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권력은 또 한 번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울부짖음을 짓밟았다.
오늘(31일) 새벽 3시 30분, 경찰 특공대의 농성장 진입에 이어 오전 5시 경부터 본격적으로 뉴코아 강남점에서 농성을 벌이던 뉴코아-이랜드노조 조합원들을 끌어내기 시작했다. 농성조합원들에 대한 강제연행은 두 시간 가량 진행되었으며, 경찰은 “우리가 뭘 잘못했나”, “박성수 회장은 교섭에 나서라”를 외치며 몸부림치던 조합원들의 사지를 들고 폭력적으로 연행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조합원들이 호흡곤란, 골절, 찰과상 등 부상을 입었으며, 두 번의 공권력 투입으로 정신적 상처는 더욱 심각해졌다.
▲ 정부는 또 다시 농성장에 공권력을 투입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한 노조의 농성장에 두 번씩이나 공권력을 투입한 것은 유사이래 최초"라며 강력히 규탄했다. |
이러한 정부의 공권력 투입은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 싸움을 진행 중인 조합원들의 분노가 높아져 더욱 강력한 투쟁을 불러오는 것은 물론, 노사 간 감정의 골을 더욱 깊게 해 노사 자율 교섭은 더욱 난항을 겪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시민사회의 비판 목소리도 높아져 여론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오늘 공권력 투입에 대해 시민사회단체들은 “한 (노조의) 농성장에 두 차례의 공권력을 투입한 것은 유사 이래 첫 번째”라며 노무현 정권이 이를 책임지고 퇴진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노동위원회에서 이미 인정한 사측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서는 정부가 눈을 감고 있으면서, 피해자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엄격한 법을 들이대며 공권력 투입이라는 강력한 수단을 사용하고 있어 더욱 문제다. 여기에 법원이 사측의 가처분 신청까지 인정하면서 노동자들의 행동만을 일방적으로 규제하고 있다. 이런 법원의 행태에 대해 법조계 인사들은 “법원이 노동자의 파업권을 무력화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결국 사측의 불성실한 교섭, 정부와 법원의 일방적인 사측 편들어주기가 사태를 악화 일변도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민주노총은 더욱 강력한 투쟁을 계획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이번 주말 4차 ‘이랜드 매출 0%’ 투쟁을 전국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며, 오는 18일에는 전국노동자대회를 열어 이랜드 그룹을 타격할 예정이다.
불성실한 사측의 교섭태도에 조합원들 분노 더욱 높아져
한편, 두 차례의 공권력 투입에도 뉴코아-이랜드노조 조합원들은 물러서지 않고 있다.
지난 20일 공권력에 의해 1차 거점이었던 뉴코아 강남점과 홈에버 상암점에서 폭력적으로 끌려나온 조합원들은 그나마 사측이 전향적인 자세를 취하지 않을까하는 실낱같은 기대를 가졌었다. 그러나 강제해산 이후 재개될 예정이었던 교섭에서 노조 측 교섭위원들의 신변보장을 약속하지 않는 것은 물론 사측은 대표이사가 참여하지 않는 등 불성실한 교섭태도로 일관했다.
이에 다시 뉴코아 강남점에서 농성을 벌였던 조합원들은 “그나마 우리가 이렇게라도 안하면 사측이 교섭에 나오지 않는다”라고 목소리를 모았다.
한 매장에서 5년 동안 비정규직으로 근무한 여성조합원은 “우리가 어렵지만 점거농성을 하니까 겨우 사측은 교섭에 나왔다. 그것도 별 안도 없고 언론플레이만 있었지만...”이라고 말했다. 이 조합원은 “이런 상황을 보니까 투쟁을 해야 교섭이 이뤄지고, 죽을 힘을 다해 싸우지 않으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라며 “지금은 누가 더 끈질기게 싸우는가만 남은 것 같다”라고 전했다.
▲ 조합원들은 경찰에 끌려가면서도 "사측은 교섭에 나서라"라고 외쳤다. |
이름을 밝힐 수 없는 조합원, “우린 더 잃을 것이 없다”
이 조합원의 이름을 밝히지 못하는 이유는 사측에서 조합원 한 명 한 명에게 손배가압류, 고소고발, 해고를 선물로 안겨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 때문에 이 조합원은 “우리는 더 이상 물러설 곳도, 잃을 것도 없다”라며 “싸움을 멈출 수 없다”라고 말했다. 공권력 투입이 있었던 오늘도 사측은 채증조를 꾸려 밖으로 끌려나오는 조합원의 사진을 찍고 있었다.
이 조합원은 “우리는 가진 것이 없기 때문에 잃을 것이 없다”라며 “생각이 있는 경영인이라면 노조의 요구를 귀 기울여 들을 줄도 알아야 할 것”이라고 사측의 태도를 꼬집었다. 이어 “이랜드의 매출이나 이미지에 타격을 입는 것은 단순히 사측에게만 피해가 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회사에 돌아갔을 때 그 피해는 우리한테도 돌아오는 것”이라며 “사태가 더 악화되기 전에 빨리 마무리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 조합원은 경찰에게 끌려가는 순간까지 “사측은 교섭에 나와라”라며 “반드시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