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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HIV/AIDS 2부] - 감염인의 삶과 인권
참세상 / 2006년10월09일 14시17분
하주영/ 에이즈에 관한 특집 2부 시작합니다. 에이즈라는 질병이 세상에 알려진지 25년이 지났구요. 1부에서 말씀 드렸듯이 한국에서 첫 감염인이 발생한지 21년이 지났구요. 감염인들이 자신들의 인권에 대해 증언한 것은 지난 9월17일이 처음이었습니다. 이들이 삶에서 겪는 인권침해부터 들어보겠습니다. 먼저 영상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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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R 3 : 수다 - 인권침해/ 병원 관련 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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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염인에게 가해지는 인권침해
하주영/ 먼저 HIV감염인들은 검사를 받고 감염사실을 본인에게 알리는 과정부터 인권침해가 심각하다는 얘기가 있는데요. ①
미류/ HIV 검사 받아본 적 있어요? 아마 이 방송을 보는 대부분의 분들도 HIV 검사를 받아봐야겠다고 생각해본 적 없을 꺼예요. 오히려 자기도 모르게 HIV 검사를 받게 된 경험이 있으면 모를까. 검사는 의학적인 필요에 의해서 받거나 자발적인 요구에 의해서 받는 경우가 아니라면 대개 문제의 소지가 있습니다. 의학적 필요에 의한 검사들은 분명 받아야 하는 검사이기는 한데 대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결과가 나와버리고 그러다보니 우연히 자신의 감염사실을 알게 된 사람들은 아무런 마음의 준비도 안된 상태인 경우가 많죠. 엎친 데 덮친다고 그 결과가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들에게까지 알려진 것을 알게 되면 엄청난 상실감과 자괴감, 고립감을 느끼게 됩니다.
실제 감염인들을 만나보면 본인이 직접 검사를 요구한 경우와 우연히 알게 된 경우 자신의 질병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차이를 보여요. 물론, 자발적으로 검사를 요청하더라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검사든 검사 전후의 상담 등 일반적으로 보장되는 과정이 유독 한국에서는 시도조차 안되고 있고 검사결과 양성이 나오면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자동으로 국가에 등록이 되죠. 실명과 주민등록번호뿐만 아니라 가족사항, 성관계 빈도, 유형 등 매우 사적인 정보들을 요구받게 되죠. 그리고 한번 등록이 되면 주소지를 옮길 때 신고의무가 부여되기도 하고 이 정보들이 어디에서 어디까지로 퍼져가는지 정보주체는 전혀 손댈 수도 알 수도 없는 상황이 되어버립니다.
하주영/ 감염인들은 대부분 자신의 감염사실을 숨겨야 하는 것이 현실인데요. 앞에서도 조금 나왔지만 집에서조차 감염사실을 숨겨야 하는 이유를 좀더 얘기해주시죠. ②
미류/ 일반적으로도 병력정보는 매우 민감한 개인정보 중의 하나죠. 그러나대개의 경우 아프다는 사실이 낙인과 차별의 이유가 되지는 않습니다. 백혈병이나 희귀암들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동정표를 몰아주는 흔한 소재가 되기도 하잖아요? 에이즈는 그렇지 않습니다. <말할 게 있 수다!> 보도기사를 인터넷으로 검색하면서 기사에 달린 덧글들도 슬쩍 훑어봤는데 이런 것도 있었어요. 사실, 너네가 잘못해서 걸린 거 아니냐, 어떻게 에이즈랑 고혈압이나 당뇨 같은 걸 비교하냐, 자기가 문란하게 노니까 생긴 걸 도와달라고 하는 거 보니 짜증난다는 얘기였어요. 좀 심하다 싶죠?
문제는 이런 생각이 일반적인 생각이라는 거예요. 감염사실을 알게 된 당사자도, 그 가족들도 다르지 않습니다. HIV 감염되는 사람들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고 쭉 생각해오다가 갑자기 자기 자식이, 자기 남편이나 아내가 감염인이라는 걸 알았다고 생각해봐요. 게다가, 결과만 틱 알려주고 질병에 대한 이런저런 설명도 없으면 얼마나 충격적이겠어요. 물론 함께 껴안고 가야 할 질병이라는 걸 못내 받아들이는 분들도 있지만 호적 파서 나가라는 가족도 있고 심지어 장례식 때도 얼굴 비치지 않는 가족들도 있어요. 모두가 인권침해의 피해자인 셈이죠. 이런 위험성에 비추어볼 때 현실을 보면 병력정보가 보호되기는커녕 아무 고민 없이 누설되고 있어서 큰 문제입니다.
