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시각 다른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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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굴 위한 뉴타운인가 - 우리의 오래 된 미래, 한양주택
참세상 / 2006년02월06일 0시36분
홍석만/ 이번 순서는 <다른시각 다른 분석>입니다. 서울시가 계획하고 있는 뉴타운 사업, 다들 들어보셨을 겁니다. 서울을 보다 살기 좋은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뉴타운 사업은 한 편으로는 이미 살기 좋은 공간을 파괴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한양주택 지역인데요. 이곳은 이전에 서울시가 아름다운 마을로 지정한 적이 있는 곳이라고 하더군요. 이번 방송에서는 한양주택이 왜 지켜야 하는 곳인지 그리고 무모한 개발 논리가 지배하는 도시 정비 방식에 대해 이야기 해 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지난주에 있었던 뉴타운 개발반대 결의대회 영상을 보시고 이야기 나누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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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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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만/ 네, 오늘 이 이야기 함께 나누어 주실 ‘문화연대’ 최준영 팀장님 나와주셨습니다.
#1. 오래 된 미래, 한양주택
홍석만/ 네, 먼저 한양 주택이라는 곳이 어떤 곳인지 간단히 좀 들어봐야 할 것 같은데요. 간단히 설명을 좀 해 주세요.
최준영/ 한양주택은 은평구 진관내동 440번지 일대의 단독주택 단지 (214가구)를 말합니다. 이곳은 1978년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에 의해 조성된 마을로, 당시 남북정세(72년 7.4남북공동선언)에서 소위 ‘보여주기식’ 마을로 조성된 곳입니다. 이곳으로 강제이주 된 주민들은 20여 년간 마을을 생태전원마을로 가꾸었고, 그 결과 앞서 말씀하셨듯이 1996년에 서울시가 지정한 <아름다운 마을>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서울시가 발표한 뉴타운 사업에 은평뉴타운 지역에 포함되면서 현재 지역을 지키고자 싸우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홍석만/ 얼마 전에 기사를 보니까 한양주택 주민들이 주거지역을 문화재 신청했다고 하는데, 이유가 무엇인가요?
최준영/ 지난 주 문화재청에 신청을 했고요, 앞으로 100일간의 조사기간을 거쳐 문화재청에서 최종 결정을 하게 됩니다. 이번 신청은 최초로 주민들이 스스로 근대문화재 등록을 요구했다는 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문화재를 신청한 것은 한양주택 개발과 관련하여 더 많은 보상금이나 더 넓은 평수가 아닌 진정 ‘존치’를 원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고 봅니다.
홍석만/ 이 지역이 뉴타운 지역으로 선정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최준영/ 서울시가 든 가장 큰 이유는, 지대가 낮아서 홍수 등에 취약하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1990년대 말 배수로 공사를 한 이후에는 침수 문제가 없어졌습니다. 심지어 뉴타운 사업을 추진하는 sh공사에서도 배수시설만 좋다면 지대가 낮은 것은 문제가 안 된다고 말할 정도입니다.
홍석만/ 그런데 재개발이 된다고 하면 보통 집값이 오르고 하니까 주민들이 환영할 것 같은데, 이렇게 반대하는 이유는 뭔가요?
최준영/ 한양주택의 주민들은 독특하게도 경제적 이익을 넘어서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삶의 질’이란 것이 단지 ‘집값’이나 ‘아파트 평수’ 만으로 파악될 수 없는 것임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주민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넓은 골목길, 나무와 꽃, 이웃의 대소사까지 모두 이해하는 삶의 모습, 항상 흙을 밟으며 산다는 것과 같은 삶의 조건들을 계속 유지하고 싶다고 합니다. ‘거주권’이란 것이 단지 경제적인 것으로만 환원, 계산 될 수 있는 것이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기본권이라는 점을 실질적으로 체감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점은 경쟁, 효율과 같은 자본주의적 삶의 방식이 급속하게 확대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시사하고 있는 바가 크다고 봅니다.
홍석만/ 주민들이 한양주택 지역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직접 가서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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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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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만/ 영상을 보니까 주민들의 입장이 아주 단호한데요, 사실 이번 뉴타운 개발은 은평뉴타운 지역만이 아니라 서울시의 대부분의 지역을 공사판으로 만들만큼 거대한 규모가 되었는데요, 뉴타운 사업이 시작된 배경은 어떤 것인가요?
