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재구성
석궁 사건, 사법부의 모순이 부른 구조적 비극
피플파워 / 2007년01월22일 17시52분
하주영/ 언론의 재구성 시간입니다. 이번 주 언론의 재구성에는
민중언론 참세상의 조수빈 기자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조수빈/ 예 안녕하세요.
하주영/ 오늘은 어떤 내용 소개해주실 건가요.
조수빈/ 한 수학자가 사법부의 판결에 저항하며 담당 판사에게 석궁을 쏘는 비극적인 일이 발생했습니다. 오늘은 이와 관련한 언론보도를 살펴보겠습니다.
하주영/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사건인가요?
조수빈/ 김명호 전 성균관대 교수는 10여 년 간 대학당국의 입시 부정과 부당한 해고, 그리고 사법부의 일방적 편들기에 맞서 싸워왔습니다. 그러던 지난 15일 오후 항소심 기각에 항의하며 박홍우 서울고등법원 민사부 부장판사에게 석궁을 쏴 상해를 입혔습니다. 화살은 박홍우 부장판사의 배꼽 왼쪽 아래에 2cm 가량 깊이로 박혔고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하주영/ 사회적으로 크게 이슈가 되어서 언론을 통해 이 사건 보도 자주 접하고 있는데요. 언론 보도 어떤가요?
조수빈/ 15일 이후부터 방송사, 주요 일간지 할 것 없이 이번 사건을 주요 뉴스로 다루었습니다. 언론은 이를 ‘테러’로 규정하고 이번 사건으로 오기까지의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한 진단기사들을 쏟아냅니다.
하주영/ 기존에 언론의재구성에서는 개혁언론을 중심으로 살펴봤는데, 이번은 살펴보는 언론의 범위가 광범위해질 것 같습니다.
조수빈/ 사건사고 보도라는 특징이 있겠지만, 이번 사건에 대한 보도는 보수언론이나 개혁언론이나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석궁’이 어떤 무기인지에 대한 기사들이 나오는가 하면 엉뚱하게 12년 전 수학문제가 주목받는 등 언론사별 구별이 무의미할 정도로 선정적 보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조선,동아,중앙 등 대표적인 보수언론과 국민,문화,경향,한국,서울신문 등 주요 일간지에서, 프레시안, 오마이뉴스 등 개혁적 성향을 가진 인터넷신문에 이르기까지 김명호 전교수가 재임용 과정에서 탈락한 정황에 주목하고 이번 사건을 사법부에 대한 불신에 기인한 것이라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개혁언론인 한겨레는 사설 한 개 이외에 자체 기사 없이 연합뉴스 기사로 대체하고 있습니다.
하주영/ ‘석궁’이 어떤 무기인지 살펴보는 기사가 나왔다니 재밌는데요. 아무리래도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언론의 시각이 대체로 비슷한 것 같습니다.
조수빈/ 예 그렇습니다. 각 언론사별로 워낙 많은 기사들이 쏟아져서 일일이 나열할 수 없으나, 유사합니다.
<부장판사 테러는 ‘사법부 불신의 표출’>, <권위 추락 분풀이 대상 수모…법치주의 위기>, <폭행당하는 공권력> 등 언론은 김명호 전교수의 발언과 함께 사법부의 위상이 위기에 봉착했다는 우려를 직간접적으로 표출합니다.
한겨레는 16일 사설 <‘판사 피습’, 사법 불신 키워선 안 된다>에서
“재판을 이유로 법관한테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는 건, 범죄 행위를 넘어 법치와 민주주의의 근간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며 “최근 법조 비리와 법원-검찰 갈등으로 가뜩이나 사법 불신이 심각한 터. 이번 일로 재판 결과에 승복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가 확산될까 우려스럽다”고 지적하며 “피습 사건을 계기로 법원 안팎에서 사법 불신을 극복하고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건 다행스런 일”이라는 점도 덧붙였습니다.