하주영/ HIV 면역체계를 무너뜨리는 바이러스이기 때문에 감염 이후 일반적인 질병에 의해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을 텐데요. 이때 병원에서 겪는 인권 침해가 많을 것 같습니다. 먼저 사례를 설명해 주시죠.③
미류/ 아무래도 면역결핍증상이 나타나는 단계가 되면 대학병원 같은 3차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는 것이 좋고 대개 그렇게 합니다. 그런데 면역결핍이 진행되기 이전, 무증상기에 나타나는 일반적인 질병들, 감기에 걸린다거나 맹장염, 골절 같은 것, 혹은 스켈링을 해야 한다거나 하는, 이런 경우에는 참 난감하죠. 일반 병원에 가서 자신의 감염사실을 알리지 않는다면 진료를 거부당할 일은 없지만 감염인 스스로도 그렇게 하고 싶어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얘기하면 으레 진료를 거부당하니 그냥 감기에 걸려도 3차 의료기관에 가야 하는 상황이 됩니다.
3차 의료기관이라고 편안하냐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병원직원들에 의해 감염사실이 여기저기 알려진다거나 입원했을 때 각종 표식을 통해 병동의 다른 환자나 보호자들이 알게 되거나 하기도 하죠. 3차 의료기관 안에서도 감염내과가 아니면 감염인 진료의뢰를 꺼리고 미루는 경우가 많습니다. 서울은 그나마 병원이라도 여럿 있지만 제주도라도 되면 비행기 타고 날아와야 하는 상황이 되는 거죠. 진료거부만이 아니라 의료접근권 전반이 침해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주영/ 병원에서의 감염인들에 대한 진료거부 등이 심각한 것 같은데요. 에이즈에 대한 공포와 무지는 의료인들도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은데요. 어떻습니까? ④
미류/ 네. 앞서 얘기된 진료거부 사례들도 에이즈에 대한 공포가 아니면 설명되기 힘들죠. 체액을 통해서만 전염되고 일반적인 소독을 거치면 전염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모르는 경우도 있지만, 설령 안다고 하더라도 공포에 짓눌리게 됩니다. 감염인이 수술을 하는 경우 마취과 의사나 수술을 하는 의사들은 거의 우주인 복장 같은 복장으로 수술을 하고 한번 수술한 공간은 통째로 하루종일 비워둡니다. 그러다보니 병원에서는 감염인 수술을 안 하려고 하죠. 한번 수술하면 엄청난 돈이 들어오는데 그걸 못하게 되니 말입니다. 그런데 그 출발이 의학적 지식이 아니라 공포에 기반해있다는 건 큰 문제죠.
하주영/ 지금까지는 병원에서 일어나는 인권침해등을 살펴 보았는데요. 이제 감염인들의 생계, 그리고 일할 권리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영상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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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R 4- 수다 / 가족과의 관계 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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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주영/ 집, 병원 등에서도 일상적인 차별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감염인들의 노동권 박탈은 더욱 심각 할 듯 합니다. 이에 대해 설명해 주시죠⑤
미류/ 제가 만나본 대부분의 감염인들은 직장이 없어요. 작년 국가인권위 용역연구로 진행된 감염인 인권실태조사에서도 감염인의 ()%가 감염 이후 직장을 잃었다고 나왔죠. 감염인들에게 직장이 없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대부분의 감염인들은 일하고 싶어해요. 하지만 동시에 일하기를 두려워합니다. 직장에서 감염사실을 모른다 하더라도 병원을 자주 다녀야 하고 젊은 사람이 매일같이 약을 먹는 것 자체가 스스로 부담스러운 겨죠. 게다가 몸이 안 좋아져 직장을 쉬게 되는 경우가 생기면 병가도 눈치봐서 내야 하는 한국의 노동현실에서는 안정적인 직장에 대한 기대 자체가 사치가 되죠.
직장에서 감염사실을 알게 되어 해고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전직을 시키거나 휴직을 권고하거나 하는 식으로 압력을 넣기도 하구요. 직접적인 해고가 없더라도 주위 동료들의 시선을 감당하기가 힘들다며 그만두는 분들도 있어요. 그래서 직장내 건강검진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건강검진기관에서 검진료를 높이기 위해 불필요한 검사들을 포함시키는 경우가 많은데 HIV 검사도 그 중 하나거든요. 직장검진 결과는 사업주에게 바로 통보되다보니 본인도 알기 전에 고용주가 감염사실을 알게 됩니다.
면역결핍이 진행되지 않은 단계에서는 비감염인들과 다르지 않게 일할 수 있어요. 감염사실을 이유로 한 해고는 명백한 부당해고입니다. 그런데 아직까지 소송이나 진정이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어요. 상담이 들어왔던 적은 몇 번 있지만 이런저런 권리구제절차가 있다고 설명해드리면 알겠다고 하고 나서 연락이 없어요. 부당해고 판정을 받을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의 감염사실이 여기저기 알려질까 봐 시도할 수가 없는 거죠. 그냥 얘기 들어줄 사람이 있다는 데에 만족해야 하는 현실입니다.