#2. 뉴타운 사업의 과정
최준영/ 이명박 시장의 브랜드 사업이라고 할 수 있는 뉴타운 개발사업은 강남북균형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시작되었습니다. 서울시와 이명박 시장은 뉴타운 개발 사업을 통해 강북지역 주민들에게 팽배해 있던 부의 강남집중현상에 대한 불만을 흡수하면서, 이를 통한 개발이익을 창출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홍석만/ 사실 재개발을 통해서 ‘낙후된 강북’의 수준을 강남과 같이 올려준다는 서울시의 입장은 어떻게 보면 유혹적이지 않을까요?
최준영/ 서울시가 말하는 ‘낙후된’이라는 표현에 특정한 관점이 포함되어 있다고 봅니다. 새 건물, 아파트 등으로 상징되는 것들이 과연 더 나은 주거환경일까요? 한양주택 주민들은 현재의 조건들, 즉 나무와 꽃 등 자연과 어우러진 주거환경, 주민들 간에 형성된 끈끈한 공동체의식 등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주민들은 현재의 생태적이고 문화적인 삶의 조건들이 파괴되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경제적으로만 따질 수 없는 ‘이익’이 있다는 것입니다.
홍석만/ 그럼 뉴타운 지역으로 선정된 곳들은 어떤 곳들이었나요?
최준영/ 길음, 은평, 왕십리, 중화, 교남 등 약 20곳의 지역이 뉴타운 개발지역으로 선정되었습니다. 뉴타운, 한글로 말하는 새마을인데요. 박정희 개발독재 시대의 새마을운동이 이명박 버전으로 재현되고 있습니다. 지금 서울시 곳곳이 뉴타운 재개발 열풍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홍석만/ 새마을 운동의 이명박 버전이라, 구체적으로 설명을 해 주시죠.
최준영/ 지금도 시골에 가면 박정희 시대에 지어진 ‘똑같은 모양의 양옥집’들이 늘어서 있는 광경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결국 천편일률적인 개발이라는 점에서 이명박의 뉴타운 개발사업과 매우 유사하다고 여겨집니다. 지역의 고유한 특수성과 사회문화적 관계망 등을 고려한 자연스러운 개발, 변화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홍석만/ 이번 뉴타운 사업은 선정 과정에서도 문제가 많았다고 하는데, 어떤 문제들이 있었나요?
#3. 뉴타운 사업의 문제점
최준영/ 종로구의 교남 뉴타운의 경우 서울시가 ‘전면철거 재개발’해야 한다고 했는데. 이 곳은 이미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이 실시한 <도심재개발 기본 계획>에 의해 수복형 자율갱신 재개발 지역으로 이미 지정된 곳이었고요. 중랑구에 중화뉴타운의 경우에 수해방지형 뉴타운으로 지정했으나 이미 빗물펌프장 증설 등의 조치로 30년 주기의 수해를 막을 수 있게 해 놓은 상태였습니다. 결국 수해 방지는 개발을 위한 개발담론에 그치는 것이죠. 한양주택이 포함된 은평뉴타운의 경우를 예를 들면, 2003년에 포함되기 이전인 2002년 말부터 서울시와 은평구청은 “이미 개발이 완료된 지역으로 더 이상의 개발은 없다” “주민들의 의사를 물은 후 개발을 결정하겠다” 등 계속 거짓말을 해왔습니다.. 또한 주민들에게 확인할 결과, 뉴타운 개발과 관련해 서울시와 SH공사 어느 곳도 단 한 번도 주민들의 의사를 물은 적이 없다고 합니다. 선정과정에서 당사자인 주민의 의사가 철저히 무시된 것입니다. 서울시에서는 개발 이유를 표면적으로는 낙후된 주거환경 개선, 침수문제 개선 등을 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를 개선한 ‘리조트식 생태전원아파트’를 짓겠다는 것이 서울시와 SH공사의 입장입니다. 하지만 절반이 넘는 주민들이 반대하는 가운데 진행되는 이러한 개발계획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습니다.
홍석만/ 지역주민이 반대하는데도 개발을 강행하는 서울시의 입장이 궁금한데요,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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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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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만/ 서울시는 법적 절차를 밟아서라도 사업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고, 개발이 되면 충분히 원주민들이 입주할 수 있다고 하는데, 어떤가요?
