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건설노동자들이 파업에 돌입하게 된 배경
비정규직을 보호하겠다는 비정규직보호입법은 오히려 비정규직을 확산하는 결과를 낳고 있는 가운데, 비정규직 중의 비정규직이라 할 수 있는 일당쟁이 건설노동자들에게는 아무런 보호조치가 없다.
이런 가운데 노동부와 건교부는 건설노동자들을 보호하기는커녕 '건설노동자 보호등에 관한 법률'과 근로기준법, 노동법 등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건설산업기본법의'시공참여자제도'를 악용하여 건설현장 노동자들의 노동3권을 전면 백지화 시켜나가고 있다. '시공참여자 제도'는 96년 성수대교가 붕괴되면서 부실시공을 방지하고 견실시공을 위해 만든 법이지만, 건설업자들은 현장의 작업반장이나 십장, 팀장에게 고용에 대한 모든 책임을 전가시키고 일당쟁이 건설노동자의 노동3권을 박탈하기 위해 교묘하게 악용하고 있다.
정해진 하루 일당도 찾아먹을 수 없는 도급단가로 강제도급을 주고 있는 전문건설업체의 횡포. 그리고 새벽부터 저녁 7시 8시까지 하루 12, 13시간 씩 일을 해도 하루 일당이 7~8만원밖에 안되는 현실. 이런 상황에서 원청회사는 자신들이 책임져야 할 산재사고마저 팀장에게 책임 전가시키고 작업공정을 이끌어가는 팀장과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라는 요구까지 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노동자가 노동자와 근로계약서를 체결하는 꼴이 되면서 비정규직 건설일용노동자들의 고용에 대한 책임을 아무도 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동료 팀원에게 일당 주지 못한 팀장, 자살까지
이런 현실은 반복적인 실업의 위기에 노출되어 있고, 계절적인 실업이 상시적으로 발생하는 건설 일용직 노동자들에게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고용보험'의 실업급여 해택마저 받을 수 없게 만들고 있다.
상황은 이 뿐만이 아니다. 전문건설업체에서 팀장에게 '시공참여자계약'을 강요하면서 최근에는 공사를 계속하려면 1억원의 담보물이나, 보증보험까지 강요하고 하고 있다. 마음 약한 어느 팀장은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 함께 하루 일당벌이라도 하려고 시공참여자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모른 채 시공참여계약을 했다가 동료 팀원들에게 일당을 지급하지 못하자 소나무에 목을 매 자살하는 가슴 아픈 일도 발생하였다.
▲ 참세상 자료사진 |
인간다운 삶을 위한 마지막 선택, 파업
아파트를 시공하는 원청회사들은 아파트 분양 시 계약자들에게 물가인상분과 임금인상분을 원가에 포함시켰다. 이에 최근 3년간 3백만원~4백만 원하던 대구지역 아파트 분양가는 1,200만원을 넘어서고 있다. 그러나 전문건설업체에 하도급 주는 도급단가는 오히려 15%정도 삭감되었다.
또한 전문건설업체들은 최저가낙찰 구조 속에서 최대의 이윤을 챙기기 위해 전문건설업체가 직접 시공하고 책임져야 할 작업의 준비과정과 자재의 운반, 심지어 청소용역 부분까지 팀장에게 전가시킴으로써 형틀 목수들이 받는 현실적인 임금은 10년전보다 삭감되었다. 물론 이러한 비용은 강제도급 금액에 포함되지도 않는다.
건설업자들은 이렇듯 폭력적인 방법을 통해 이윤을 챙기고 건설노동자들을 경쟁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대구경북지역 건설노동자의 파업은 일자리를 잃지않기 위해, 저임금을 강요받아야 하는 현실에서 자신의 살을 갉아먹던 건설노동자들의 인간다운 삶을 위한 마지막 선택인 것이다.
절망과 죽음의 공간, 건설현장
[출처: 대구경북지역건설노동조합] |
하루 7~8만 원 벌이를 하기 위해 안전시설도 되어있지 않는 현장에서 자신의 몸을 돌볼 겨를도 없이 일하는 건설노동자에게 산재사고는 당연한 일이다. 그 결과 건설현장은 일년에 8백여명이 죽어가는 절망과 죽음의 공간이 되어버렸다.
