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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들꽃 이야기(8)

숲 속에서 잎을 가는 나무들이 잎을 떨구고 나니, 비로소 드문드문 소나무가 드러나 보이기 시작한다.

소나무는 오랜 세월 숲의 주인 행세를 해 왔다. 특히 조선 시대 때에는 우리나라 숲의 70%를 소나무가 차지했단다. 그 당시 사람들은 소나무 집에서 태어나, 소나무 땔감으로 밥해 먹고, 소나무 껍질을 벗겨 먹고, 죽으면 소나무 관에 넣어져 묻혔다. 조선 시대 문화가 소나무 문화였다는 말은 그래서 과장이 아닌 것이다.

소나무가 많은 것은 그 전 시대에 주로 화전으로 농경을 일구어 왔던 결과였다. 버려진 화전 밭은 얼마 가지 않아 소나무 숲으로 바뀌게 된다. 그러나 소나무 숲을 자연 상태로 내버려두면 다시 참나무 숲으로 바뀌게 되는데, 그런 천이가 진행되지 못했던 것은 계속 숲이 훼손되었다는 것이다.

소나무는 스스로 쉽게 자리를 양보하지 않는다. 소나무 숲 아래서는 다른 식물들이 자라지 못한다. 소나무가 다른 식물이 싹트지 못하게 하는 화학물질을 내기 때문이다(타감 작용). 그렇지만 그늘에서도 넓은 잎을 펼치면서 하늘을 향해 힘차게 자라 올라오는 참나무를 막아내기에는 소나무도 역부족이다. 결국 자연의 법칙을 거스를 수는 없다.

요즘 숲은 참나무 숲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숲에 가 보면 햇볕을 좋아하는 소나무가 참나무에 가려 누렇게 죽어 가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바위 벼랑에 가까스로 자라고 있는 '남산 위의 저 소나무'는 '우리 기상'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참나무에 밀려 좋은 땅을 다 내어 주고 척박한 바위틈에서밖에 살아갈 수 없는 소나무의 서글픈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소나무가 원래 바위투성이 땅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좋은 땅을 고집하지 않고 바위투성이 땅도 마다하지 않고 적응해서 뿌리를 내리고 살아간다. 그러고 보면 소나무는 정말 강인한 나무다. 바위를 감싸고 있는 뿌리와 거북 등처럼 갈라진 붉은 줄기, 바늘 같은 푸른 잎은 강한 인상을 준다. 한겨울 흰눈이라도 얹고 있으면 그 인상은 더 강렬해진다.

소나무는 '힘찬 '기상'을 보여주진 않아도, 자연을 거스르지 않으면서 현실에 굴복하지 않는 민중들의 삶을 보여준다. 그래서인지 우리나라 사람이 가장 선호하는 나무를 조사해 보면 소나무가 다른 나무에 견주어 월등히 높게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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