그런데 일하지 않으면 어떻게 먹고 살겠어요? 일해도 가난한 게 요즘이라지만 그나마 일자리가 있고 없고의 차이는 클 거예요. 병원비로만도 적지 않은 돈이 나가는데 하루도 내다볼 수 없는 생활을 하게 되는 거죠. 기초생활보장 수급권자가 되거나 주위 지인들의 도움을 얻어서 지내는 분들이 많아요.
하주영/ 이번에는 감염인들과 관련된 법에 대해 이야기 나눠 보겠습니다. 먼저 에이즈 예방법과 관련한 갬페인이 몇 차례 열렸는데요. 영상 보고 이야기 나누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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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R 5 - 캠페인 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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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주영/ 먼저 에이즈 예방법이 어떤 법인지 설명 부탁 드립니다. ⑥
미류/ 말 그대로 에이즈를 예방해보자고 만든 법이죠. 전염병예방법이 이미 존재했지만 88 올림픽을 앞두고 외국에서 에이즈가 몰려들어올까 허둥지둥 만든 것이 에이즈예방법입니다. 당시 제정 주요골자를 보면, 감염자의 관리와 전파 방지를 위한 신고의무를 두고 공중접촉이 많은 업소에 취업을 제한하고 전파매개행위금지의무를 두는 것 등입니다. 쉽게 말하면, 감염된 자들을 색출해서 철저히 관리하면 에이즈가 예방된다는 생각을 담고 있는 법이죠.
하주영/ 보건복지부에서도 기존 법안에 문제가 많다고 감염인의 인권을 생각해서 9월14일 에이즈예방법 개정안을 냈는데요. 개정안에도 문제점이 많다고 들었습니다.⑦
미류/ 2004년부터 본격적으로 법안의 인권침해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어요. 감염자를 감염인으로 바꾼다거나 사용자의 차별금지규정을 명시한 것 등은 그동안 이어져온 문제제기의 성과가 반영된 것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정 당시의 패러다임에 여전히 갇혀있어요. 대표적인 것이 감염인들의 인적사항을 국가가 관리해서 소재를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예요. 최근에는 관련정보를 모두 데이터베이스화해 기관간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겠다고도 하죠. 국가기관이 정보를 보유함으로써 그동안 병력정보가 노출되고 그로 인해 많은 감염인들이 고립되고 차별을 경험하게 했던 문제에 대해 아무런 반성이 없어요. 사용자의 차별금지규정을 명시했다지만 직장검진 결과가 사용자에게 통보된다거나 하는 문제, 병원 등에서 의료접근권이 제한되는 문제들에 대해서는 아무 얘기도 없죠. 감염인 인권과 관련된 조항들이라는 게 구색맞추기일 뿐이라는 거예요. 인권침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구조 앞에서는 무력하다는 겁니다.
하주영/ 감염인에 대한 인권보다는 감염의 공포를 기반으로 한 감시와 차별을 조장하는 법안에 맞서 인권단체들이 에이즈예방법에 맞서는 공동행동에 나섰습니다. 먼저 관련 영상 보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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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R 6 - 공동행동 발족 기자회견 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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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주영/ ’HIV/AIDS감염인 인권증진을 위한 에이즈예방법 대응 공동행동이 발족된 계기에 대해 설명해 주시죠⑧
미류/ 에이즈예방은 이런 거다, 보여주려고 만들었죠. 저희는 감염인 인권증진이 에이즈예방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전세계적으로 이런 패러다임에 기초한 에이즈정책들이 만들어지고 있고 각종 가이드라인도 있어요. HIV 감염이 증가하는 양상만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가난한 나라들, 인권보장이 취약한 계층들에서 감염이 증가합니다. 의약품이 개발되어도 돈이 없어 먹을 수가 없으니 질병관리가 안돼요. 여성의 권리 보장이 취약한 나라들에서 여성감염과 태아감염의 증가는 이미 심각한 국제문제가 되고 있구요.
감염인들의 인권뿐만 아니라 사회전반적인 인권수준과 에이즈는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이런 뜻에 동의하는 감염인단체와 인권단체, 보건의료단체 등이 주축이 되어 공동행동이 구성되었고 7월 기자회견 이후로 매달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어요. 얼마전 진행된 수다도 공동행동에서 함께 준비했구요.
하주영/ 보건복지부 개정안과는 다르게 공동행동에서 준비하는 법안의 주요 내용을 설명해 주신다면?⑨
미류/ 일단 명칭에서부터 감염인 인권증진을 위한 법률이라는 것이 명시되어야 합니다. 에이즈정책에 감염인 참여를 제도화하기 위해 에이즈위원회에 감염인이 포함되도록 법률로 명시하고 학교나 사업장에서 에이즈에 대한 교육이 이루어져 정확한 정보들이 소통될 수 있도록 하구요.
