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 사태는 이랜드 사측이 비정규직 노동자 700여 명을 집단해고 한 것으로 시작되었다. 이랜드 사측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해고한 이유에 대해 당당하게 “비정규법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연배 뉴코아 관리담당이사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비정규직 보호법에 차별시정과 관련한 부분이 담겨져 있기 때문에 회사에서는 7월 1일부터 법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고, 그렇게 때문에 진행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비정규직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비정규법 때문에 비정규직이 집단해고에 내몰린 것이다.
▲ 비정규법 시행 첫 날, 이상수 노동부 장관은 비정규법을 홍보하는 부채를 시민들에게 나눠주었다. 같은 날 이랜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해고에 시달리다 홈에버 상암점에서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참세상 자료사진 |
‘비정규법’은 노동계와 시민사회 세력들의 강력한 반발에도 작년 11월 30일, 국회 본회의 상정 20분 만에 날치기로 통과되었다. 이랜드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해고는 이 때 부터 이미 예상되었던 것이다.
비정규법은 사용자가 비정규직 노동자를 사용할 수 있는 기간만 2년으로 제안해 놓은 것뿐이다. 이에 사용자들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근속기간이 2년이 되기 직전에 해고하거나 비정규직 차별의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외주화를 선택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이랜드 사태에서 한꺼번에 드러났다.
이랜드 그룹은 홈에버에서 21개월 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해고시켰으며, 뉴코아에서는 계산원 업무를 모두 외주화하는 과정에서 350여 명을 해고시켰다.
노동부도 인정한 변칙 ‘직무급제’
또한 이랜드 그룹은 경총에서도, 정부에서도 비정규직 문제의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는 ‘분리직군제’를 채택해 또 다른 형태의 비정규직을 만들었다. 이를 두고 이랜드 사측은 “이랜드는 521명을 유통업계 최초로 정규직화 했다”라고 선전했다. 그러나 속사정은 정 반대다. ‘직무급제’라는 이름을 가진 이랜드의 분리직군제를 택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그동안의 경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 정규직과는 다른 임금체계와 인사규정을 가져 이는 명확히 정규직이 아니다. ‘직무급’이라는 새로운 채용형태를 만든 것이었다.
이런 방법에 대해 이상수 노동부 장관도 “약간의 변칙”이라고 인정한 바 있다. 그러나 이상수 장관은 “약간의 변칙 정도는 이해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수 백 명의 생명줄이 달린 문제를 “이해해야 한다”라는 한 마디로 무마한 것이다.
비정규법 폐기 여론 높아지지만 ‘안착’만 외치는 정부
▲ 이상수 노동부 장관과 이수영 경총 회장,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은 비정규법을 안착시키자며 '합의문'을 만들었다. 비정규법 때문에 해고된 이랜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점거농성 14일째를 맞는 날이었다. [출처: 노동부] |
이렇게 이랜드 사태로 인해 비정규법의 문제점이 더욱 확실히 드러나고, 비정규법 개정 또는 폐기의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그저 ‘비정규법의 안착’만을 외치고 있다.
노동부는 이랜드일반노조가 홈에버 상암점 점거농성을 14일째 벌이고 있던 지난 달 13일, 이수영 경총 회장과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을 불러 ‘비정규직 보호법 안착을 위한 노사정 합의문’을 발표했다. 합의문은 문제가 되고 이랜드 노사 간 문제가 되고 있는 직무급까지 “직무에 걸 맞는 임금체계 개선 등에 적극 협력한다”라는 말로 긍정했다.
노동부가 ‘비정규법의 안착’만을 외치는 상황에서 제 2, 제 3의 이랜드 사태는 또 다시 예고되고 있다.
갈등 증폭이 ‘중재’?
한편, ‘비정규법’으로 이랜드 사태의 근본원인을 제공한 정부는 이랜드 사태를 악화시키는데도 큰 역할을 했다.
정부는 두 번이나 농성장에 공권력을 투입했다. 그리고 노조 측 핵심간부 6명을 구속시켰다. 정부는 이랜드 노사 갈등을 ‘중재’하겠다고 나섰지만, 정부의 ‘중재’는 오히려 노사 갈등을 증폭시키는 ‘악재’로 작동하고 있다. 여기에 법원은 사측의 영업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모두 인정해 노조의 쟁의행위 일체를 불법을 규정해 놓은 상황이다.
