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 위기에 몰렸던 미국 자동차 산업이 지엠(GM), 크라이슬러에 174억 달러의 금융지원으로 잠깐 숨을 돌리게 됐다. 그러나 전미자동차노조(UAW)는 금융지원 조건으로 노동자들의 희생만 강요한다며 볼멘 소리를 냈다.
내년 3월 말까지 구조조정안 내 놔야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19일 오전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자동차산업에 134억 달러를 긴급 대출해 줄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 "정부는 자동차 업체들이 내년 3월 31일까지 회생 가능한 자구 계획을 제시하지 못하면 대출금을 회수하고 질서있게(orderly) 파산보호 신청을 하도록 할 것"이라며 강력한 구조조정안을 요구했다.
긴급 구제금융지원을 받는 지엠(GM)과 크라이슬러는 내년 3월 31일일까지 노조조합원 임금 하향조정, 부채축소 및 채무주식 전환 등을 비롯해 경영진 무보수, 자산매각 등 강력한 구조조정 계획을 내놔야 한다.
그러나 전미자동차노조(UAW)는 노동자들에게만 "불공정한 조건을 내건 것에 실망했다"며 노동자임금 삭감 부채축소 및 채무주식 전환 등의 지원 조건에 반대했다.
전미자동차노조(UAW) 게틀 핑거 위원장은 "전미자동차노조 조합원들은 이미 국내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실질적인 희생을 해왔다"며 "모든 이해관계자들-경영진, 관리자들, 주주, 공급자들, 딜러들, 노동자들-이 희생을 분담하는 데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금과 수당 낮춘다고 문제가 해결되진 않아"
2일 금융지원안 의회 통과를 앞두고서도 전미자동차노조(UAW)는 "고용보장 조항에 대해 양보하고 건강보험 기금에 대한 회사 지원도 유예할 계획"이라며, 양보의사를 밝힌 바 있다.
전미자동차노조(UAW)는 작년 3월 단협에서 퇴직자의료보험펀드(VEBA)를 2010년부터 운영하는 데 합의했다. 지엠(GM)이 당시 직원 수 8만 명의 5배가 넘는 퇴직자 가족 의료보험을 부담하고 있는데, 이것을 해결하지 않으면 정상화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해서다. 이 합의로 올해 1월 부터 5만 7천명에 달하는 지엠(GM) 출신 노동자의 보험혜택이 중단되었다. 당시 조합원들은 퇴직자의료비펀드를 보전하기 위해 향후 4년간 생계비조정(COLA)에 따른 임금인상분도 포기했다. 지엠(GM)은 이 합의로 약 100억에서 150억 달러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전미자동차노조(UAW)는 "지난 해 자동차 3사와 체결한 노사협약의 변경도 고려하고 있다"면서 "여기에는 일시 해고된 조합원들에게 연봉의 일부를 지급하는 '일자리 은행(Job Banks)'제도를 바꾸는 것도 포함된다"고 밝힌 바 있다.
신규 노동자 임금도 반토막 냈는데
전미자동차노조(UAW)가 이번 구제금융안에서 다시 노동자들의 양보를 요구하고 있는데 불만을 터뜨리는 이유는 또 있다.
게틀핑거 전미 자동자노조(UAW) 위원장은 미국 자동차 산업 위기가 수면으로 떠오를 때 부터 "임금과 수당을 완화하는 것만으로는 국내 자동차 산업이 직면한 구조적 재정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계속 주장해왔다.
전미자동차노조(UAW)는 노조 스스로 인정하고 있듯이 이미 2005년과 2007년 단협에서 양보를 해 왔고, 노동자들의 비난을 받아왔다.
지난해 단체협상에서 전미자동차노조(UAW)는 이중임금체계(two-tire wage system)에 합의했다. 당시 자동차 산업 노동자들의 평균임금은 시급 27달러 수준인데 반해, 신규로 채용되는 '비핵심'일자리 노동자들은 절반 수준인 14달러에서 14.6달러의 임금을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비핵심' 일자리에는 기계하위부품조립, 기계가공, 재료취급, 시설관리 등이 포함된다. 이들도 모두 전미자동차노조 조합원으로 3사 노동자 중 25-30퍼센트 가량 차지한다.
기존 정규직 노동자들의 63.5퍼센트가 2012년까지 퇴직하기 때문에 이들을 대신하는 노동자들은 거의 비정규직 노동자들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