중요한 차별점은, HIV 검사를 반드시 동의를 구한 후에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강제검사나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이루어지는 검사를 막으려는 것이죠. 의학적으로 필요한 검사와 자발적으로 요구하는 검사만 하라는 거예요. 결과를 본인에게만 통보하도록 하는 것도 기본이구요.
또 하나의 중요한 차별점은, 국가가 감염인 개인의 신상을 특정할 수 있는 사항을 알 수 없도록 법제화하는 것입니다. 성별이나 연령과 같은 정보는 정책적으로 필요할 수 있지만 어디 사는 아무개가 감염인이라는 사실은 모르도록 해야 하는 거죠. 이미 많은 나라들이 그렇게 하고 있는데 한국은 유행에 너무 둔감하네요.
마지막으로 감염인의 인권보호와 지원을 별도로 강조합니다. 고용상의 차별금지뿐만 아니라 진료거부 금지 외국인감염인에 대한 강제퇴거 금지 등이 그 내용이죠. 의약품접근권을 보장하기 위해 보건복지부에 의약품 수급의 의무를 부여하고 필요하다면 강제실시권도 발동할 수 있도록 하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하주영/ 감염인 인권증진이 에이즈예방이라는 철학을 법안에 담기 위해 많이 애쓰시는군요. ⑩
미류/ 네, 감염인들의 인권이 존중되는 사회는 그만큼 에이즈에 대한 이해가 높은 사회일 꺼라고 생각합니다. 이해가 높아지는 만큼 에이즈에 대한 편견이나 낙인도 줄어들 것이구요. 감염사실을 알게 된 사람들이, 나 이제 죽는구나, 나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니, 이런 막막함을 경험하지 않아도 될 것이고 그만큼 적극적으로 자신의 몸을 관리할 것입니다. 평생을 안고가야 할 HIV감염사실을 평생동안 다른 사람에게 숨겨야 할 이유도 옅어지겠죠. 에이즈가 특정한 사람들만 걸리는 질병이 아니라는 걸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면 스스로 HIV 검사를 받아본다거나 그 결과에 대해 가까운 이들과 상의하는 것도 어렵지 않겠죠.
에이즈 예방을 위한 지식과 정보가, 마치 감기를 예방하기 위해 손을 잘 씻어야 한다는 것을 누구나 아는 것처럼, 모두 익숙해지겠죠. 에이즈라는 질병을 퇴치하기 위해 감염인들까지 내모는 사회가 아니라 에이즈와 함께 살아갈 준비를 함으로써 감염인들과 더불어 에이즈로부터 자유로운 사회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주영/ 그동안 감염인들과 연대하기 위해 직접 감연인들과 만나면서 느끼신 점이 많았을 것 같습니다. 가령 이성적으로는 감염인을 이해 한다고 하지만 실제 그/녀(그분)들을 만나면서 다른 느낌들이 있었을 텐데요. 운동진영에서도 있을 수 있는 여러 편견이나 혹은 실제 감염인들과 생활해야만 몸으로 체득할 수 지점이랄까요⑪
미류/ 때로는 그들이 너무 유쾌하게 살아서, 때로는 그들이 너무 서러워해서,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이유로 놀랄 때가 있어요. 가끔은, 그들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라는 강력한 편견이 필요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하게 돼요.
올해 공동행동을 하면서 느끼게 되는 것은 또 조금 달라요. 지난번 말할 게 있수다 마치고 뒷풀이하는데 먼저 집에 갔던 한 감염인이 뉴스보고 울면서 전화를 했어요. 저는 그냥 감격해서 울었을 꺼라고만 생각했어요. 여기까지 온 것만도 얼마나 장한 일이냐고 생각했죠. 그런데 엊그저께 이야기를 듣고 나니 그게 아니었어요. 아직도 뉴스에 모자이크 처리를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속상하더라는 거예요. 우리가 살인자도 아닌데, 그러더라구요. 물론 그 분도 모르는 사람들인 척하고 뉴스를 봤대요. 그게 우리 현실인거죠. 하지만 그이는 이미 더 나아가기 위한 고민을 하고 있었어요.
여기까지 왔지만 여기서 멈추지 않고 끝까지 가야 한다는 다짐을. 감염인들이 스스로 나서길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감염인들을 만나길 두려워하고 있다는 생각이 다시금 들면서. 감염인들은 하루하루를 살아감으로써 이미 운동을 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하주영/ 지금까지 인권운동사랑방 미류님 나와 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하주영/ 오늘 에이즈에 대해서 특집으로 다뤄 봤는데요. 막연하게 가지고 있던 에이즈에 대한 공포가 조금은 사라졌습니까? 벌써 추석날 밤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혹시 이번 추석에 여러분들이 여러해 동안 만나지 못했다 다시 만나게 된 반가운 이가 없는지요? 그 반가운 이들중에는 인권의 사각지대에서 차별받고 있는 사회적 소수자들이 있을 지도 모릅니다. 자신과 조금 다르다고 해서 이들의 인권이 무시되는 사회가 결국은 우리 모두의 인권이 무시되는 사회를 만듭니다.
