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지역건설노조, "99번 패배해도 다시 투쟁할 것"

포스코 점거 건설노동자 구속영장 최대 규모

지난 13일 포항 포스코 본사에서 점거농성을 벌이다 9일만인 21일 새벽 자진 해산한 포항지역건설노조에 대해 대구지법 포항지원이 23일 58명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대구지법 포항지원은 포항지역건설노조가 자진 해산한 이후 영장실질심사를 진행, 23일 밤에 이지경 포항지역건설노조 위원장을 비롯한 간부급 조합원 전원인 58명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하고 현장에서 연행한 조합원 중 79명은 불구속 입건 처리했다. 이와 별도로 농성에 참여한 조합원 2천5백여 명을 모두 소환해 조사하고 벌금 부과 등 사법처리한다는 계획이다.

이같은 조처는 노무현 정부가 지난 2003년 열사정국 당시 화염병이 등장한 11월 전국노동자대회에서 53명을 구속한 이래 최대 규모이며, 단일 노조의 쟁의로서도 1990년 현대중공업노조가 골리앗투쟁을 벌인 후 32명이 구속된 전례로 보아 사상 최대다.

구속영장을 발부한 대구지법 포항지원은 "이번 포스코 사태로 인해 야기된 인적 물적 피해의 정도와 사회적 파장이 매우 크다"면서 "사안이 중대하고 피의자들이 도주할 염려가 있어 전원 구속영장을 발부했다"고 밝혔다.

포스코 사측은 이에 환영하며 "포스코만 흔들면 된다는 잘못된 버릇 때문에 이번 사태가 빚어졌다"고 평하고 "불법적인 행위를 결코 용인해선 안된다는 법원의 판단은 법과 원칙에 따른 승리"라고 밝혔다. 한편, 포스코가 19일 보도자료를 내고 "집기 파손과 기밀 유출의 위험이 있다"며 단전 조치를 실시한 것과는 달리 점거농성 장소를 치우고 있는 현재 별다른 파손이나 유출의 흔적은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노조, 비대위 꾸리고 조직 정비 박차

이번 포항지역건설노조의 자진 해산과 사상 초유의 무더기 구속 사태와 관련해 보수 언론들이 "포항지역건설노조가 와해 위기다"라는 판단을 쏟아내고 있으나, 노조는 21일 오후 2시에 집결해 남은 대오를 정비하고 23일 임시대의원대회, 24일 조합원 총회를 여는 등 신속히 대처하고 있다.

노조는 이번 대규모 구속영장 발부와 관련해 "포스코 농성장에서 자진해산하면 일체의 법적인 책임을 묻지 않고 선처할 것이며, 노사간 교섭을 주선해 주겠다던 한명숙 국무총리 담화문에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사법부 사상 최대규모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며 "국민과 건설노동자를 우롱하고 불법세력으로 매도한 노무현 정권과 포스코 자본에게 건설노동자의 진정한 힘을 보여줄 것"이라는 결의를 밝혔다.

포항지역건설노조는 자진해산과 연행에 이은 21일 오후 2시에 조합원 1천7백여 명이 모인 가운데 포항 남구 근로자복지회관에 모여 약식 집회를 갖고, 각 분회의 분회장 직무대행을 새로 선출했다. 23일에는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어 비상대책위원장을 선출하는 등 비대위 체계를 세우기도 했다.

24일 현재 노조는 조직 점검 차원의 총회 결의대회를 갖고 있으며 이후 비상투쟁본부 회의를 통해 교섭 및 투쟁 일정을 논의한다. 오후 7시에는 아직도 사경을 헤매고 있는 하중근 조합원이 입원한 포항 동국대병원 앞에서 촛불집회를 가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