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재구성

‘인혁당 사건’은 과거에 묻혀있는가!

피플파워  / 2007년02월02일 17시07분

하주영/ 언론의 재구성 시간입니다. 이번 주 언론의 재구성에는 민중언론 참세상의 조수빈 기자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조수빈/ 예 안녕하세요.


하주영/ 오늘은 어떤 내용 소개해주실 건가요.


조수빈/ ‘인민혁명당재건위원회’ 사건, 인혁당 사건 관련자 8명에게 무죄가 선고됐습니다. 유신독재에 항거, 사형 집행 32년 만에 나온 판결입니다. 오늘은 이와 관련한 개혁언론의 보도를 살펴보겠습니다.


하주영/ 인혁당사건 8명에게 무죄가 선고되면서 32년 만에 사법적 진실이 밝혀졌지만, 사형집행으로 이미 고인이 된 그들이 살아 돌아오는 것도 아니고 유가족들 가슴이 무너질 것 같습니다. 어떤 내용인가요?


조수빈/ 2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는 인혁당 사건 8명에게 재심 선거공판에서 국가보안법 위반, 반공법 위반, 내란예비음모 등의 혐의를 모두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무죄 판결했습니다. 이번 무죄판결은 이들 8인이 지난 1975년 4월 사형 판결 18시간 만에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지 32년 만의 일입니다.


하주영/ 개혁언론들 어떻게 보도했는지 궁금합니다.


조수빈/ 개혁언론으로 꼽히는 오마이뉴스나 한겨레, 프레시안의 보도는 비슷비슷합니다. 23일과 24일 이틀에 걸쳐 한겨레는 7개의 기사를, 오마이뉴스는 6개, 프레시안은 총 2개의 기사를 실었습니다.


한겨레는 23일 사설 <‘인혁당 무죄’ 판결, 갈 길은 아직 멀다>에서 “인혁당 사건의 가해자 중 한쪽은 바로 사법부”라며 “그러나 재심 판결문 어디에서도 이런 잘못된 과거를 반성하는 대목을 찾을 수 없다. 당시 군사법정의 오류는 인정하면서 이를 추인한 법원의 잘못은 고백하지 않은 셈”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한겨레는 또 “물론 재판부가 이례적으로 공판조서의 증거력을 부인하고 무죄를 선고한 것 자체가 전향적인 과거청산 의지의 표현일 수 있다”며 “이번 판결이 사법부가 권력에 예속된 오욕의 역사를 바로잡는 계기가 되기 위해서라도 좀더 적극적인 성찰과 고백을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하주영/ ‘사법살인’이라는 주장인 것 같습니다. 다른 개혁언론 보도는 어떻습니까?


조수빈/ 다른 언론들도 내용면에서 비슷합니다. 32년 만에 무죄판결 나왔다는 사실기사와 유가족들 심경, 판결의 의미 등의 기사들이 그것입니다.


오마이뉴스는 23일 [고태진칼럼] <'인혁당 무죄', 박근혜는 침묵을 깨라>에서 “'인혁당의 시대'는 30여 년 전의 흘러간 과거의 일이라고 치부해도 좋은 것일까? 그렇게 볼 수 없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며 “박근혜 전 대표가 초야에 조용히 묻혀 살고 있다면 모르지만, 대통령이 되겠다고 적극적으로 나선 현 시점에서 만약 '인혁당 문제'에 대해 아무런 책임의식 없이 넘어간다면 '인혁당 문제'는 제대로 청산됐다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프레시안은 23일 기사 <'인혁당 재건위' 무죄 판결 뒤에 남는 억울함들>에서 “과거 법원이 '재심 개시' 결정을 내리는 것조차 인색했던 점, 사법부가 '재심' 이외에는 과거사 청산을 위한 별도의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점, 아직 우리 사회에는 재심을 요구하는 공안사건 사법 피해자들이 상당수 존재한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이번 판결은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것으로 보인다”며 “유신시절의 '긴급조치'에 대한 헌법 합치 여부를 묻는 것도 과거사 정리에서 피해갈 수 없는 과제 중의 하나라는 지적이 있다”고 실었습니다.