시사프로젝트 피플파워 오늘 여기까지입니다. 다음 주에 더욱 좋은 모습으로 찾아가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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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R 3 : 수다 - 인권침해/ 병원 관련 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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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염인에게 가해지는 인권침해
하주영/ 먼저 HIV감염인들은 검사를 받고 감염사실을 본인에게 알리는 과정부터 인권침해가 심각하다는 얘기가 있는데요. ①
미류/ HIV 검사 받아본 적 있어요? 아마 이 방송을 보는 대부분의 분들도 HIV 검사를 받아봐야겠다고 생각해본 적 없을 꺼예요. 오히려 자기도 모르게 HIV 검사를 받게 된 경험이 있으면 모를까. 검사는 의학적인 필요에 의해서 받거나 자발적인 요구에 의해서 받는 경우가 아니라면 대개 문제의 소지가 있습니다. 의학적 필요에 의한 검사들은 분명 받아야 하는 검사이기는 한데 대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결과가 나와버리고 그러다보니 우연히 자신의 감염사실을 알게 된 사람들은 아무런 마음의 준비도 안된 상태인 경우가 많죠. 엎친 데 덮친다고 그 결과가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들에게까지 알려진 것을 알게 되면 엄청난 상실감과 자괴감, 고립감을 느끼게 됩니다.
실제 감염인들을 만나보면 본인이 직접 검사를 요구한 경우와 우연히 알게 된 경우 자신의 질병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차이를 보여요. 물론, 자발적으로 검사를 요청하더라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검사든 검사 전후의 상담 등 일반적으로 보장되는 과정이 유독 한국에서는 시도조차 안되고 있고 검사결과 양성이 나오면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자동으로 국가에 등록이 되죠. 실명과 주민등록번호뿐만 아니라 가족사항, 성관계 빈도, 유형 등 매우 사적인 정보들을 요구받게 되죠. 그리고 한번 등록이 되면 주소지를 옮길 때 신고의무가 부여되기도 하고 이 정보들이 어디에서 어디까지로 퍼져가는지 정보주체는 전혀 손댈 수도 알 수도 없는 상황이 되어버립니다.
하주영/ 감염인들은 대부분 자신의 감염사실을 숨겨야 하는 것이 현실인데요. 앞에서도 조금 나왔지만 집에서조차 감염사실을 숨겨야 하는 이유를 좀더 얘기해주시죠. ②
미류/ 일반적으로도 병력정보는 매우 민감한 개인정보 중의 하나죠. 그러나대개의 경우 아프다는 사실이 낙인과 차별의 이유가 되지는 않습니다. 백혈병이나 희귀암들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동정표를 몰아주는 흔한 소재가 되기도 하잖아요? 에이즈는 그렇지 않습니다. <말할 게 있 수다!> 보도기사를 인터넷으로 검색하면서 기사에 달린 덧글들도 슬쩍 훑어봤는데 이런 것도 있었어요. 사실, 너네가 잘못해서 걸린 거 아니냐, 어떻게 에이즈랑 고혈압이나 당뇨 같은 걸 비교하냐, 자기가 문란하게 노니까 생긴 걸 도와달라고 하는 거 보니 짜증난다는 얘기였어요. 좀 심하다 싶죠?
문제는 이런 생각이 일반적인 생각이라는 거예요. 감염사실을 알게 된 당사자도, 그 가족들도 다르지 않습니다. HIV 감염되는 사람들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고 쭉 생각해오다가 갑자기 자기 자식이, 자기 남편이나 아내가 감염인이라는 걸 알았다고 생각해봐요. 게다가, 결과만 틱 알려주고 질병에 대한 이런저런 설명도 없으면 얼마나 충격적이겠어요. 물론 함께 껴안고 가야 할 질병이라는 걸 못내 받아들이는 분들도 있지만 호적 파서 나가라는 가족도 있고 심지어 장례식 때도 얼굴 비치지 않는 가족들도 있어요. 모두가 인권침해의 피해자인 셈이죠. 이런 위험성에 비추어볼 때 현실을 보면 병력정보가 보호되기는커녕 아무 고민 없이 누설되고 있어서 큰 문제입니다.
하주영/ HIV 면역체계를 무너뜨리는 바이러스이기 때문에 감염 이후 일반적인 질병에 의해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을 텐데요. 이때 병원에서 겪는 인권 침해가 많을 것 같습니다. 먼저 사례를 설명해 주시죠.③
미류/ 아무래도 면역결핍증상이 나타나는 단계가 되면 대학병원 같은 3차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는 것이 좋고 대개 그렇게 합니다. 그런데 면역결핍이 진행되기 이전, 무증상기에 나타나는 일반적인 질병들, 감기에 걸린다거나 맹장염, 골절 같은 것, 혹은 스켈링을 해야 한다거나 하는, 이런 경우에는 참 난감하죠. 일반 병원에 가서 자신의 감염사실을 알리지 않는다면 진료를 거부당할 일은 없지만 감염인 스스로도 그렇게 하고 싶어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얘기하면 으레 진료를 거부당하니 그냥 감기에 걸려도 3차 의료기관에 가야 하는 상황이 됩니다.