#3. 뉴타운 사업의 문제점
최준영/ 한 예를 들어 길음뉴타운의 경우, 원주민 입주율이 10%가 채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실제로 주민들이 보상받는 금액으로는 새로 만들어지는 아파트에 입주할 수 없는 것이 가장 직접적인 이유입니다. 수천만원의 추가 비용이 들어야만 새로 정착할 수 있는데, 이를 감당하지 못하고 그 지역을 떠나는 것입니다.
홍석만/ 뉴타운 사업이 확장되면서 원주민의 입주율이 낮다는 것 이외에도 여러 문제들이 지적되고 있다고 하는데, 어떤 것들이 있나요?
최준영/ 우선 이런 개발 방식은 부동산 가격의 상승으로 인해 조용하던 곳을 개발의 소용돌이로 몰아넣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지역별의 특성을 살리기보다는 천편일률적인 형태의 재개발사업으로 밀어붙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로 인해 지역에 존재하던 사회문화적 관계망들이 무너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원주민들의 재정착 비율이 극도로 낮은 것이 현실이고, 이 과정에서 저소득층에 대한 배려와 지원도 부족하다고 여겨집니다.
홍석만/ 또 이번 뉴타운 사업을 보면 굉장히 일정이 촉박하게 느껴지는데, 이렇게 급하게 사업을 강행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최준영/ 결과와 성과만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가시적인 것을 내세우는 그 동안의 개발 사업의 관행도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아직도 우리는 주변의 공간 환경을 바꾸는 것의 중요성을 크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시설, 도로, 주택 등이 변화가 인간의 삶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면밀한 사전 조사와 계획이 필요하고, 또 장기간에 걸친 개발 속에서 적응해 나가는 과정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데, 뉴타운개발은 그렇지 않죠. 이에는 표면적으로 내세우는 근거와는 달리 개발이익과 관련이 있다고 봅니다. 서울시와 SH공사가 이 지역의 재개발을 통해 얻는 이익 때문에 주민들의 삶을 파괴하면서까지 재개발을 강행하는 것이 문제가 발생한 가장 근본적인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4. 도시 공간에서 살아간다는 것
홍석만/ 물론 이렇게 반대 입장들이 있지만 한편으로 도시에 사는 많은 사람들은 재개발이 된다고 하면 그야말로 쌍수를 들어 환영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는 어떻게 보시나요?
최준영/ 예를 들어 사회문화적 기본권 보장을 위한 기본적인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과 단순 재개발, 재건축 사업과는 구분될 필요가 있습니다. 전자의 경우 문화환경영향평가와 같은 실태조사를 통해 시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개발계획이 수립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하지만 후자의 경우에 그것이 과연 주민을 위한 개발인지 철저하게 재검토 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주민들도 이에 대해서는 잘 알 필요가 있습니다.
홍석만/ 사실 도시에서 사는 사람들은- 특히 일산 등 신도시에서 알 수 있듯이- 그야말로 ‘편한’ 공간에 대한 욕망이 있지 않나요? 넓은 도로와 대형 할인마트 등, 살기 좋다는 기준이 이렇게 획일화 된 도시의 모습이 된 것 같은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최준영/빠름, 편리함 등으로 대변되는 삶의 방식에 대한 제고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아파트가 단절시킨 공동체적 삶의 방식이나 대형 할인마트로 인해 사라진 재래시장 등에 대한 사회문화적 평가가 있어야 합니다. 도시 공간에서 갈수록 생태적인 공간, 문화적인 삶의 모습이 사라짐으로써 삶 자체가 ‘경쟁’과 ‘효율’만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도시에서도 생태적이고 문화적인 삶이 가능하도록 대안을 모색해야만 합니다.
홍석만/ 사실 도시는 시간이 지나면 낙후되기 마련이고, 도시 정비는 필수적일 텐데요, 어떤 방법으로 도시를 정비하는 것이 좋을까요?
최준영/ 계량적, 수치적으로만 파악하기 힘든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가장 기본적으로 공간적, 문화적 관계에 대한 면밀한 조사, 답사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개발이 아닌 방식의 변화를 모색할 수 있습니다. 더 긴 시간동안, 생태적인 방식과 생태친화적인 변화를 목적으로 한, 그리고 사회적 관계, 문화적 관계를 복원할 수 있는 방식의 도시 정비가 필요합니다.
