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녀들의 일터 계산대는 이제 농성장이 되었다. |
인간답게 살기 위해 계산대를 점거한 그녀들
점거농성 4일째, 하루에 10시간씩 꼬박 서서 일했던 계산대는 이제 잠자리가 되었고, 식탁이 되었다.
언제나 웃는 얼굴로 고객을 맞아야 했던, 화장실도 못가면서 10시간 꼬박 일해도 75만 원 겨우 손에 쥘 수 있었던 계산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인간답게 살기 위해 자신이 일하던 계산대를 점거했다.
호혜경 조합원도 그 곳에 있었다. 호혜경 조합원은 홈에버 시흥점에서 21개월 동안 일한 계약직 노동자이다. 3개월, 6개월, 12개월씩 계약을 갱신하며 일한 그녀는 재계약을 앞둔 지난 4월, 면담을 하자는 관리자의 말에 사무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녀에게는 계약해지라는 말이 돌아왔다. 그녀는 그날로 일주일짜리 시한부 인생을 살고 해고자가 되었다.
2년이 넘은 비정규직 노동자는 정규직이 될 수 있도록 해서 비정규직을 보호하겠다고 만든 법 때문에 그녀는 2년이 되기 3개월 전에 해고되었다.
▲ 호혜경 조합원 |
“내가 필요해서, 내가 일하고 싶어서 시작한 일이잖아요. 그럼 내가 상황이 나아져서 이제 그만둬도 되겠다라고 생각했을 때 스스로 그만둬야 하는 거잖아요. 근데 하루아침에 해고라니 정말 분하고 원통했어요. 그게 알고 보니까 비정규법 때문이더라구요. 그 생각하니까 더 억울했어요. 비정규직 보호하려고 만든 법이라면서요!”
농성장 한 켠에서 만난 호혜경 조합원은 “억울하다”라고 말했다. 그녀의 해고는 지난 6월 20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로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이랜드 사측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혼자가 아니었어요”
“아이가 4명 있어요. 아이들이 많아서 그런지 남편 혼자 버는 돈으로는 생활이 안돼요. 그래서 집 가까운 홈에버에 취직을 했어요. 얼마 되지 않는 돈이지만 생활비로 쓸 수 있잖아요. 근데 하루아침에 해고되고 실업자가 돼버렸어요”
높은 사람들은 여성들이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며,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을 개발한다고 호들갑이다. 여성들은 언제나 일과 가정을 양립해왔다. 남편이 벌어오는 돈으로 이 무시무시한 세상을 살아가기에는 불가능하다. 당연히 여성들은 일해야 했다. 하지만 그녀들에게 주어지는 일은 모두 비정규직에다, 저임금이다. 생계를 책임지는 사람들이 아니라 생계를 보조하는 여성이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그녀도 75만 원 밖에 안 되는 돈이지만 살기 위해서 계산대에 섰다. 그리고 노동자로 살기 위해 계산대에서 밥을 먹으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처음에는 그냥 나 혼자 일인가 했어요. 근데 내가 해고 되고 한 달 후에 21개월 일한 15명이 또 해고되었어요. 그래서 이게 나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구나라고 생각했어요. 1인 시위도 하고, 지방노동위원회에 신고도 했어요. 그래서 부당해고 판결 받았구요. 그런데 사측은 꿈쩍도 안 해요. 너네가 얼마나 버티나 두고 보는 것 같아요. 질긴 놈이 승리한다고 하잖아요. 끝까지 해야죠”
그녀처럼 해고된 비정규직 노동자가 홈에버에 400명, 뉴코아에 350명이다. 그리고 수천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해고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
“돌아갈 때는 떳떳한 정규직으로”
농성이 길어지고, 문제는 먹는 것부터 발생했다. 500명이 넘는 조합원들의 삼시 세끼를 해결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아주 쉽게 해결되었다.
“우리가 돈 많은 노조가 아니잖아요. 처음에는 도시락을 먹었는데요. 이게 감당이 안 되는 거예요. 그러자 조합원들이 집에서 먹을 것을 싸오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나눠 먹으며 이곳을 지켜가고 있어요”
농성 4일째 방금 기자에게 문자가 하나 도착했다.
“현재 홈에버 상암점 용역 깡패 투입하여 농성장 침탈 위협! 상암점 집결 바람! 4:22pm”
그녀는 마지막으로 말했다.
“나올 때는 차별받는 비정규직이었지만 돌아 갈 때는 떳떳한 정규직이 될 거예요. 반드시 승리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