3차 의료기관이라고 편안하냐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병원직원들에 의해 감염사실이 여기저기 알려진다거나 입원했을 때 각종 표식을 통해 병동의 다른 환자나 보호자들이 알게 되거나 하기도 하죠. 3차 의료기관 안에서도 감염내과가 아니면 감염인 진료의뢰를 꺼리고 미루는 경우가 많습니다. 서울은 그나마 병원이라도 여럿 있지만 제주도라도 되면 비행기 타고 날아와야 하는 상황이 되는 거죠. 진료거부만이 아니라 의료접근권 전반이 침해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주영/ 병원에서의 감염인들에 대한 진료거부 등이 심각한 것 같은데요. 에이즈에 대한 공포와 무지는 의료인들도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은데요. 어떻습니까? ④
미류/ 네. 앞서 얘기된 진료거부 사례들도 에이즈에 대한 공포가 아니면 설명되기 힘들죠. 체액을 통해서만 전염되고 일반적인 소독을 거치면 전염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모르는 경우도 있지만, 설령 안다고 하더라도 공포에 짓눌리게 됩니다. 감염인이 수술을 하는 경우 마취과 의사나 수술을 하는 의사들은 거의 우주인 복장 같은 복장으로 수술을 하고 한번 수술한 공간은 통째로 하루종일 비워둡니다. 그러다보니 병원에서는 감염인 수술을 안 하려고 하죠. 한번 수술하면 엄청난 돈이 들어오는데 그걸 못하게 되니 말입니다. 그런데 그 출발이 의학적 지식이 아니라 공포에 기반해있다는 건 큰 문제죠.
하주영/ 지금까지는 병원에서 일어나는 인권침해등을 살펴 보았는데요. 이제 감염인들의 생계, 그리고 일할 권리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영상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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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R 4- 수다 / 가족과의 관계 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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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주영/ 집, 병원 등에서도 일상적인 차별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감염인들의 노동권 박탈은 더욱 심각 할 듯 합니다. 이에 대해 설명해 주시죠⑤
미류/ 제가 만나본 대부분의 감염인들은 직장이 없어요. 작년 국가인권위 용역연구로 진행된 감염인 인권실태조사에서도 감염인의 ()%가 감염 이후 직장을 잃었다고 나왔죠. 감염인들에게 직장이 없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대부분의 감염인들은 일하고 싶어해요. 하지만 동시에 일하기를 두려워합니다. 직장에서 감염사실을 모른다 하더라도 병원을 자주 다녀야 하고 젊은 사람이 매일같이 약을 먹는 것 자체가 스스로 부담스러운 겨죠. 게다가 몸이 안 좋아져 직장을 쉬게 되는 경우가 생기면 병가도 눈치봐서 내야 하는 한국의 노동현실에서는 안정적인 직장에 대한 기대 자체가 사치가 되죠.
직장에서 감염사실을 알게 되어 해고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전직을 시키거나 휴직을 권고하거나 하는 식으로 압력을 넣기도 하구요. 직접적인 해고가 없더라도 주위 동료들의 시선을 감당하기가 힘들다며 그만두는 분들도 있어요. 그래서 직장내 건강검진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건강검진기관에서 검진료를 높이기 위해 불필요한 검사들을 포함시키는 경우가 많은데 HIV 검사도 그 중 하나거든요. 직장검진 결과는 사업주에게 바로 통보되다보니 본인도 알기 전에 고용주가 감염사실을 알게 됩니다.
면역결핍이 진행되지 않은 단계에서는 비감염인들과 다르지 않게 일할 수 있어요. 감염사실을 이유로 한 해고는 명백한 부당해고입니다. 그런데 아직까지 소송이나 진정이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어요. 상담이 들어왔던 적은 몇 번 있지만 이런저런 권리구제절차가 있다고 설명해드리면 알겠다고 하고 나서 연락이 없어요. 부당해고 판정을 받을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의 감염사실이 여기저기 알려질까 봐 시도할 수가 없는 거죠. 그냥 얘기 들어줄 사람이 있다는 데에 만족해야 하는 현실입니다.
그런데 일하지 않으면 어떻게 먹고 살겠어요? 일해도 가난한 게 요즘이라지만 그나마 일자리가 있고 없고의 차이는 클 거예요. 병원비로만도 적지 않은 돈이 나가는데 하루도 내다볼 수 없는 생활을 하게 되는 거죠. 기초생활보장 수급권자가 되거나 주위 지인들의 도움을 얻어서 지내는 분들이 많아요.