하주영/ 사법부 불신에 대한 우려가 드러난 기사로 보이는데요. 다른 언론들도 비슷한 보도를 내놓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조수빈/ 예 그렇습니다. 다른 언론들도 비슷합니다. 또한 김명호 전교수는 성균관대 수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었던 지난 95년 당시 출제문제의 오류를 발견하고 “문제 자체에 오류가 있었던 만큼 수험생 전체에게 모두 영점이나 만점을 줘야한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언론들은 이번 사건의 초기원인으로 주목된 출제문제가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기사를 싣습니다.
하주영/ 이번 사건으로 오기까지 재직 당시 재임용 탈락 사유가 되었던 출제문제가 주목받고 있다니 재밌는데요.
조수빈/ <판사피습, 발단은 수학문제>, <'석궁테러' 문제가 된 수학 문제 뭘까>, <김씨 12년전 문제 오류 질의 "학계가 제대로 대응했더라면…"> 방송사 및 주요 일간지에서 16일, 17일 보도된 기사들입니다.
16일 프레시안은 <문제의 '성대 본고사 수학문제' 시비는 무엇?>에서 당시 수학문제를 자세히 소개하고
“김명호 전 성균관대 교수의 '판사 테러' 사건으로 인해 김 전교수의 인생이 틀어지게 된 사건인 1995년 성균관대 수학 본고사 문제의 오류 논란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며 “세계적 권위의 과학잡지 '사이언스'가 '올바른 답의 비싼 대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김 전 교수를 옹호했으나 대한수학회나 고등과학원은 김 전 교수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했다”고 지적했습니다.
하주영/ 수학문제까지 자세히 수록되는 것 보면 이번 사건이 엉뚱한 곳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어떻습니까?
조수빈/ 예 그렇습니다. 이는 원인에 대한 잘못된 진단으로 부적합한 결론들이 도출되고 있는 정황에서 명백해집니다.
언론에서 이번 사건을 주요뉴스로 전하며, ‘법치주의에 대한 도전이 심각한 수준에 달했다’는 등의 보도를 내보냈고, 대법원은 즉각 ‘공권력에 대한 도전이자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테러’로 규정하고, 법관들을 ‘테러’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법원 경찰대 조직 등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데요. 이는 단순 ‘테러’로 규정하면서 미봉책에 불과합니다.
하주영/ 법원 경찰대를 조직만으로 이런 사건을 예방하겠다 뭔가 안이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으로 정리해주시죠.
조수빈/ 이번 사건은 ‘테러가 아니라 사법부의 모순에서 온 구조적 비극’입니다. 이번과 같은 비극적인 일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사법부의 철저한 자기 반성에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개인에 대한 폭력으로 발생되었고, 이를 ‘테러’로 규정하고 있는 것은 본질을 흐리는 것입니다. 언론에 의해 ‘사법부’가 이번 사건의 피해자로 지목되고 있지만, 내부적 모순에 의한 결과임을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테러가 아니라 모순에서 온 구조적 비극’ 사법부 자기 반성부터
하주영/ 구조적 비극이라는 말이 와닿는데요. 마지막으로 정리해주시죠.
조수빈/ 김명호 교수의 사연이 어떠했던지 간에 결과적으로 한 개인을 상대로 중대한 물리적 폭력을 행사한 점에 대해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87년 군사독재를 종결하면서 6월 항쟁 이후 독재권력에 대한 견제장치로 사법부 권한이 강화되었습니다. 헌법재판소가 도입되었고, 대법원 권한도 강화되었습니다. 실제 6월 항쟁은 인민항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인민주권이 확장된 것이 아니라 또 다른 특권세력이 기존의 특권세력을 견제하는 방식으로 민주주의가 진행된 것입니다.
헌법이라는 최고 사법적 판단을 헌법재판소 재판관 8명에 의해서 좌지우지되고 있는 구조. 대법관 및 판사에 대한 견제는 사실상 자체 자정 구조에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미 특권권력화 되어 있는 ‘사법부’의 성벽을 더욱 공고히 쌓을 것이 아니라 자체적 모순에서부터 이번 사건의 원인을 찾고 해결해나가야 할 것입니다.
하주영/ 조수빈 기자 수고 많았습니다.
조수빈/ 네, 수고하셨습니다.
