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59.7%, 자본주의 가장 우월한 체제 아니야

대한상의 여론조사, 전체 노동자 60%가 근본적 문제제기

서울과 6대 광역시 노동자의 약 60%가 ‘자본주의가 가장 우월한 경제 체제냐’는 질문에 반대의사를 표시했고 66%는 ‘열심히 일해도 잘 살 수 없다’는 답을 내놓았다. 비정규직의 확대, 빈부격차의 심화, 부동산 폭등, 누더기로 변모한 종합부동산 과세조차도 저항에 부딪히고 있는 현 상황에서 이러한 조사결과가 시사하는 바는 매우 크다는 지적이다.

노동자 59.7%, ‘자본주의는 가장 우월한 경제체제가 아니다’

미디어참세상 자료사진
이른바 경제 5단체 가운데 최고의 역사와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대한상공회의소’는 김재원 한양대 디지털경제학부 교수에게 용역을 의뢰해 서울과 6대 광역시 제조업체 노동자 1,196명을 대상으로 ‘제조업 근로자 근로의식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지난 8월 30일부터 9월 17일까지 실시된 이 조사에서 응답자의 54.8%가 ‘자본주의가 가장 우월한 경제 체제냐’는 질문에 대해서 반대 의사를, 4.9%는 적극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열심히 일하면 잘 살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대상자의 53%가 반대, 13%가 적극 반대라 답했다.

대체적으로 노동자의 60% 이상이 현 경제 체제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같은 맥락의 다른 질문들에 대한 결과도 대동소이 했다. ‘성장이 분배보다 우선되어야 하나’는 질문에 대해서는 55%가 반대의사를 나타냈다. 또한 ‘경제가 잘 된다는 의미’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문항에 대해서는 31.4%가 '빈부격차 해소'로 , 20.9%가 '완벽한 복지제도 구축', 14.8%가 '완전고용 실현'을 답으로 내놓았다. 이에 비해 국민소득 향상은 29%, 선진국 목표 달성은 3.9%에 불과했다.

정부나 재계의 슬로건은 ‘그들만의 주장’에 불과

이는 정부가 내놓고 있는 ‘GDP 2만불’ 구호나 경제계와 보수진영에서 내놓는 ‘지금은 분배보다 성장에 힘써야 할 때’라는 주장에 대한 노동자들의 인식이 무엇인지를 잘 나타내고 있는 대목이다. 보수언론과 자유기업원 등의 평소 주장 대로라면 ‘분배우선’, ‘빈부격차 해소’, ‘완전고용 실현’ 등을 경제목표로 내놓은 노동자들은 모두 좌파인 셈이다.

‘근로희망 연령’에 대한 설문에서는 응답자의 47.9%가 '일할 수 있는 한 일을 하고 싶다', 4.5%가 ‘70세까지’, 23.4%가 ‘60세까지’로 답변함으로서 전체의 75%이상이 최소한 60세 이상까지 노동 현장을 지키고 싶다는 의사를 표했다. 또한 전체 응답자의 80.1%는 ‘생계가 해결돼도 계속 일을 할 것’이라는 답을 내놓았다.

이런 결과에 대해 대한상의 관계자는 “열심히 일하면 잘 살 수 있다는 근로의 동기부여를 토해 근로자들이 근로의욕을 높일 때 경기침체의 극복이 가능하다”며 “근로자들의 근로의욕을 높이기 위한 정부, 기업 등의 지속적인 노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라는 진단을 내놓았다.

이제는 ‘그들’ 이 대답할 때

이에 대해 황선웅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강사는 “이 같은 노동자들의 인식을 기업이나 정부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의문”이라며 “오히려 이런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선 경기호전이 최선이라며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고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할 것 같다”고 우려했다.

한편 이 설문조사는 1일 발표됐다. 이 결과에 대해 기존 언론이 어떤 해석을 내놓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한 현직 기자는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기 보다는 아마 ‘근로자 의식 상태 심각해’, ‘근로 의욕 높이기 위한 범국가적 의식교육 필요한 시점’, ‘불평불만보다는 다시 허리띠 질끈 동여 맬 때’ 등으로 다시 노동자 때리기에 써먹을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며 쓴 웃음을 지었다.

현장 노동자의 60% 이상이 현 경제체제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여론조사 결과를 ‘준엄한 경고’로 받아들일 것인지 아니면 ‘배고픈 자들의 넋두리’로 치부할 것인지는 그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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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 자본주의 , 대한상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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