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비정규직 구조조정 시작

정리해고와 업체 폐업... 정규직도 잔업 특근 중단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이 실물경제로 이어져 회사의 도급물량이 격감하여 2008년 12월1일부로 도급계약 축소 운영이 불가피한 현실로 직면함에 따라 회사에서는 인원 감축을 공지합니다.'

27일 현대차 울산공장 안, 부품을 포장 수출하는 CKD에 "희망퇴직이 없을 경우 정리해고하겠다"는 공고가 나붙었다.

울산공장 CKD에는 4개 도급업체가 있고 그 중 '이화'와 '세호'는 12월 1일부로 폐업, 140여 명이 정리해고 된다. 나머지 2개 업체 가운데 '원풍'은 6명, '신영'은 7명을 희망퇴직 신청이 없으면 정리해고하겠다고 공고를 냈다.

한 달 전 현대차 2공장은 에쿠스 단종으로 비정규직 115명이 이미 해고된 바 있고 정규직 270여 명은 전환배치 중이다.

사정은 정규직도 마찬가지다. 현대차 울산공장은 3공장을 제외한 1,2,4,5공장이 주말특근을 중단하고 평일 잔업을 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전주공장 또한 12월부터 잔업 특근을 하지 않고 버스부 고속버스라인에 대해 야간조 순환교육을 실시하겠다고 통보했다. 아산공장에서도 마찬가지로 12월부터 잔업 특근 없이 8+8 근무체계로 운영될 것이라고 발표됐다.

금속노조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박민호 대의원이 말하는 현대차 원청의 구조조정 시나리오는 이렇다.

"8+8로 한두 달 가고 잔업 특근없이 생활임금보장이 어렵다는 정규직의 불만이 터져 나오면 생계대책 내놓으라는 요구를 받아 안는 척하며, 10+10에 특근 두개 보장하려면 현재 UPH(시간당 생산량)를 절반 이하로 다운시켜야 한다고 말하고, UHP 다운으로 인한 비정규직의 대량해고가 불가피하다고 할 것이며, 정규직의 손에 의해 비정규직이 정리해고되는 모양새도 만들고, 노노 갈등도 유발시켜 손쉽게 정리해고를 단행할 것이다.

원청자본은 비정규직을 대량으로 늘리면서 정규직에게 '비정규직은 고용의 방패막이다', '98년을 대비하자'라는 인식을 심어줬다. 또 정규직의 편리를 봐준다는 이유로 UHP UP/DOWN 때는 편성효율을 높였다. 높아진 만큼의 맨아워(M/H, 작업공수)를 비정규직 공정에 추가하면서 비정규직의 노동강도는 심각한 수준이 되었고, 알게 모르게 정규직의 노동강도도 함께 상승했다. 이런 이유로 비정규직 작업공정은 정규직의 기피 작업이나 볼트 하나라도 정규직보다 많은 작업량을 가지게 됐다.

이제 사측은 세계경제 여파로 위기감을 더 부풀려 위기를 조장할 것이다. 그리고 UPH 다운으로 비정규직을 대량 정리해고하고, 정규직을 비정규직 공정으로 배치함으로써, 현재 비정규직 작업물량을 고스란히 정규직이 받아 안으면 원청 자본은 손쉽게 생산성 향상을 할 수 있고, 이익을 보게 된다. 그리고 조금 더 위기를 조장하면 정규직의 구조조정도 손 댈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박민호 대의원은 "뉴스를 보나 신문을 보나 온통 구조조정에 워크아웃 부도 얘기뿐이다. 경제 살리겠다고 대통령 당선되더니 경제 말아먹고 있는데 그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고 있다. 노동자 짤라 내면 경제 산다고 외치고 있는 거 아닌가? 자본의 구조조정에 대비하는 길은 유일하다. 바로 노동조합으로 뭉쳐야 한다"고 말하고 "아무도 대신해 고용보장해주지 않는다"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조 가입을 호소했다.

현재 자동차 부품사인 효문공단의 덕양산업도 정규직 대상으로 12월8일까지 50여 명의 명예퇴직 신청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