홍석만/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나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홍석만/ ‘새마을’을 한자로 하면 ‘신촌’이고, 영어로 하면 ‘뉴타운’이죠. 새마을 운동이 집단적 주민동원 방식이었다면 글쎄요, 뉴타운 사업은 건설회사와 땅 투기꾼 동원 운동인 것 같습니다. 새마을이든 뉴타운이든 그 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보다도 지주들과 금융생활자들 배만 불려주는 사업인 건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어 보입니다. 이명박 시장, 박정희식 개발독재의 그림자를 언제까지 드리울지 두고볼 노릇입니다. <시사프로젝트 피플파워> 오늘 순서는 여기까지입니다. 시청자 여러분, 다음 시간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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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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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만/ 네, 오늘 이 이야기 함께 나누어 주실 ‘문화연대’ 최준영 팀장님 나와주셨습니다.
#1. 오래 된 미래, 한양주택
홍석만/ 네, 먼저 한양 주택이라는 곳이 어떤 곳인지 간단히 좀 들어봐야 할 것 같은데요. 간단히 설명을 좀 해 주세요.
최준영/ 한양주택은 은평구 진관내동 440번지 일대의 단독주택 단지 (214가구)를 말합니다. 이곳은 1978년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에 의해 조성된 마을로, 당시 남북정세(72년 7.4남북공동선언)에서 소위 ‘보여주기식’ 마을로 조성된 곳입니다. 이곳으로 강제이주 된 주민들은 20여 년간 마을을 생태전원마을로 가꾸었고, 그 결과 앞서 말씀하셨듯이 1996년에 서울시가 지정한 <아름다운 마을>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서울시가 발표한 뉴타운 사업에 은평뉴타운 지역에 포함되면서 현재 지역을 지키고자 싸우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홍석만/ 얼마 전에 기사를 보니까 한양주택 주민들이 주거지역을 문화재 신청했다고 하는데, 이유가 무엇인가요?
최준영/ 지난 주 문화재청에 신청을 했고요, 앞으로 100일간의 조사기간을 거쳐 문화재청에서 최종 결정을 하게 됩니다. 이번 신청은 최초로 주민들이 스스로 근대문화재 등록을 요구했다는 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문화재를 신청한 것은 한양주택 개발과 관련하여 더 많은 보상금이나 더 넓은 평수가 아닌 진정 ‘존치’를 원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고 봅니다.
홍석만/ 이 지역이 뉴타운 지역으로 선정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최준영/ 서울시가 든 가장 큰 이유는, 지대가 낮아서 홍수 등에 취약하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1990년대 말 배수로 공사를 한 이후에는 침수 문제가 없어졌습니다. 심지어 뉴타운 사업을 추진하는 sh공사에서도 배수시설만 좋다면 지대가 낮은 것은 문제가 안 된다고 말할 정도입니다.
홍석만/ 그런데 재개발이 된다고 하면 보통 집값이 오르고 하니까 주민들이 환영할 것 같은데, 이렇게 반대하는 이유는 뭔가요?
최준영/ 한양주택의 주민들은 독특하게도 경제적 이익을 넘어서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삶의 질’이란 것이 단지 ‘집값’이나 ‘아파트 평수’ 만으로 파악될 수 없는 것임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주민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넓은 골목길, 나무와 꽃, 이웃의 대소사까지 모두 이해하는 삶의 모습, 항상 흙을 밟으며 산다는 것과 같은 삶의 조건들을 계속 유지하고 싶다고 합니다. ‘거주권’이란 것이 단지 경제적인 것으로만 환원, 계산 될 수 있는 것이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기본권이라는 점을 실질적으로 체감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점은 경쟁, 효율과 같은 자본주의적 삶의 방식이 급속하게 확대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시사하고 있는 바가 크다고 봅니다.
홍석만/ 주민들이 한양주택 지역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직접 가서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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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만/ 영상을 보니까 주민들의 입장이 아주 단호한데요, 사실 이번 뉴타운 개발은 은평뉴타운 지역만이 아니라 서울시의 대부분의 지역을 공사판으로 만들만큼 거대한 규모가 되었는데요, 뉴타운 사업이 시작된 배경은 어떤 것인가요?
#2. 뉴타운 사업의 과정
최준영/ 이명박 시장의 브랜드 사업이라고 할 수 있는 뉴타운 개발사업은 강남북균형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시작되었습니다. 서울시와 이명박 시장은 뉴타운 개발 사업을 통해 강북지역 주민들에게 팽배해 있던 부의 강남집중현상에 대한 불만을 흡수하면서, 이를 통한 개발이익을 창출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홍석만/ 사실 재개발을 통해서 ‘낙후된 강북’의 수준을 강남과 같이 올려준다는 서울시의 입장은 어떻게 보면 유혹적이지 않을까요?
