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도, 기자회견이 오히려 불길에 기름 부은 형국

"나는 지금까지 돈과 권세와 지위를 추구하며 살지 않았다"

  최영도 국가인권위 위원장
사진출처 : 국가인권위 홈페이지
최영도 국가인권위 위원장이 18일 오전, 기자회견을 가졌다. 최영도 위원장은 “국민 여러분께 우선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사과했지만 위원장직을 고수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러나 국가인권위원회 홈페이지 게시판이 초토화 되는 등 시민들의 분노가 점점 더 커지고 있어 ‘부동산 스캔들’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사과인지 변명인지 모를 기자회견 열어

한편 최영도 위원장이 지난 17일 배포한 보도자료와 18일 기자회견에서 낭독한 ‘드리는 말씀’사이에 상당한 차이가 있어 눈길을 끈다. 17일 보도자료에서는 “나는 국가인권위장을 내 인생 마지막 봉사의 자리로 알고 있다. 최선을 다해 마지막을 봉사하고 싶다. 여러분의 깊은 이해를 바란다"는 구절이 포함되 있었으나 18일 낭독한 자료에서는 "앞으로 돈이나 자리에 연연하지는 않겠다. 여러분의 깊은 이해를 구한다"로 바뀌었다.

최영도 위원장은 위장전입등 불법적 행태로 토지를 구매, 소유한 것을 시인했지만 “군사독재정권 아래서 민주화운동을 하다가 구속된 수많은 인사들과 경제적으로 어려운 삶들을 위해서는 무료변론도 서슴치 않았다" ,"내 인생을 회고하건대, 나는 지금까지 돈과 권세와 지위를 추구하며 살지 않았다" 는등 이번 사안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사실들을 장황히 늘어놓았다.

또한 17일 배포된 보도자료에서 빈축을 샀던 부분인 ”흠없이 살고자 했으나 결국 약간의 흠을 갖게 됐다“ ”나는 이 시대 법조인중 누구보다 도덕적이고 명예롭게 살아오고자 노력했다"는 등의 어이없는 부분들도 이날 기자회견 낭독문에서는 포함되지 않았다.

변호사 삼십년이면 수백억은 거뜬?

최영도 위원장은 “제가 30여년간 변호사로 생활을 하면서 벌어들인 돈 중 약 3분의 1은 이번에 공직자로서 신고한 형태의 재산으로 남아 있고, 나머지 3분의 2는 해외로 유출되는 토기를 20년간 미친 듯이 수집하여 국가에 기증해서 지금 국립중앙박물관에 남아 있다"며 "내가 부동산 투기를 하여 재산의 증식을 꾀하였다면 재산의 3분의 2를 그런 목적에 쓰지는 않았을 것"이라 덧붙였다. 최영도 위원장은 변호사 생활을 하던 지난 2000년 1580점의 토기를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한 바 있다.

그런데 최영도 위원장이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에 신고한 총 재산은 63억6천3백만원에 달하지만 시가로 따질 경우 백억원을 훨씬 상회하는 것으로 평가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최영도 위원장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으면 변호사 생활을 통해 수백억의 재산을 모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이에 대해 강동구에 거주하는 회사원 김진화 씨는 “이헌재 전 부총리 보다 규모나 죄질이 더 훨씬 나쁘다”며 “그 사람이 걸어온 인생 행로에 존경할 점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인권변호사 30년에 수백억을 모았다는 소식을 들으니 혹시 간판 따로 내용 따로는 아니었는가 하는 의심까지 든다”는 의견을 전했다. 또한 “경제정의를 부르짖던 참여연대는 자 조직의 공동대표를 지낸 인사의 부동산 투기 의혹에 명확한 입장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따끔한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참여연대 때문에 다른 시민사회단체도 덤터기 써

한편 연이어 자신들의 공동대표를 국가인권위 위원장으로 보낸 참여연대 또한 최영도 ‘부동산 스캔들’의 후폭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참여연대는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는 가운데 곤혹스러워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사회단체 활동가는 “참여연대가 공룡이 되버린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이번 사건으로 인해 참여연대 뿐 아니라 열심히 일만하는 시민사회 단체까지 덤터기로 욕먹고 있는 현실이 너무나 안타깝다”며 “참여연대는 뼈를 깍는 반성과 스스로에 대한 성찰이 필요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또한 전철협, 경실련, 헨리조지 연구회등 17개 조직으로 구성된 ‘토지정의시민연대’는 ‘최영도 국가인권위원장은 즉각 사퇴하라’는 성명을 발표, 직격탄을 날렸다. 이들은 성명에서 “대한민국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보호하고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구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수장이, 그것도 오랫동안 시민운동에 몸담았던 사람이 부동산 투기를 해왔다는 소식을 접하고 우리는 더욱 깊은 절망감으로 망연자실할 뿐이다”라며 “더 중요한 것은 토지불로소득을 철저히 환수하여 토지투기의 싹을 예방하는 일”이고 “무엇보다 투기의 근본적인 원인이 되는 토지불로소득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토지보유세를 대폭 강화해야 할 것”이라 주장했다.

토지정의시민연대는 지대조세제와 투지가치사유화 폐지를 내건 헨리조지 주의자들이 중심이 되어 결성한 단체다.

이기준, 이헌재 그 다음은 최영도...

2005년 들어 이기준 교육부총리, 이헌재 경제부총리가 부동산 투기와 관련, 국민들의 공분을 샀지만 대통령은 끝까지 이들을 편들었고 결국 여론에 못 이겨 자진 사퇴하는 모양새를 취해왔다. 심지어 이헌재 전 부총리의 사퇴 이후 대통령은 “해일에 장수를 잃어 참담하다”며 끝까지 그를 옹호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 최영도 국가인권위원장 사태는 어떤 식으로 정리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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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 국가인권위 , 최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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