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노동자 관련 활동을 오랫동안 해온 안산외국인노동자센터 박천응 목사가 민주노총의 이주노동자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5일 민주노총이 주최한 ‘단속추방 분쇄, 고용허가제 중단, 노동허가제 쟁취’ 결의대회에서 박천응 목사는 ‘어용노조’라는 단어까지 사용하며, 이주노동자에 대한 민주노총의 기조를 비판했다.
박천응 목사, “이주노동자 차별하는 민주노총 반성하라”
종묘공원에서 3시 30분부터 열린 이날 결의대회에서 박천응 목사는 강승규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의 대회사에 이어 3시 50분 경 두 번째 연사로 연단에 올랐다.
발언을 하고있는 박천응 목사 |
이어 박천응 목사는 “민주노총에도 쓴소리 좀 하겠다”며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민주노총이 이주노동자 문제에 앞장서라’고 10년 동안 외쳐왔지만, 변한 것이 없다”며 비판의 날을 세운 뒤 “지금 민주노총에서조차 비정규직과 영세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찬밥 신세”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또 박천응 목사는 “비정규직과 이주노동자들을 차별하는 대기업 노조 중심의 민주노총은 반성하라”며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이어 그는 “민주노총 지도부는 외국인노동자를 조합원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촉구한 뒤 “그것을 부담스러워한다면, 민주노총은 어용노조의 길을 가고 있는 것”이라며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강승규 수석부위원장, “총연맹 차원의 공식적인 대응할 것”
박천응 목사의 발언이 끝난 직후 강승규 수석부위원장은 “공식적인 자리에서 그런 식의 일방적인 이야기를 하면 어떡하냐”며 박찬응 목사에게 항의했고, 집회가 진행 중이던 4시 5분 경 퇴장했다. 이에 강승규 부위원장은 6일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민주노총 총연맹 차원에서 안산외국인노동자센터에 항의공문을 보내는 등 공식적인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박천응 목사에게 항의하는 강승규 수석부위원장 |
강승규 부위원장은 “그날 결의대회에서 대회사를 통해 민주노총 하반기 계획 속에서 이주노동자 투쟁방향을 분명히 밝혔다”고 전제한 뒤 “그럼에도 마치 민주노총이 이주노동자를 배척한 것처럼 박 목사가 발언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강 부위원장은 결의대회 당일 대회사에서 이주노동자 관련 민주노총의 하반기 계획을 언급하며 ‘제도개혁 투쟁과 조직화 투쟁’ 두 가지를 언급한 바 있다.
강승규 부위원장은 또 박 목사의 문제제기 방식이 적절치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박천응 목사가 민주노총에 대한 불만을 다른 방식으로 제기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식적인 대중 집회에서 선동적인 발언으로 민주노총이 마치 어용노조인냥 몰아 붙였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박천응 목사의 문제제기 내용은 타당한데, 방식이 문제였느냐는 질문에 대해, 강승규 부위원장은 “설령 그런 지점이 있더라도, 그런 식으로 문제를 풀어가서는 안 된다”며 “이같은 운동방식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주최 결의대회에 민주노총 깃발이 보이는가?”
한편, 민주노총 평등노조 관계자는 박천응 목사의 이날 발언에 대해 “일정 부분 동의하는 부분이 있다”며 “오늘 집회만 해도 민주노총 주최로 열린 결의대회인데, 민주노총 소속 깃발이 몇개나 보이는가”라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이주노동자 문제와 관련해 민주노총에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는 것은 지도부의 책임이 크다”며 “지도부가 이주노동자에 대한 확고한 자기 입장과 전망이 있었다면 조직 내부에서 충분히 목소리를 내고, 관철시킬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약 1시간 30분 가량 진행된 이날 본 행사 후 참가자들은 명동성당까지 행진을 했다. 이후 명동성당에서 정리 집회를 열고, 6시 30분 경 모든 행사를 끝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