최준영/ 서울시가 말하는 ‘낙후된’이라는 표현에 특정한 관점이 포함되어 있다고 봅니다. 새 건물, 아파트 등으로 상징되는 것들이 과연 더 나은 주거환경일까요? 한양주택 주민들은 현재의 조건들, 즉 나무와 꽃 등 자연과 어우러진 주거환경, 주민들 간에 형성된 끈끈한 공동체의식 등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주민들은 현재의 생태적이고 문화적인 삶의 조건들이 파괴되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경제적으로만 따질 수 없는 ‘이익’이 있다는 것입니다.
홍석만/ 그럼 뉴타운 지역으로 선정된 곳들은 어떤 곳들이었나요?
최준영/ 길음, 은평, 왕십리, 중화, 교남 등 약 20곳의 지역이 뉴타운 개발지역으로 선정되었습니다. 뉴타운, 한글로 말하는 새마을인데요. 박정희 개발독재 시대의 새마을운동이 이명박 버전으로 재현되고 있습니다. 지금 서울시 곳곳이 뉴타운 재개발 열풍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홍석만/ 새마을 운동의 이명박 버전이라, 구체적으로 설명을 해 주시죠.
최준영/ 지금도 시골에 가면 박정희 시대에 지어진 ‘똑같은 모양의 양옥집’들이 늘어서 있는 광경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결국 천편일률적인 개발이라는 점에서 이명박의 뉴타운 개발사업과 매우 유사하다고 여겨집니다. 지역의 고유한 특수성과 사회문화적 관계망 등을 고려한 자연스러운 개발, 변화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홍석만/ 이번 뉴타운 사업은 선정 과정에서도 문제가 많았다고 하는데, 어떤 문제들이 있었나요?
#3. 뉴타운 사업의 문제점
최준영/ 종로구의 교남 뉴타운의 경우 서울시가 ‘전면철거 재개발’해야 한다고 했는데. 이 곳은 이미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이 실시한 <도심재개발 기본 계획>에 의해 수복형 자율갱신 재개발 지역으로 이미 지정된 곳이었고요. 중랑구에 중화뉴타운의 경우에 수해방지형 뉴타운으로 지정했으나 이미 빗물펌프장 증설 등의 조치로 30년 주기의 수해를 막을 수 있게 해 놓은 상태였습니다. 결국 수해 방지는 개발을 위한 개발담론에 그치는 것이죠. 한양주택이 포함된 은평뉴타운의 경우를 예를 들면, 2003년에 포함되기 이전인 2002년 말부터 서울시와 은평구청은 “이미 개발이 완료된 지역으로 더 이상의 개발은 없다” “주민들의 의사를 물은 후 개발을 결정하겠다” 등 계속 거짓말을 해왔습니다.. 또한 주민들에게 확인할 결과, 뉴타운 개발과 관련해 서울시와 SH공사 어느 곳도 단 한 번도 주민들의 의사를 물은 적이 없다고 합니다. 선정과정에서 당사자인 주민의 의사가 철저히 무시된 것입니다. 서울시에서는 개발 이유를 표면적으로는 낙후된 주거환경 개선, 침수문제 개선 등을 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를 개선한 ‘리조트식 생태전원아파트’를 짓겠다는 것이 서울시와 SH공사의 입장입니다. 하지만 절반이 넘는 주민들이 반대하는 가운데 진행되는 이러한 개발계획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습니다.
홍석만/ 지역주민이 반대하는데도 개발을 강행하는 서울시의 입장이 궁금한데요,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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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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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만/ 서울시는 법적 절차를 밟아서라도 사업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고, 개발이 되면 충분히 원주민들이 입주할 수 있다고 하는데, 어떤가요?
#3. 뉴타운 사업의 문제점
최준영/ 한 예를 들어 길음뉴타운의 경우, 원주민 입주율이 10%가 채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실제로 주민들이 보상받는 금액으로는 새로 만들어지는 아파트에 입주할 수 없는 것이 가장 직접적인 이유입니다. 수천만원의 추가 비용이 들어야만 새로 정착할 수 있는데, 이를 감당하지 못하고 그 지역을 떠나는 것입니다.
홍석만/ 뉴타운 사업이 확장되면서 원주민의 입주율이 낮다는 것 이외에도 여러 문제들이 지적되고 있다고 하는데, 어떤 것들이 있나요?