하주영/ 시사프로젝트 피플파워 98회 1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잠시 후 2부에서 뵙겠습니다.
민중언론 참세상의 조수빈 기자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조수빈/ 예 안녕하세요.
하주영/ 오늘은 어떤 내용 소개해주실 건가요.
조수빈/ 한 수학자가 사법부의 판결에 저항하며 담당 판사에게 석궁을 쏘는 비극적인 일이 발생했습니다. 오늘은 이와 관련한 언론보도를 살펴보겠습니다.
하주영/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사건인가요?
조수빈/ 김명호 전 성균관대 교수는 10여 년 간 대학당국의 입시 부정과 부당한 해고, 그리고 사법부의 일방적 편들기에 맞서 싸워왔습니다. 그러던 지난 15일 오후 항소심 기각에 항의하며 박홍우 서울고등법원 민사부 부장판사에게 석궁을 쏴 상해를 입혔습니다. 화살은 박홍우 부장판사의 배꼽 왼쪽 아래에 2cm 가량 깊이로 박혔고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하주영/ 사회적으로 크게 이슈가 되어서 언론을 통해 이 사건 보도 자주 접하고 있는데요. 언론 보도 어떤가요?
조수빈/ 15일 이후부터 방송사, 주요 일간지 할 것 없이 이번 사건을 주요 뉴스로 다루었습니다. 언론은 이를 ‘테러’로 규정하고 이번 사건으로 오기까지의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한 진단기사들을 쏟아냅니다.
하주영/ 기존에 언론의재구성에서는 개혁언론을 중심으로 살펴봤는데, 이번은 살펴보는 언론의 범위가 광범위해질 것 같습니다.
조수빈/ 사건사고 보도라는 특징이 있겠지만, 이번 사건에 대한 보도는 보수언론이나 개혁언론이나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석궁’이 어떤 무기인지에 대한 기사들이 나오는가 하면 엉뚱하게 12년 전 수학문제가 주목받는 등 언론사별 구별이 무의미할 정도로 선정적 보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조선,동아,중앙 등 대표적인 보수언론과 국민,문화,경향,한국,서울신문 등 주요 일간지에서, 프레시안, 오마이뉴스 등 개혁적 성향을 가진 인터넷신문에 이르기까지 김명호 전교수가 재임용 과정에서 탈락한 정황에 주목하고 이번 사건을 사법부에 대한 불신에 기인한 것이라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개혁언론인 한겨레는 사설 한 개 이외에 자체 기사 없이 연합뉴스 기사로 대체하고 있습니다.
하주영/ ‘석궁’이 어떤 무기인지 살펴보는 기사가 나왔다니 재밌는데요. 아무리래도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언론의 시각이 대체로 비슷한 것 같습니다.
조수빈/ 예 그렇습니다. 각 언론사별로 워낙 많은 기사들이 쏟아져서 일일이 나열할 수 없으나, 유사합니다.
<부장판사 테러는 ‘사법부 불신의 표출’>, <권위 추락 분풀이 대상 수모…법치주의 위기>, <폭행당하는 공권력> 등 언론은 김명호 전교수의 발언과 함께 사법부의 위상이 위기에 봉착했다는 우려를 직간접적으로 표출합니다.
한겨레는 16일 사설 <‘판사 피습’, 사법 불신 키워선 안 된다>에서
“재판을 이유로 법관한테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는 건, 범죄 행위를 넘어 법치와 민주주의의 근간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며 “최근 법조 비리와 법원-검찰 갈등으로 가뜩이나 사법 불신이 심각한 터. 이번 일로 재판 결과에 승복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가 확산될까 우려스럽다”고 지적하며 “피습 사건을 계기로 법원 안팎에서 사법 불신을 극복하고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건 다행스런 일”이라는 점도 덧붙였습니다.
