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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쑥갓

들꽃 이야기 (10)

들풀 가운데는 봄여름가을 동안 쉬지 않고 꽃 피고 지는 풀들이 제법 많다. 그러나 제 아무리 강한 들풀이라도 겨울엔 씨를 남기고 말라 버리거나, 땅속뿌리로 버티거나, 땅바닥에 잎을 바짝 붙이고 겨우겨우 겨울을 날 뿐 꽃 필 엄두를 내지 못한다.

그런데 한겨울에조차 꽃을 피우는 풀이 있다. 그야말로 일 년 내내 사계절 꽃 피는 풀이다. 쑥갓을 꼭 빼 닮아서 개쑥갓이라 불리는 풀이다. 개쑥갓은 손바닥보다 좁은 땅과 햇볕 한줌 만 있으면 길가 빈터나 밭둑, 어디서나 자라나 아무 때나 꽃 피는 풀이다. 매서운 겨울바람 속에서도 잎을 땅에 붙이지 않는다. 그냥 땅위로 겁 없이 자라나 열매 맺고 씨를 날려보낸다.

국화과에 속한 꽃은 작은 꽃들이 뭉쳐서 한 송이 꽃처럼 피는데 개쑥갓 역시 국화과로 작은 꽃들이 모여 한 송이 꽃을 이룬다. 그러나 보통 국화과에 속한 꽃처럼 둘레에 돌려 핀 설상화가 없고, 가운데 술처럼 뭉쳐 있는 관상화로만 이루어져 꽃 모양이 소박하고 볼품 없다. 이렇게 볼품 없는 꽃이지만 가을을 지나 한겨울에도 꽃이 피고 있는 걸 보면 그냥 쉽게 지나칠 수 없다.

이 풀이 난 본래 고향은 유럽이다. 개항 이후 이 땅에 들어와 퍼져나간 귀화식물이다. 하지만 이 땅에 터 잡고 살아온 어떤 풀보다 더 질기게 꽃을 피우며 살아가고 있다. 악착같은 삶 때문에 독을 품은 것일까? 이 풀은 독성이 있다. 그래도 삶아서 우려내면 나물로도 먹을 수 있고, 생리통이나 치질 따위 약으로도 쓰인다.

올 겨울은 춥지 않아서인지 노란 꽃을 달고 잇는 개쑥갓을 다른 때보다 더 자주 볼 수 있다. 바람 찬 날 코트 깃을 세우고 길을 걷다 이 풀을 보거든 잠깐 따스한 눈길을 보내 주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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