사회적인 소외감과 차별은 있었지만 그래도 돈벌이 만큼은 되었다는 건설노동자들이 현실은 이렇다. 이는 조합원을 대상으로 현실적으로 받는 임금을 조사한 설문조사에서 정확하게 드러난다. 대구경북지역 건설노동자 평균연령 46.7세, 평균 근속연수 15년, 1년 평균 작업일수 200일. 그러나 이마저도 하루 일을 나가면 하루 종일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하루에 반 공수만 일을 하거나, 3부만 일을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1년 총수입을 12개월로 나누면 월 158만원의 수입이 평균수입이 된다.
평균 연령이 46.7세라면 자녀교육비가 가장 많이 나갈 때이고 부양가족까지 생각하면 표준생계비라는 말은 꿈같은 말이 된다. 하루벌어 하루를 걱정해야 하는 임금을 받으며 하루 13시간 14시간 강제노동을 하는 꼴이 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철근공의 경우는 마치 인신매매 같은 불법용역과 파견으로 인해 하루 5,000원에서 많게는 15,000원의 소개비를 2중 3중으로 착취당하고 있다. 이들도 역시 4대 사회보험을 적용은 꿈을 꿀 수도 없다.
임금 지급도 쓰메끼리(유보임금)로 빠른 곳이 1개월에서 많게는 75일간 노임을 유보시켜다가 지급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장기간 임금을 유보시킴으로써 거액의 체불임금을 낳는다. 그러나 노동청에 가서 진정서라도 접수하려고 하면 강제도급으로 인해 도급노동자가 된 일당쟁이 건설노동자들의 노동자성 마저 박탈하고 민사소송을 하라고 권유한다. 실제 많은 조합원들은 민사소송을 하더라도 2년, 3년 걸리는 소송기간과 까다로운 소송절차, 그리고 법원에 쫓아다니면 일까지 못하게 되는 상황 때문에 체불된 임금을 포기하는 것이 다반사이다.
화장실이라도 제대로 되었으면...
현장에서 현실은 어떤가? 제대로 된 화장실, 샤워실도 없을 뿐 아니라 자기 돈을 내고 사먹는 점심식사 마저 현장 내 식당 운영권이 원청회사에 의해 매매되고 두세번 걸쳐 넘어가면 그 질은 형편없이 떨어진다.
더 더러운 것은 현장 관리자들이 사용하는 전용식당과 현장 노동자들이 사용하는 식당이 구분되면서 물 컵마저 막걸리 병을 잘라 만든 것까지 있는 상황이다. 건설현장의 인권은 차치하더라도 형편없는 식당과 화장실이라도 개선되길 바라는게 현장노동자의 요구이다
건설자본은 수직적이고 종속적인 다단계 하도급 구조로 건설노동자를 분리 통제하면서 막대한 이윤을 챙길 수 있었다. 실제 원청회사의 현장소장 말을 빌리면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순수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30%를 넘지 않고, 계절적인 실업과 1년 평균 작업 일 수를 감안했을 때 현재 건설노동자의 일당 100%를 인상한다고 하더라도 건설사들은 20%이상 남는다고 할 정도이다.
대형건설사 압력에 교착상태에 빠진 교섭
더 이상 밀려날 곳도, 떨어질 곳도 없는 절망의 벼랑 끝에서 건설노동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직접고용당사자인 전문건설업체에 교섭 요구를 했지만 자신들은 사용자의 교섭대표단을 구성할 수 없다고 했다. 그 이유는 첫째 대표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어느 누구도 책임있게 나서지 못하겠다는 것. 이에 사용자들은 교섭대표단 구성을 핑계로 5월 한 달간 교섭을 회피하여왔다.