하주영/ 사법부 불신에 대한 우려가 드러난 기사로 보이는데요. 다른 언론들도 비슷한 보도를 내놓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조수빈/ 예 그렇습니다. 다른 언론들도 비슷합니다. 또한 김명호 전교수는 성균관대 수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었던 지난 95년 당시 출제문제의 오류를 발견하고 “문제 자체에 오류가 있었던 만큼 수험생 전체에게 모두 영점이나 만점을 줘야한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언론들은 이번 사건의 초기원인으로 주목된 출제문제가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기사를 싣습니다.
하주영/ 이번 사건으로 오기까지 재직 당시 재임용 탈락 사유가 되었던 출제문제가 주목받고 있다니 재밌는데요.
조수빈/ <판사피습, 발단은 수학문제>, <'석궁테러' 문제가 된 수학 문제 뭘까>, <김씨 12년전 문제 오류 질의 "학계가 제대로 대응했더라면…"> 방송사 및 주요 일간지에서 16일, 17일 보도된 기사들입니다.
16일 프레시안은 <문제의 '성대 본고사 수학문제' 시비는 무엇?>에서 당시 수학문제를 자세히 소개하고
“김명호 전 성균관대 교수의 '판사 테러' 사건으로 인해 김 전교수의 인생이 틀어지게 된 사건인 1995년 성균관대 수학 본고사 문제의 오류 논란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며 “세계적 권위의 과학잡지 '사이언스'가 '올바른 답의 비싼 대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김 전 교수를 옹호했으나 대한수학회나 고등과학원은 김 전 교수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했다”고 지적했습니다.
하주영/ 수학문제까지 자세히 수록되는 것 보면 이번 사건이 엉뚱한 곳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어떻습니까?
조수빈/ 예 그렇습니다. 이는 원인에 대한 잘못된 진단으로 부적합한 결론들이 도출되고 있는 정황에서 명백해집니다.
언론에서 이번 사건을 주요뉴스로 전하며, ‘법치주의에 대한 도전이 심각한 수준에 달했다’는 등의 보도를 내보냈고, 대법원은 즉각 ‘공권력에 대한 도전이자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테러’로 규정하고, 법관들을 ‘테러’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법원 경찰대 조직 등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데요. 이는 단순 ‘테러’로 규정하면서 미봉책에 불과합니다.
하주영/ 법원 경찰대를 조직만으로 이런 사건을 예방하겠다 뭔가 안이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으로 정리해주시죠.
조수빈/ 이번 사건은 ‘테러가 아니라 사법부의 모순에서 온 구조적 비극’입니다. 이번과 같은 비극적인 일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사법부의 철저한 자기 반성에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개인에 대한 폭력으로 발생되었고, 이를 ‘테러’로 규정하고 있는 것은 본질을 흐리는 것입니다. 언론에 의해 ‘사법부’가 이번 사건의 피해자로 지목되고 있지만, 내부적 모순에 의한 결과임을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테러가 아니라 모순에서 온 구조적 비극’ 사법부 자기 반성부터
하주영/ 구조적 비극이라는 말이 와닿는데요. 마지막으로 정리해주시죠.
조수빈/ 김명호 교수의 사연이 어떠했던지 간에 결과적으로 한 개인을 상대로 중대한 물리적 폭력을 행사한 점에 대해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87년 군사독재를 종결하면서 6월 항쟁 이후 독재권력에 대한 견제장치로 사법부 권한이 강화되었습니다. 헌법재판소가 도입되었고, 대법원 권한도 강화되었습니다. 실제 6월 항쟁은 인민항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인민주권이 확장된 것이 아니라 또 다른 특권세력이 기존의 특권세력을 견제하는 방식으로 민주주의가 진행된 것입니다.
헌법이라는 최고 사법적 판단을 헌법재판소 재판관 8명에 의해서 좌지우지되고 있는 구조. 대법관 및 판사에 대한 견제는 사실상 자체 자정 구조에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미 특권권력화 되어 있는 ‘사법부’의 성벽을 더욱 공고히 쌓을 것이 아니라 자체적 모순에서부터 이번 사건의 원인을 찾고 해결해나가야 할 것입니다.
하주영/ 조수빈 기자 수고 많았습니다.
조수빈/ 네, 수고하셨습니다.
하주영/ 시사프로젝트 피플파워 98회 1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잠시 후 2부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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