하주영/ 이번에는 감염인들과 관련된 법에 대해 이야기 나눠 보겠습니다. 먼저 에이즈 예방법과 관련한 갬페인이 몇 차례 열렸는데요. 영상 보고 이야기 나누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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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R 5 - 캠페인 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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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주영/ 먼저 에이즈 예방법이 어떤 법인지 설명 부탁 드립니다. ⑥
미류/ 말 그대로 에이즈를 예방해보자고 만든 법이죠. 전염병예방법이 이미 존재했지만 88 올림픽을 앞두고 외국에서 에이즈가 몰려들어올까 허둥지둥 만든 것이 에이즈예방법입니다. 당시 제정 주요골자를 보면, 감염자의 관리와 전파 방지를 위한 신고의무를 두고 공중접촉이 많은 업소에 취업을 제한하고 전파매개행위금지의무를 두는 것 등입니다. 쉽게 말하면, 감염된 자들을 색출해서 철저히 관리하면 에이즈가 예방된다는 생각을 담고 있는 법이죠.
하주영/ 보건복지부에서도 기존 법안에 문제가 많다고 감염인의 인권을 생각해서 9월14일 에이즈예방법 개정안을 냈는데요. 개정안에도 문제점이 많다고 들었습니다.⑦
미류/ 2004년부터 본격적으로 법안의 인권침해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어요. 감염자를 감염인으로 바꾼다거나 사용자의 차별금지규정을 명시한 것 등은 그동안 이어져온 문제제기의 성과가 반영된 것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정 당시의 패러다임에 여전히 갇혀있어요. 대표적인 것이 감염인들의 인적사항을 국가가 관리해서 소재를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예요. 최근에는 관련정보를 모두 데이터베이스화해 기관간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겠다고도 하죠. 국가기관이 정보를 보유함으로써 그동안 병력정보가 노출되고 그로 인해 많은 감염인들이 고립되고 차별을 경험하게 했던 문제에 대해 아무런 반성이 없어요. 사용자의 차별금지규정을 명시했다지만 직장검진 결과가 사용자에게 통보된다거나 하는 문제, 병원 등에서 의료접근권이 제한되는 문제들에 대해서는 아무 얘기도 없죠. 감염인 인권과 관련된 조항들이라는 게 구색맞추기일 뿐이라는 거예요. 인권침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구조 앞에서는 무력하다는 겁니다.
하주영/ 감염인에 대한 인권보다는 감염의 공포를 기반으로 한 감시와 차별을 조장하는 법안에 맞서 인권단체들이 에이즈예방법에 맞서는 공동행동에 나섰습니다. 먼저 관련 영상 보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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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R 6 - 공동행동 발족 기자회견 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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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주영/ ’HIV/AIDS감염인 인권증진을 위한 에이즈예방법 대응 공동행동이 발족된 계기에 대해 설명해 주시죠⑧
미류/ 에이즈예방은 이런 거다, 보여주려고 만들었죠. 저희는 감염인 인권증진이 에이즈예방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전세계적으로 이런 패러다임에 기초한 에이즈정책들이 만들어지고 있고 각종 가이드라인도 있어요. HIV 감염이 증가하는 양상만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가난한 나라들, 인권보장이 취약한 계층들에서 감염이 증가합니다. 의약품이 개발되어도 돈이 없어 먹을 수가 없으니 질병관리가 안돼요. 여성의 권리 보장이 취약한 나라들에서 여성감염과 태아감염의 증가는 이미 심각한 국제문제가 되고 있구요.
감염인들의 인권뿐만 아니라 사회전반적인 인권수준과 에이즈는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이런 뜻에 동의하는 감염인단체와 인권단체, 보건의료단체 등이 주축이 되어 공동행동이 구성되었고 7월 기자회견 이후로 매달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어요. 얼마전 진행된 수다도 공동행동에서 함께 준비했구요.
하주영/ 보건복지부 개정안과는 다르게 공동행동에서 준비하는 법안의 주요 내용을 설명해 주신다면?⑨
미류/ 일단 명칭에서부터 감염인 인권증진을 위한 법률이라는 것이 명시되어야 합니다. 에이즈정책에 감염인 참여를 제도화하기 위해 에이즈위원회에 감염인이 포함되도록 법률로 명시하고 학교나 사업장에서 에이즈에 대한 교육이 이루어져 정확한 정보들이 소통될 수 있도록 하구요.
중요한 차별점은, HIV 검사를 반드시 동의를 구한 후에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강제검사나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이루어지는 검사를 막으려는 것이죠. 의학적으로 필요한 검사와 자발적으로 요구하는 검사만 하라는 거예요. 결과를 본인에게만 통보하도록 하는 것도 기본이구요.
