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시간 노동’ 없애야 진정한 일자리 나누기

‘일자리 나누기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

일자리 나누기가 시대의 화두가 된 요즘 일자리 나누기에 대해 장시간 노동을 중심으로 하는 패러다임을 바꾸자는 토론회가 열렸다. 그러나 토론자들은 장시간 노동을 줄이자는 데는 의견이 같았지만 어디에 중심을 두고 줄일지는 입장이 달랐다.

성균관대학교 HRD센터는 25일 성균관 대학교 다산 경제관에서 조준모 HRD센터장의 사회로 ‘일자리 나누기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열었다.

이장원 한국노동연구원 고성과작업장혁신센터 소장이 ‘일자리나누기의 실천 방안과 정책과제’라는 주제로 발제에 나섰다. 이장원 소장은 “한국의 노동생산성은 체코 수준이지만 초과노동을 많이 해 풍요롭다는 미국 어느 경제학자의 말을 곱씹어 봐야 한다”며 장시간 노동 문제를 거론했다.

이 소장은 “장시간 노동 체계로는 십 년 후에도 살아남을 수 있을지 기약하기 어렵다”다고 밝혔다. 이 소장은 “일자리 나누기를 통한 새로운 패러다임, 즉 근로시간이 아닌 생산성의 패러다임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주40시간 노동제에서 35시간으로 법정 근로시간으로 줄여서 35시간 노동하는 정규직 만드는 게 정책적 화두라기보다는 주 20시간을 일해도 차별받지 않는 파트타임 일자리를 만드는 체계로 갈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 소장은 자신이 컨설팅한 사례 중 구조조정 국면에서 적극적인 일자리나누기 사례를 소개했다. 이 소장이 소개한 락앤락은 인천 공장이 어렵자 기계를 팔고 교대조 증편으로 초과 근무시간을 줄이고 학습시간 늘려 생산성을 향상했다고 소개했다. 대한 제강 역시 4조 2교대를 3조 2교대로 바꾸고 일의 강도를 줄였다고 소개했다.

두 번째 발제에 나선 이상호 금속노조 정책연구원은 “중소기업을 파국으로 모는 생존의 위기에서 대기업 정규직 노동조합도 연대책임으로 뭔가 안을 내줘야 한다”며 고용연대 전략을 제시했다. 이상호 연구원은 “결국 실 노동시간 단축으로 가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상호 연구원은 또 “대기업 내의 노사가 장시간 노동시간의 담합구조를 이번에 바꿔야만 다시 장시간 노동체제로 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며 일자리 나누기를 통한 고용 연대 전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상호 연구원은 실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로 주간연속2교대제를 예로 들었다. 이 연구원은 “자동차산업의 경우 주간연속2교대제로 과감하게 8+8이 아니라 8+7도 좋고 7+7도 가능하며, 노사가 어떻게 분담하고 정부는 어떻게 할 것이냐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또 “장시간 노동을 조장하는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시급제였다”며 월급제의 필요성도 주장했다. 또한 장기적으로 협약노동시간의 도입과 단축, 초과노동을 제어하기 위한 노동시간상한제와 생산유연성을 고려한 노동시간계좌제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주 발제가 끝난 후 패널 토론에는 남택규 금속노조 수석부위원장, 박홍재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소장, 이정일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김성희 비정규노동센터 소장, 황인철 경영자총협회 본부장, 김 왕 노동부 노사협력과장이 참가했다.

남택규 수석부위원장은 “이미 임금이 삭감되어 있는 상태에서 다시 삭감을 노사민정이 합의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노사민정 합의를 비판했다. 남 수석은 “재벌의 잉여금을 사회에 환원해 비정규직과 정규직을 총괄하는 고용유지에 사용하자”고 제안했다. 대기업의 유보금을 사용하자는 것이다. 또한 이장원 소장의 교대제 증편 사례에 대해 “10년 넘게 야간근무를 했지만 10년 지나도 적응이 안 된다”면서 야간 노동의 문제점과 주간연속2교대제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박홍재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소장은 “기업 유보금이 많다고 하지만 바로 현금화 할 수 있는 돈이 얼마나 될지도 모르고 미래 투자를 위해 마냥 돈을 쓸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박 소장은 “현재 위기는 현금유동성을 만드는 게 중요한데 판매도 줄고, 자산 매각도 어려워 결국 비용절감 밖에 할 일 없다”며 생산성과 경쟁력에 중심을 뒀다.

김성희 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이장원 소장이 제시한 사례를 반박했다. 김성희 소장은 “락앤락이 70시간이라는 최장 노동시간을 50시간으로 줄인 게 잘하는 것으로 주장하기에는 워낙 장시간”이라고 반박했다. 이 소장이 자료집에서 소개한 굿모닝병원에 대해서도 “주당 근로시간 개선으로 4조 3교대를 했다는 것은 나이트 인원을 줄인 것으로 나이트 공백의 심각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또 이 소장이 제시한 파트타임 일자리에 대해서도 “아무리 보호조치를 해도 임시직, 기간제 등이 널려있는데 파트타임 정책은 결코 활성화 안 된다”고 반박했다.

이어 황인철 경총 본부장은 “원래 경총은 구조조정을 하자는 입장이었으며 인터도 별로 달가워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황 본부장은 “노동시장 밖의 청년, 취약계층이 인간성을 상실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인턴을 하는 측면이 크다”고 설명했다. 황 본부장은 또 이상호 연구원의 제안에 대해 “근로시간 계좌제는 임금 선불제”라고 못 박고 “만일 임금을 선불로 받고나서 그만두면 어떻게 할 거냐”고 반문했다.

김 왕 노동부 노사협력 과장은 “ 정부가 임금삭감을 목표로 일자리 나누기를 추진한 것으로 비춰지는 것은 오도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 과장은 “임금 삭감을 목표 삼은 것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전체 논의과정에서 그것도 하나 나온 것으로 이해해 달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