두 번째는 원청회사로부터 받고 있는 공사금액이 3년 전과 비교 했을 때 하도급 대금이 15%이상 삭감당한 만큼 임금인상을 해 줄 여력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가장 본질적인 이유로 전문건설업체 사장들은 "대형건설사들의 보이지 않는 압력이 가장 크다"고 고백하고 있다. 대형건설사들은 노동조합과 단체교섭을 하면 하도급을 주지 않겠다고 하고 있고, 결국 전문건설업체는 공사를 포기하는 것이 낮다고 하소연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5월 30일부터 교섭자체를 거부하는 전문건설업체들은 노동청과, 경찰청의 등 뒤에 숨어 버렸다. 체불임금이 발생했을 때는 노동자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했던 노동청이 파업에 대해서는 쟁의절차를 밟지 않았다고 불법파업이란 시비를 걸어 왔고, 파업 3일째부터 대구경찰청은 현장에서 파업을 홍보하던 노동조합 조합원들을 마치 범죄자 취급을 하면서 각 건설현장마다 “협조문”이라는 괴문서를 보내 건설 조합원이 나타나면 112에 신고하는 공문을 보내는 파렴치한 시각을 드러냈다.
이런 상황에서 전문건설업체들은 교섭에 나설 하등의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이렇게 대구건설노동자들은 교섭다운 교섭을 한 번도 하지 못한 채 성실한 단체교섭을 요구하면서 파업에 돌입할 수밖에 없었다. 단체교섭과 쟁의행위의 절차에 문제가 있어 불법이라 하더라도 절차가 하자가 있는 것이지 단체교섭 그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하루 일당도 돌아가지 않는 강제하도급은 불공정 거래행위이고 건설노동자의 피땀을 쥐어짜는 도급계약은 자연히 무효가 되어야 한다. 최소한의 생존권을 지켜내려고 하는 것은 그 어떤 법에 우선하는 생존의 본능이 아닌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건설현장의 지휘감독권을 실제 가지고 있는 원청회사들이 책임있게 나서야 한다. 하지만 원청회사들은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
원청회사들은 정부를 상대로 최저낙찰제를 반대한다고 하면서도 자신들은 하청업체에 공사를 도저히 진행시키지 못할 정도의 최저 금액으로 도급을 주고, 심지어 대물(자신의 회사의 미분양분 아파트)을 일부 공사금으로 받을 것을 강요하고 있다. 4대 사회보험 부담금 또한 하도급 공사금액에 포함시킨다.
현실이 이런 만큼 원청회사들은 현재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분에 대해 책임 있는 자세로 나서야 한다. 또한 노동청과 경찰청 역시 노사 문제는 노사 자율적인 교섭이 이루어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 대구건설노동자들은 20일, 33층 고층 아파트에서 고공농성에 돌입했다. [출처: 대구경북지역건설노동조합] |
그래도 남는 문제들
이번 대구지역 건설노동자들의 총파업은 제도적인 문제에서 비롯되었다. 파업 20일째를 넘어서고 있는 대구지역 건설노동자들의 투쟁은 임금인상이 기본적인 요구이기는 했지만, 결국 문제는 임금인상보다는 인간적인 대우를 받고 싶다는 절박함이었다. 수십 년간 억눌려왔던 한 맺힌 삶이 밑바닥에 깔려 있다는 것이다. 하기에 이를 해결하기 위해 그동안 건설현장의 관행이라며 묵인되었던 근로기준법, 노동법에 의한 노동기본권이 보장되어야 한다.
최저임금은 매년 인상되지만 건설노동자들의 임금은 시장원리라는 폭력적이고 야만적인 경쟁논리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 건설자본들은 물가가 인상되어도, 아파트 분양가가 아무리 치솟아도 더 많은 돈을 가져가기 위해 건설경기가 침체되었다는 핑계를 대며 노동자들의 임금을 여지없이 삭감한다. 건설노동자들이 자신의 노동을 유지시키기 위한 생존의 기본은 보장되어야 하는 것이다.
또한 정부는 비정규직보호입법을 논하기 전에 건설일용노동자들에 대한 보호조치를 먼저해야 할 것이다. 다단계 하도급이 사라지지 않는 한 건설현장은 인권도 노동기본권도 존재하지 않는 죽음의 땅일 뿐이다.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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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융 님은 건설산업연맹 토목건축협의회 조직국장으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