또 하나의 중요한 차별점은, 국가가 감염인 개인의 신상을 특정할 수 있는 사항을 알 수 없도록 법제화하는 것입니다. 성별이나 연령과 같은 정보는 정책적으로 필요할 수 있지만 어디 사는 아무개가 감염인이라는 사실은 모르도록 해야 하는 거죠. 이미 많은 나라들이 그렇게 하고 있는데 한국은 유행에 너무 둔감하네요.
마지막으로 감염인의 인권보호와 지원을 별도로 강조합니다. 고용상의 차별금지뿐만 아니라 진료거부 금지 외국인감염인에 대한 강제퇴거 금지 등이 그 내용이죠. 의약품접근권을 보장하기 위해 보건복지부에 의약품 수급의 의무를 부여하고 필요하다면 강제실시권도 발동할 수 있도록 하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하주영/ 감염인 인권증진이 에이즈예방이라는 철학을 법안에 담기 위해 많이 애쓰시는군요. ⑩
미류/ 네, 감염인들의 인권이 존중되는 사회는 그만큼 에이즈에 대한 이해가 높은 사회일 꺼라고 생각합니다. 이해가 높아지는 만큼 에이즈에 대한 편견이나 낙인도 줄어들 것이구요. 감염사실을 알게 된 사람들이, 나 이제 죽는구나, 나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니, 이런 막막함을 경험하지 않아도 될 것이고 그만큼 적극적으로 자신의 몸을 관리할 것입니다. 평생을 안고가야 할 HIV감염사실을 평생동안 다른 사람에게 숨겨야 할 이유도 옅어지겠죠. 에이즈가 특정한 사람들만 걸리는 질병이 아니라는 걸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면 스스로 HIV 검사를 받아본다거나 그 결과에 대해 가까운 이들과 상의하는 것도 어렵지 않겠죠.
에이즈 예방을 위한 지식과 정보가, 마치 감기를 예방하기 위해 손을 잘 씻어야 한다는 것을 누구나 아는 것처럼, 모두 익숙해지겠죠. 에이즈라는 질병을 퇴치하기 위해 감염인들까지 내모는 사회가 아니라 에이즈와 함께 살아갈 준비를 함으로써 감염인들과 더불어 에이즈로부터 자유로운 사회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주영/ 그동안 감염인들과 연대하기 위해 직접 감연인들과 만나면서 느끼신 점이 많았을 것 같습니다. 가령 이성적으로는 감염인을 이해 한다고 하지만 실제 그/녀(그분)들을 만나면서 다른 느낌들이 있었을 텐데요. 운동진영에서도 있을 수 있는 여러 편견이나 혹은 실제 감염인들과 생활해야만 몸으로 체득할 수 지점이랄까요⑪
미류/ 때로는 그들이 너무 유쾌하게 살아서, 때로는 그들이 너무 서러워해서,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이유로 놀랄 때가 있어요. 가끔은, 그들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라는 강력한 편견이 필요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하게 돼요.
올해 공동행동을 하면서 느끼게 되는 것은 또 조금 달라요. 지난번 말할 게 있수다 마치고 뒷풀이하는데 먼저 집에 갔던 한 감염인이 뉴스보고 울면서 전화를 했어요. 저는 그냥 감격해서 울었을 꺼라고만 생각했어요. 여기까지 온 것만도 얼마나 장한 일이냐고 생각했죠. 그런데 엊그저께 이야기를 듣고 나니 그게 아니었어요. 아직도 뉴스에 모자이크 처리를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속상하더라는 거예요. 우리가 살인자도 아닌데, 그러더라구요. 물론 그 분도 모르는 사람들인 척하고 뉴스를 봤대요. 그게 우리 현실인거죠. 하지만 그이는 이미 더 나아가기 위한 고민을 하고 있었어요.
여기까지 왔지만 여기서 멈추지 않고 끝까지 가야 한다는 다짐을. 감염인들이 스스로 나서길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감염인들을 만나길 두려워하고 있다는 생각이 다시금 들면서. 감염인들은 하루하루를 살아감으로써 이미 운동을 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하주영/ 지금까지 인권운동사랑방 미류님 나와 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하주영/ 오늘 에이즈에 대해서 특집으로 다뤄 봤는데요. 막연하게 가지고 있던 에이즈에 대한 공포가 조금은 사라졌습니까? 벌써 추석날 밤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혹시 이번 추석에 여러분들이 여러해 동안 만나지 못했다 다시 만나게 된 반가운 이가 없는지요? 그 반가운 이들중에는 인권의 사각지대에서 차별받고 있는 사회적 소수자들이 있을 지도 모릅니다. 자신과 조금 다르다고 해서 이들의 인권이 무시되는 사회가 결국은 우리 모두의 인권이 무시되는 사회를 만듭니다.
시사프로젝트 피플파워 오늘 여기까지입니다. 다음 주에 더욱 좋은 모습으로 찾아가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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