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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양목

들꽃 이야기 (11)

거리에서 가장 흔히 보는 나무가 회양목이다. 회양목은 대개 여러 그루로 어떤 모양을 만들어 심는데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회양목이 만들어 낸 모양은 기억해도 회양목 자체는 별 생각 없이 지나치게 된다. 회양목은 이 땅에서 자생하는 나무라는 느낌보다 중국이나 일본쯤에서 가져다 심었을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보통 정원수로 심는 나무가 다른 나라에서 도입한 게 많기도 하려니와 이름도 친근감이 없고 또 산에서 스스로 자라는 회양목을 보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회양목은 경상도, 충청도, 강원도 등지 석회암 지대에 자생하는 나무고, 옛날부터 여러 가지 용도로 쓰임이 많았던 나무다. 화단 가장자리나 거리에서 보아왔던 모양의 회양목을 산에서 보지 못했던 것은 산에서 자라는 회양목은 생김새가 다르기 때문이다. 거리의 회양목은 계속 전정을 해서 둥글둥글하거나 판판하게 다듬기 때문에 자연 상태의 모습이 아니다. 하지만 그대로 자라게 놓아두면 그런 대로 사람 키만큼 자라고 훨씬 성긴 모양을 하게 된다. 이름도 강원도 ‘회양’ 지방에서 많이 나기 때문에 ‘회양목’이라 불리게 되었다니 그리 낯선 이름은 아닌 것이다. 학명에도 그 원산지가 이 땅임이 밝혀져 있다.

회양목은 꼭 쌀을 튀겨 놓은 튀밥 크기만큼 조그만 잎사귀를 달고 있고 더디게 자랄 뿐 아니라 기껏 자라봐야 사람 키를 넘기는 게 쉽지 않는 나무다. 그러나 참 생명력이 질긴 나무다. 화단 가장자리 좁은 돌 틈에서도, 공해로 찌든 도심 교차로 가운데서도 꿋꿋하게 살아간다. 모양을 만들기 위해 마구 잘라내도 개의치 않고 한겨울에도 그대로 잎을 달고 질기게 살아간다. 그늘진 곳에서건, 마른 땅에서건 가리지 않고 잘 자라는 회양목은 정말 강한 나무다. 이렇게 느리지만 변함 없이 자라는 회양목은 재질이 고르고 치밀하다. 그래서 작은 글씨도 섬세하게 새길 수 있는 ‘도장나무’로 쓰여왔다.

선거 철이 다가오는가? ‘물갈이를 해야 한다’, ‘바꿔야 한다’는 소리가 귀에 따갑게 들려 온다. 이리저리 줄 대기에, 줄 서기에 부르주아 정치판이 어수선하다. 시류를 쫓아 쉽게 쉽게 모습을 바꾸어 가며 메뚜기 떼처럼 휩쓸리고 있다. 한결 같은 모습으로 도시의 오염된 대기를 깨끗하게 바꾸어 주는 거리의 회양목을 본다. 회양목은 다른 삶을 방식을 우리에게 보여 주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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