최준영/ 우선 이런 개발 방식은 부동산 가격의 상승으로 인해 조용하던 곳을 개발의 소용돌이로 몰아넣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지역별의 특성을 살리기보다는 천편일률적인 형태의 재개발사업으로 밀어붙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로 인해 지역에 존재하던 사회문화적 관계망들이 무너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원주민들의 재정착 비율이 극도로 낮은 것이 현실이고, 이 과정에서 저소득층에 대한 배려와 지원도 부족하다고 여겨집니다.
홍석만/ 또 이번 뉴타운 사업을 보면 굉장히 일정이 촉박하게 느껴지는데, 이렇게 급하게 사업을 강행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최준영/ 결과와 성과만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가시적인 것을 내세우는 그 동안의 개발 사업의 관행도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아직도 우리는 주변의 공간 환경을 바꾸는 것의 중요성을 크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시설, 도로, 주택 등이 변화가 인간의 삶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면밀한 사전 조사와 계획이 필요하고, 또 장기간에 걸친 개발 속에서 적응해 나가는 과정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데, 뉴타운개발은 그렇지 않죠. 이에는 표면적으로 내세우는 근거와는 달리 개발이익과 관련이 있다고 봅니다. 서울시와 SH공사가 이 지역의 재개발을 통해 얻는 이익 때문에 주민들의 삶을 파괴하면서까지 재개발을 강행하는 것이 문제가 발생한 가장 근본적인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4. 도시 공간에서 살아간다는 것
홍석만/ 물론 이렇게 반대 입장들이 있지만 한편으로 도시에 사는 많은 사람들은 재개발이 된다고 하면 그야말로 쌍수를 들어 환영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는 어떻게 보시나요?
최준영/ 예를 들어 사회문화적 기본권 보장을 위한 기본적인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과 단순 재개발, 재건축 사업과는 구분될 필요가 있습니다. 전자의 경우 문화환경영향평가와 같은 실태조사를 통해 시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개발계획이 수립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하지만 후자의 경우에 그것이 과연 주민을 위한 개발인지 철저하게 재검토 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주민들도 이에 대해서는 잘 알 필요가 있습니다.
홍석만/ 사실 도시에서 사는 사람들은- 특히 일산 등 신도시에서 알 수 있듯이- 그야말로 ‘편한’ 공간에 대한 욕망이 있지 않나요? 넓은 도로와 대형 할인마트 등, 살기 좋다는 기준이 이렇게 획일화 된 도시의 모습이 된 것 같은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최준영/빠름, 편리함 등으로 대변되는 삶의 방식에 대한 제고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아파트가 단절시킨 공동체적 삶의 방식이나 대형 할인마트로 인해 사라진 재래시장 등에 대한 사회문화적 평가가 있어야 합니다. 도시 공간에서 갈수록 생태적인 공간, 문화적인 삶의 모습이 사라짐으로써 삶 자체가 ‘경쟁’과 ‘효율’만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도시에서도 생태적이고 문화적인 삶이 가능하도록 대안을 모색해야만 합니다.
홍석만/ 사실 도시는 시간이 지나면 낙후되기 마련이고, 도시 정비는 필수적일 텐데요, 어떤 방법으로 도시를 정비하는 것이 좋을까요?
최준영/ 계량적, 수치적으로만 파악하기 힘든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가장 기본적으로 공간적, 문화적 관계에 대한 면밀한 조사, 답사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개발이 아닌 방식의 변화를 모색할 수 있습니다. 더 긴 시간동안, 생태적인 방식과 생태친화적인 변화를 목적으로 한, 그리고 사회적 관계, 문화적 관계를 복원할 수 있는 방식의 도시 정비가 필요합니다.
홍석만/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나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홍석만/ ‘새마을’을 한자로 하면 ‘신촌’이고, 영어로 하면 ‘뉴타운’이죠. 새마을 운동이 집단적 주민동원 방식이었다면 글쎄요, 뉴타운 사업은 건설회사와 땅 투기꾼 동원 운동인 것 같습니다. 새마을이든 뉴타운이든 그 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보다도 지주들과 금융생활자들 배만 불려주는 사업인 건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어 보입니다. 이명박 시장, 박정희식 개발독재의 그림자를 언제까지 드리울지 두고볼 노릇입니다. <시사프로젝트 피플파워> 오늘 순서는 여기까지입니다. 시청자 여러분, 다음 시간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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