도 했다.
이후 전해투는 사건 경과를 정리해, 민주노총 집행부의 전해투 침탈 및 회원 폭행에 대한 해명 △위원장 공개 해명과 사과 △집단폭행 관련자 처벌 △전해투 상황실 집기 원상복구 등과 사과와 처벌을 3월 25일까지 완료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묵묵부답하던 민주노총은 7가지 항목에 달하는 '전해투에 대한 민주노총의 입장'의 문서를 25일 보내왔다.
△전해투는 민주노총의 특별위원회인가 아니면 독자적인 단체인가 명확히 답을 달라 △전해투가 민주노총 현 집행부에 대해 사회적 담합주의라고 규정짓는 것에 대해 근거를 밝혀라 △전해투에 의해 발생한 김종말 (LG아줌마)의 요구가 전해투 해체인데 이에 대한 전해투의 입장은 무엇이며, 앞으로 어떻게 할 계획인지 밝혀달라. △34차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전해투가 앞장서서 대회를 무산시킨 것에 대해 공개 사과하라, 특히 의장이 위원장석 앞에 신나를 살포한 것과, 집행위원장이 소방호스로 물을 뿌려 대회를 무산시킨 것에 대해 공개사과하고 사퇴하라. △35차 대의원 대회 자체 무산을 처음부터 끝까지 주도한 것에 대해 공개 사과하라 △34,35 차 대의원대회에서의 폭력으로 사람이 다치고 기물이 파손된 것에 대해 원상 복구하라 △전해투가 위의 사항에 대해 입장 밝히면 민주노총은 전해투가 지난 3월 22일 요구한 사항에 대해 적극 검토할 것이다.
▲ 위원장 사무실 농성장 모습 |
그러나 전해투는 4월 6일 10시 위원장 면담을 요청하는 공문을 통해 사태해결을 위한 조속한 위원장 면담을 재차 촉구했다. 3/15 폭력사태에 대해 어떠한 입장도 듣지 못했기 때문에 사태의 원만한 해결을 위해 위원장 면담을 요청했다. 그러나 4월 6일까지 민주노총은 어떠한 입장도 밝히지 않았고, 4월 6일 위원장 면담을 기다리고 있던 10여명의 전해투 회원들은 '위원장면담을 위한 점거 농성'에 돌입하기에 이르렀다.
관련해 이수봉 민주노총 대변인은 "대화를 해야 한다고는 생각하고 있고, 고민도 하고 있다. 그렇지만 현재는 국회 및 외부 일정이 너무 바빠서 아직 내부적으로도 논의를 제대로 못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대변인은 "빨리 얘기를 해야 하는데.. 위원장님이나 지도부 일정 등을 고려해 빨리 얘기할 수 있도록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이수봉 대변인은"3/15 대대 무산과 그 이후 계속 갈등이 좀 있는 상황이고 정확히 정리가 안된 상황이다. 전해투가 이의를 제기하고 있는 입장도 있고, 집행부 입장에서는 지금 대대 무산에 따른 책임에 대해 전해투가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문서와 같은 맥락의 주장을 했다. 이어 "전해투의 문제제기에 있어 공감되는 부분도 있고, 안 되는 부분도 있다. 그렇지만 그 동안 일이 많아 아직 논의를 못했다"고 설명할 뿐이었다. 일정이 너무 바빠 논의를 못했고, 그래서 아직 민주노총의 공식입장이 없다는 설명이다. 위원장실 점거 농성 3일차에 이르는 날(4/8), 대변인의 대답이었다.
소집권자 의장이 너무 바빠 중앙위 참석 못해
전해투가 위원장 면담을 기다리던 6일 오후 4시에는 민주노총회의실에서는 10차 중앙집행위원원회가 예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소집권자인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은 바쁜 외부 일정을 이유로 이날 회의에 불참했다. 이에 이수봉 대변인 "이수호 위원장님이 외부 다른 일정이 있었다"고만 대답했다.
