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서울남부지역지회 기륭분회 조합원 15명은, 16일 금속노조 중심의 기륭전자 불법파견 규탄 결의대회에 앞서 오후 2시 10분경 아세아시멘트 본사를 방문했다. 그러나 아세아시멘트 본사로 가는 12층 입구는 엘리베이터와 비상구 전체를 이미 통제해 놓은 상태였다.
▲ 아세아시멘트 측에서 엘리베이터와 비상구를 모두 봉쇄하자 조합원들이 한 층 아래인 11층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
이에 조합원 15명은 11층 로비에 자리를 잡고 이병무 아세아시멘트 회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5시간 여 농성을 벌였다. 11층에는 곧 경찰 병력이 투입되어 비상구를 모두 막고 방패를 든 채 강제 해산 준비를 하기도 했다. 이 와중에 기륭전자 총무과 직원과 공장에서 조합원들에게 욕설과 폭력을 휘둘렀던 용역직원이 동태를 살피러 올라오기도 해 조합원들의 빈축을 샀다.
'비정규직 철폐하라', '해고자 원직복직', '권혁준 대표이사 구속' 등의 내용이 담긴 대형 현수막 2개를 준비해온 조합원들은 창문이 없어 건물 밖으로 현수막을 내리기 여의치 않자 현수막을 바닥에 펼쳐놓고 구호를 외치며 이병무 회장에게 보낼 예정이었던 항의서한을 낭독했다.
기륭분회의 요구사항은 △기륭전자의 직접운영을 통한 직접채용 정규직화 △해고자(계약해지자) 원직복직, 계약해지 중단 △노동조합 활동 보장, 노동조합 탄압 중단 △이병무 회장, 권혁준 대표이사의 성실교섭을 통한 문제 해결 등이다.
▲ 금속노조 조합원 500여 명이 아세아시멘트 본사 앞에서 항의집회를 열자 경찰들이 이를 막고 있다. |
한편 아세아시멘트 건물 앞에서 결의대회를 진행한 금속노조 조합원 500여 명이 진입 투쟁을 시도하며 경찰 병력과 몸싸움을 벌인 끝에, 구권서 서울본부 부본부장과 금속노조 관계자 등 대표자 4명이 5시경 농성중인 11층에 방문할 수 있었다.
아세아시멘트 사측 인사팀장과 간부 몇 명이 11층으로 내려와 대표자들과 면담을 진행했고, 아세아시멘트 인사팀장은 "기륭전자 측에 공문을 보내 성실하게 대화하라고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이 간부는 "4가지 요구를 오늘 처음 봤는데, 1번부터 3번까지 문제는 아세아시멘트에서 기륭전자에게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다만 주주로서 발휘할 수 있는 영향을 고려해 '성실한 교섭에 나서라'는 말을 전달하겠다"는 입장이었다.
아세아시멘트 인사팀장은 "여러분이 잘못 알고 있는데, 이병무 회장은 기륭과 전혀 상관이 없다. 기륭전자 주식도 팔아버릴까 생각중이다"라며 "'성실하게 교섭에 임해서, 조합원들이 찾아와 아세아시멘트가 불편을 겪는 일이 없도록 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월요일에 반드시 보낼 것을 약속한다"고 거듭 밝혔다.
조합원들은 "아세아시멘트는 전혀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말이 아니냐"며 반발했지만 장시간 양측을 오가며 회의를 진행한 끝에, 기륭전자에 보낼 공문을 노동조합 측에도 반드시 보내줄 것이며 성실 교섭에 임할 기한도 일주일로 못박겠다는 요구가 받아들여지자 다음 투쟁을 기약하며 농성을 정리했다.
기륭분회 조합원들은 "아세아시멘트 측의 답변과 입장이 만족할 만한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도 기륭전자가 대화에 임하지 않는다면 언제라도 다시 아세아시멘트에게 항의하고 요구해야 한다"고 결의하며 오후 7시가 조금 넘은 시각 건물에서 나왔다.
아세아시멘트가 약속대로 기륭전자 측에 '성실한 대화에 임해 조속히 문제를 해결하라'는 입장을 밝힌다면, 그간 기륭분회의 요구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해 왔던 아세아시멘트로서는 최초로 기륭전자 사태에 공식 언급을 하는 셈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