이상수 노동부 장관은 “사태가 잘 해결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가 가져온 사태 해결의 전제는 사측의 양보안도 아닌 양보안을 노조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공권력을 투입하겠다는 협박에 다름 아니었다. 이상수 장관은 매번 “이랜드 노사의 교섭을 끝까지 지켜보겠지만, 언제까지 인내심을 갖고 지켜볼 수만은 없는 일”이라며 “교섭을 통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적절한 방법을 통해 매장점거 상황을 해소하려고 한다”라며 노조 측을 압박했다.
이상수 노동부 장관의 말대로 ‘중재’를 하려고 한다면 노사 양 측을 모두 압박해야 하지 않았을까. 그러나 이상수 장관은 노조 측의 점거농성에 대해서는 경찰특공대까지 투입하며 강경한 자세를 취한 반면 사측의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눈을 감았다.
▲ 두 번씩이나 공권력을 투입한 정부에게 이랜드 사태 해결의 공은 넘어갔다./참세상 자료사진 |
정부, 사측 불법행위에 눈감아
지난 5월, 뉴코아 사측의 ‘0’개월짜리 근로계약서가 여론을 타며 문제가 제기되자 노동부는 특별근로감독을 진행한 바 있다. 그러나 근로감독에 나선 안양지청 근로감독관은 사측의 문제를 지적하면서도 오히려 “백지 계약서 작성은 (사측에) 백지 위임한 것 아니냐, 왜 백지에 싸인 하느냐, 싸인 한 사람이 잘못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리고 특별근로감독 결과는 사측에 시정조치 뿐 이었다. 아무런 강제조항이 없는 시정조치에 사측이 문제를 해결할리 만무하다.
이에 노조는 “노동부의 근로감독은 문제를 조금이라도 바로 잡고자 했던 노동조합의 일련의 노력을 무시한 것이며 현장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지금도 회사 측의 부당한 조치를 통해 해고되는 현실을 외면한 것이 아닐 수 없다”라고 비판했다.
특별근로감독까지 했던 노동부가 문제를 방치했기에 사태는 지금에 이르게 된 것이다.
또한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부당해고 판결을 사측이 이행하고 있지 않음에도 노동부는 묵묵부답이다.
지난 6월 20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홈에버에서 21개월을 일한 호혜경 조합원을 사측이 해고한 것에 대해 “부당해고”라고 판결했다. 이에 홈에버를 운영하는 (주)이랜드리테일에게 “호혜경을 즉시 원직 복직시키고 부당해고 기간 동안 정상적으로 근로했다라면 지급받았을 임금 상당액을 지급하라”라고 판결했다.
특히 호혜경 조합원의 부당해고 판결은 사측이 양보안이라고 내세우고 있는 ‘근속기간 18개월 이상 노동자 고용보장’이 그저 노조와 이미 약속한 단체협상안임을 입증하는 것이어서 더욱 중요하다.
이렇게 노동부는 사측의 부당해고와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노조 측의 쟁의행위에 대해서만 불법이라는 잣대로 엄격히 대응하고 있어 노사 간 갈등은 더욱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 비정규법이 그대로 존재하는 한 제 2, 제 3의 이랜드 사태는 필연적으로 또 일어날 수밖에 없다./참세상 자료사진 |
"정부와 사측의 짜고 치는 고스톱"
이에 대해 이미애 이랜드일반노조 선전국장은 “노동부와 사측이 완전히 짜고치는 고스톱을 하고 있다”라고 일축했다. 이미애 선전국장은 “이번 사태로 비정규법의 문제점이 제기되고 정부에게 불똥이 튈 것으로 보이니까, 처음에는 중재다 뭐다 하면서 불화만 만들고 이제는 아예 입을 다물고 있다”라며 “일단 만들고 보자는 식으로 비정규법을 만들어 놓고 사후처리는 방관하는 정부는 명확히 이번 사태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제 공은 정부로 넘어갔다. 지난 1일 인권단체 활동가들은 서울지방노동청에서 농성을 벌이며 외쳤다.
“지금 뉴코아와 홈에버에서 벌이진 문제는 단지 법안의 취지를 잘못 이해한 이랜드라는 악덕자본만의 문제가 아니며, 언제라도 벌어질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