그러나 노동조합 관행상 소집권자인 의장이 회의에 불참하는 경우는 해외출장, 구속, 개인 신변상의 문제들이 발생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드문 사례다. 소집권자의 일정에 맞춰 회의 일정이 잡히기 때문에 일정이 겹치기가 어렵고 설령 겹친다 해도 총파업 시기 시급한 교섭이나 기자회견이 아닌 이상 다른 임원들이 외부 일정을 대행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민주노총 달력에도 없는 "외부 일정이 있었다"는 답변 만으로는 농성 3일차가 이르는 당시까지 사무실에 나타나지 않는 것까지 '일부러 피하고 있다'는 책임을 면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해투는 농성에 이어 12일 임시총회를 민주노총에서 개최할 것으로 소집했다. 민주노총이 지금과 같이 별다른 대응 없이 시간 끌기로 일관할지, 대화에 나설지 민주노총의 향후 행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인터뷰] 조준성 전해투 의장
점거농성에 오기까지 민주노총과 대화는 없었나?
▲ 조준성 전해투 의장
오동진 사무차장이 왔다갔다 하면서 비공식적인 발언들을 했을 뿐 그 외에는 전혀 없었다. 위원장 일정과 관련해 물어도 답을 해주는 사람이 없다. 사과는 전혀 없었다. 사실 3월 25일 12시까지 민주노총에 조치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런데 아무런 대응이 없다가 점심먹고 왔더니 책상위에 공문이 던져져 있었다. (위의 내용 참조)
그럼 사무차장은 어떤 말은 했나?
어제(6일)도 왔었다. 비공식 적으로 와서는 대대 무산 책임이 있다느니 공문과 비슷한 말을 하고 갔다. 우리가 반박하면서 그게 민주노총 공식입장이냐 하니까 "민주노총은 입장이 없다"라고 말하면서 그냥 갔다. 옳지 않은 방법이다. 대화를 요구하는데 대화에는 나서지 않고 비공식적으로만 우리를 시험하고 있다.
왜 민주노총이 대화를 피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속리산 대대서 회계감사의 부실을 지적했던 문제나 대대 무산의 책임을 전해투에 다 전가하고 있다. 폭행사건 등 여타의 곤란한 상황이니 피하고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
대화나 만남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간다?
25일 면담을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술 먹고 와서 전해투 임원을 폭행하고 집기를 파손한 행위는 전해투 정체성에 대한 문제는 민주노조 활동가들의 전통성에 대한 문제이기도 하다. 그 이후 사과는 고사하고 아무런 말이 없다. 이상한 문건만 보내서 '15일 대대 무산 책임이 전해투에 있다는 말'을 한 뿐, 무대응 무시, 기피하고 있다는 것이 역력하다.
그래도 위원장실 농성에 대한 비판적 여론도 있는데
농성은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방법이었다. 만나자고 공문도 보내고, 문자도 보냈는데 전혀 답이 없으니 유일하게 와서 기다리자, 기다리면 올 거 아니냐라는 측면에서 농성이 어제 시작된 거다. 우린 당당하다. 농성을 시작할 수 밖에 없는 근본적 이유가 있지 않나. 지금도 대화하자는 문자는 보내고 있다. 답이 없을 뿐이지.
정확히 요구가 무엇인가?
3/15 폭행 사태에 대한 3가지 요구가 있지만 우선은 이수호 위원장의 면담이 우선이다. 면담을 하고 나서 합의를 하던 논의를 더 하던 할 계획이다.
향후 농성 계획은?
위원장 면담은 민주노총과 평화적으로 해결 할 수 있는 마지막 방법이다. 민주노총 집행부가 해 온 것을 보면 농성을 방치하고, 이수호 위원장 일정을 외부 일정으로 수행하며 전화 보고 받거나 외부에서 진행하고 있다. 우리 농성이 길어져서 민주노총에 좋을 것이 없다. 12일 총회전까지 민주노총이 대화에 나서지 않거나 사태 해결의 단초를 못찾으면 총회를 소집해 지금보다 더 강도 높은 방안을 마련해 강력한 전술을 사용할 계획이다. 총회 전까지는 전해투 상집이 중심이 되서 농성을 진행하고 총회 이후는 추후 결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