하주영/ 대체로 논점은 비슷한 것 같고요. 이에 대한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의 입장을 요구하는 내용이 눈에 띕니다. 어떻습니까?


조수빈/ 예 그렇습니다. 바로 과거청산의 맥락에서 박근혜 전 대표의 정치적 입장을 요구하는 것이지요.


과거청산, 과거사정리 등 인혁당 사건 과거의 문제로만 제한돼


연좌제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 박근혜 전 대표가 이 시점에서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밝히고 이를 언론에서 요구하는 것은 일면 타당해보입니다.


INS4. 오마이뉴스‘“법원이 결정한 거 아니에요?”’ 기사화면


그러나 문제는 인혁당 사건이 과거청산의 사례 혹은 과거사정리 차원으로 치부된다는 점에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25일까지 박근혜 전 대표를 타켓으로 잡습니다. 박근혜 대표 관련 기사만 대여섯가지입니다.


다른 개혁언론들도 노골적으로 박근혜 전 대표를 주목하고 있지는 않지만, 앞선 기사에서도 나왔듯이 이번 판결을 과거청산, 과거사 정리의 사례로 지목하고 있습니다. 인혁당 사건, 이번 판결로 진실은 밝혀졌지만 과연 과거로만 치부할 수 있을까 하는 점입니다.

하주영/ 언론들이 이 문제를 과거의 문제로만 치부하며 기사화하고 있는데, 이 문제는 과거의 문제만은 아니다 이런 말씀이신 것 같습니다.


조수빈/ 예 그렇습니다. 최근 석궁사건은 한 교수의 빗나간 분노에 의한 테러로 묘사되고 있지만, 그의 일지를 추적해보면, 부당한 재임용 탈락을 넘어 권력화 된 사법부에 대한 불신에 기인한 사건이었음이 드러납니다. 석궁사건의 김명호 전 교수가 사법부의 항소심 기각이 나에게는 사형 선고나 다름없었다고 주장한 것은 사법부의 판결이 어느 정도의 파급력을 행사하고 있는지 드러납니다.


사법부 판결이 전권 행사하는 것과 다름 없다


헌법재판소에서 교육부가 부당한 재임용 탈락을 견제하고자 꾸린 특별위원회의 결정조차 법적인 강제력을 가지지 않는다고 밝히면서 상당수 교수들이 복직의 꿈을 버려야 했습니다. 또한 상당수 교수들이 재임용 탈락과 관련하여 부당하다며 법원에 소송을 내고 있으나 법원은 재임용 여부는 학교의 자유재량이라는 이유로 소송을 각하하고 있고 설령 소송이 진행되더라도 복직판결을 받기는 쉽지 않습니다. “재임용 여부는 전적으로 임용권자의 재량이다”라는 1987년 판례를 근거로 한 법원의 판결이 20여년간 교수들이 재임용과정에서 대량 해직되는 결과를 낳고 있는 것입니다.


하주영/ 이번 석궁사건에서 사법부의 권한이 어느 정도인지 드러난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정리해주시죠.


조수빈/ 언론에서도 인혁당 사건은 유신 치하에서 정치 권력에 예속된 사법부가 빚어낸 '사법 살인'의 대표적 사례로 꼽습니다. ‘인혁당사건진상규명을위한대책위’는 판결 직후 성명에서 “오늘의 결과는 사필귀정”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지요. 최근 석궁사건을 통해 여론의 사법부 불신이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사형선고 18시간만에 사형이 집행된 사건, 반면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에게 에버랜드 전환사채를 헐값에 제공한 사건은 벌써 3년째 법정공방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과거사정리 수준이 아니라 현재를 돌아보는 문제로 접근해야


인혁당 사건에 대한 이번 판결은 과거청산, 과거사정리의 수준이 아니라 현재를 돌아보는 문제로 접근해야 합니다. 과거에는 군사법원이라는 오명을, 현재는 삼성법원이라고 불리우며 최고 사법적 판단의 권한을 행사하고 있는 사법부가 사실상 전권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사법부의 판결이 신권처럼 행사되고 있는 현재의 상황, ‘사법살인’이라는 말이 현재도 지배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아야 할 것입니다.

하주영/ 조수빈 기자 수고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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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uewayon
2012.09.06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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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03 2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